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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15. 2022

아이에게 어른들이 배워야 할 지구 사랑

엄마 에세이

11월 한 달 동안 유치원에서 지구를 지키는 일을 찾아보고 행동에 옮기는 활동을 한다는 소식지 보았다. 유치원에서는 아이가 에코 대장이 될 수 있도록 집에서 실천하는 지구 지킴이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했다.


사진은 없지만 여니는 지구를 지켜야 한다며 지구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 어느 날 내가 "이러다 정말 지구가 사라지는 거 아니야. 우리라도 지구를 지키는 행동을 해야 할 거 같아. 여니야 쓰레기는 그냥 버리지 말고 엄마를 주던지 주머니에 넣어 둬." "지구가 왜 사라지는데" 엄마 말을 가만히 듣던 아이는 질문했다.


지구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지구를 쓰고 있어서 지구는 병이 들어서 힘들어한다고. 우리가 지켜야 할 일을 하자고. 우리가 지켜야 할 일이 뭐냐고 아이는 물었다.


"쓰레기를 귀찮다고 아무런 곳에 버리면 안 되고 가방이나 옷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쓰레기통이 있으면 버리거나 아니면 집에 가져가야지" "알았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는지 아이는 대답했다.


외식하던 날 엄마 오랜 친구를 불렀다. 그분은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길바닥에 버리는 모습을 아이가 목격했다. 그리고 할아버지를 응징했다.


"할아버지가 담배를 버려서 지구가 아파한다 말이야. 어서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려"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어른들은 웃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가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른이 배워야 했다.


"나 노는 날 쓰레기봉투와 집게 가지고 길거리 쓰레기 주우러 나가자" 오래전부터 주말만 되면 말하는 여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가 아파서, 어느 날은 바빠서 핑계를 대며 나가지 않았다.

"엄마가 안 나가서 지구가 아파하잖아. 쓰레기봉투 없어?"라고 묻는다.

"그게 아니라...." 더는 할 말이 없어졌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아이 마음에 상처 주기 싫어 '이 엄마가 하기 싫어서'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혼자 계시는 엄마를 모시고 밥 먹는 날. 외식을 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남긴 음료를 테이크 아웃을 했다. 걸으면서 남은 음료를 다 마신 엄마는 손녀 눈을 피해 몰래 아무 곳에 쓰레기를 버리다 들통나고 말았다.

앞서 가던 아이는 할머니가 버린 쓰레기를 언제 본 건지 달려왔다.


"할머니 여기다 버리면 지구가 아프다고 했어" 말하며 할머니가 버려둔 쓰레기를 가지고 할머니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못 산다. 손녀가 무서워서 함부로 쓰레기 버리면 안 되겠네" 말하는 엄마.

"당연하지. 아이 앞에서 바른 것만 보이고 말해야 해. 아이 손에 있는 거 빨리 받아"

허탈하게 웃던 엄마 모습이 생각난다. 


어른들은 반성해야 한다. 아이가 왜 지구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지 말이다. 자신이 살아야 할 지구가 아프다는 말만으로 눈물을 글썽인다. "집에서 지구를 살리는 방법 있는데" "그게 뭐야?" "그건 여니가 종이를 아껴 쓰는 거야. 먹고 싶은 음식이나 간식만 사고 그걸 다 먹는 거야. 먹다가 물린다고 안 먹고 상하면 음식 쓰레기가 되거든. 그것도 지구를 아프게 하는 거야"

고민하는 아이는 요즘 음식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 사주겠다는 말보다 효과는 100배로 좋다. 


아이가 하나만 사 오라는 간식을 두 개 사 오는 날에는 난 야단맞는 날이다. 엄마가 한 말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걸 언제 다 먹냐고 아이는 말한다. "엄마도 먹을 거야. 너만 입이냐. 엄마도 입 있거든" 한 말이 없어진 유치한 어른은 변명을 한다. 나부터 말로만 지구를 지킬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행동으로 지구를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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