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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02. 2023

법무부 차만 보면 슬퍼진다

엄마 에세이


요즘에 유독 눈에 띄는 차가 있다. 길을 걷다가도 차 안에서도 보게 되는 그 차, 남은 관심없는 차가 나는 왜 보고 있는지 의식하지 말자고 하면 더 잘 보이는 그 차는 파란색으로 된 '법무부'차다. 집 인근에 구치소가 있다. 구치소 맞은편에 맛집인 손칼국수 집이 있는데 여니와 엄마가 좋아한다. 매번 그곳을 다닐 때마다 빈번하게 보이는 교정 차와 법무부 차량은 내 가슴을 쓰라리게 한다.


안 보려고 하는데 무의식이 발동하여 눈이 먼저 알아본다. 차 창문은 내부에서 외부만 보이게 진한 선팅이 되어 있다. 외부 사람은 차 안 사람 얼굴을 볼 수 없다. 세상에 갇혀 가는 그들을 보면 한쪽 가슴이 아려온다. 도대체 무슨 죄를 짓었기에 사회와 격리된 채 감옥에 가는 건지 궁금해 하는 나는 비정상일 것이다.


죄를 짓는 건 한 순간이다. 눈을 한번 깜빡이다 뜨면 죄를 짓고 있다. 그 죄의 무게에 따라 사회와 격리가 되니깐. 억울한 죄수도 더러 있다. 모함으로 인해 죄수가 될 수 없는 죄인 말이다. 부산에 위치한 구치소는 경남 경북 지역 법무부 차량이 자주 보인다. 부산 죄수가 경북 지역으로 가는 경우가 있으니 이리저리 옮기는 건 우리가 이사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내가 자주 찾는 병원에서도 법무부 차량이 떡 하니 서 있다. 가까이 가서 보면 죄수가 아파 병원에 온 거 같았다. 손목에는 수갑이 차여 있는지 수건이 손목 근처에 보인다. 이렇듯 나는 그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걸 보면 가슴이 아픈데도 말이다.


내가 유독 법무부 차량이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2년 전쯤 법에 관한 사건을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던 법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눈에 자주 띈다. 안 보려고 해도 보이는 건 아무래도 아직 상처가 아물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저기는 뭐하는 곳이야?"라고 물어보는 여니는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버스를 기다리다 나에게 물어본다. "저기는 사람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할 경우 나쁜 사람이 들어가는 곳이야" "그럼 나도 잡아가?" "너 나쁜 일 했어?"라고 물었다. 여니는 엄마 말을 안 듣고 정리를 잘하지 않아 경찰 아저씨가 자신을 잡아가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아이의 순수함에 내 입가는 미소가 띤다. 자신이 잘못한 죄는 엄마 말을 안 들어서였다. 귀여운 녀석.


저기는 그것보다 더 나쁜 것을 했을 경우 가는 곳이니 안심하라고 말한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있던 구치소는 이전을 하지 않고 동네 한복판에 있다. 외곽을 볼 때마다 분위기가 사뭇 무겁다. 예전에 천안 교도소를 찾았을 때와 외곽 모습은 사뭇 다르지만 분위기는 어느 구치소를 가든 비슷하다.


사람 사는 곳인데 구치소만 예외인 듯하다. 죄는 짓지 않았지만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움찔해진다. 매번 다니는 길목이라 이제는 둔해져야 하는데 아직 아닌가 보다.


법무부 차량을 볼 때마다 아픈 가슴을 언제까지 다독여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동네를 떠나야 쓰라린 가슴을 치유하려나. 2년 뒤 이 동네를 떠나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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