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세이
금방 치댄 김치에 수육이 먹고 싶은 나는 믿을만한 사람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김장 안 해?"
엄마는 긴 한숨을 토해냈다. 몇 년 동안 김장을 하지 않았던 엄마는 올해도 안 하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해야 하기는 하는데... 엄마는 김치를 안 먹으니 김치 냉장고에 있는 김치로 충분하거든. 근데 너희들이 필요할 테니 해야 하긴 해"
이 말은 한 달 전 통화한 내용이었다. 엄마는 좀처럼 행동에 옮겨지지 않는 듯했다. 더는 조르고 싶지 않아 "물가가 너무 비싼데 김장하지 마. 있는 김치 먹던지 아니면 내가 김치 담가서 먹어도 돼" 이 말에 엄마는 콧방귀를 뀌었다. "오호호 네가 김치 담근다고" "예전에는 내가 김치 담가서 먹었어. 알면서 그런 말해"
나이가 들수록 주방일은 하기 싫은가 보다. 몸이 말을 안 들으니 더욱더 요리가 싫은 건 당연한 상태가 된다. 혼자 살아간 세월이 오래인 엄마는 60대 중반까지 김치를 담고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는 재미에 살았던 엄마의 행동은 70대를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 더는 힘든 일을 피하고 싶은 거 같았다.
이젠 엄마에게 의지하지 말고 엄마의 양념을 전수받아 내가 직접 김치를 담가야 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짐작한다. 단초 로운 가족이기에 배추 포기 수가 많지 않아 위안이 된다.
어릴 적 가족이 많은 집에 시집가서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김장도하고 명절 음식도 하며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돌고 돌아 현재는 단초 로운 가족의 형태가 되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힘겨웠다. 나의 환상이 깨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추운 겨울, 12월 중순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엄마는 더는 김장에 대한 말은 없다.
배추 한 포기 사서 직접 담거야겠다. 푹 삶은 수육에 내가 직접 담근 김치를 먹는 그 맛은 향기로울 것이다. 평가하는 자가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