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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04. 2023

육아는 인내라고 했나? 기다림이라고 했나?

엄마 에세이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는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되어 있어요'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지금도 믿고 있다. 하지만 내 아이는 엄마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거 같다. 집에 책이 널브러져 있고, 안방과 옷방에 쌓인 책이 있었도 아이는 들춰보는 일이 없다.


"집에 있는 책이 재미없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단칼에 예스라고 했다. 책에 흥미가 없는 거 같았다.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 곤충이나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책을 아이 앞에 두었지만 거들떠보지 않는다. 나는 긴 한숨을 쉰다.


'엄마가 책을 읽으면 아이는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하더니 우리 아이는 아직 아닌가. 거짓말인가?' 하며 갖가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이는 집에 있는 책이 자신이 원하는 책이 아니라고 한다. 자연, 관찰, 위인전, 창작을 비롯한 수많은 책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하니 어떤 책을 보여줘야 흥미를 가질까 고민하다 나를 보게 되었다.


나 또한 책을 보지 않았고 보더라도 끝까지 읽지 못하는 일이 계속 일어났다. 그러다 책에 꽂히면서 완독이라는 걸, 정독이라는 맛을 알게 되었다. 늦어도 한참 늦은 나이에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그저 기다려줘야 하는 것이 육아라고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조급할 수밖에 없다.


곧 학교를 가야 한다. 자신의 이름 석자만 알고 가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수많은 한글 책과 교구는 아이의 흥미를 끌어내기 역부족이었다. 포기하려던 참에 아이는 한글에 대한 호기심을 보였고 지역사회 혜택으로 한글과 숫자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아직 책에 대한 흥미는 없지만 한글과 숫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에 만족한다. 언젠가는 자신이 원하는 책을 읽겠지 하며 나를 보며 인내심을 발휘해본다. 육아는 늘 기다림과 함께 동반하는 인내심이 있어야 아이를 너그러이 바라볼 수 있다.


지금은 안 보지만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미련을 버리고 아이 책을 정리에 들어간다. 전집이라 정리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겠지만 관심 보이는 책만 빼고 아이와 함께 방학 때 정리하기로 계획을 세워본다.


오늘도 나는 나를 기다린 것처럼 내 아이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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