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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05. 2023

내 몸 체질을 알아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

엄마 에세이

최근 동생과 왕래가 있었던 날, 나는 디톡스로 인해 시중 음식을 먹지 못하고 지내고 있을 때였다. 홈쇼핑에 나오는 음식이 죄다 먹고 싶다는 말과 함께 동생이 재발한 병에 대해 말했다.


"내가 또 회를 먹고 병이 재발되었잖아?"

"진짜? 너 머릿속에 있는 혹이 예전에 엄마와 함께 회를 먹다 그렇게 되잖아. 근데 이번에도 또...."


동생은 씁쓸한 표정을 짓었다. 정말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동생에게 일어났다.

"지금 내가 간장게장이 너무 먹고 싶고, 회덮밥이 너무 먹고 싶어 미칠 지경인데 말이지. 근데 이건 내 감정이잖아. 못 먹고 억제하는 행동, 억압으로 인한 욕구로 몸에서 원하지 않은 음식을 머릿속에서 그려 나를 자극하거든. 그때 너도 그런 거 아녔을까?"


동생은 아무 말이 없었다. 부산에 살지만, 바다 근처 살지만 회를 즐겨 먹는 사람이 아니다. 이따금씩 생각나면 먹는 회였는데 그 회가 동생 생명줄을 쥐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 우연히 먹은 길거리 토스트로 인해 아프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투병을 하고 있다. 음식으로 인해 병을 얻고 병을 낫게 하는 것이 맞다는 원리가 성립되는 순간이었다.


동생은 후회했다. 그때 진정으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회였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먹거리에 늘 조심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먹거리 앞에서는 내 몸이 원하는 것과 내 입이 원하는 것을 구분 짓을 수 있어야 한다. 


동생은 태생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나는 편식이 심했고 입이 짧았다. 먹는 것 앞에서는 한발 뒤로 빼는 습관을 가졌는데 어느 순간 음식에 욕심이 생겨났고 결국 병을 불러오고 말았다. 체질적으로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 나였다. 잘 체하는 소화기능을 가진 나. 그러나 동생은 소화력 하나는 타고났다.


근데 회를 먹고 다음날 몸에 이상 신호가 온 것이 아직도 의문을 갖고 있다. 동생 역시 그렇다고 한다. 체질이 회가 맞지 않을 수 있었는데 동생은 자신의 몸을 관찰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도 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먹고 싶다.


홈쇼핑에서 맛있게 먹는 호스트 모습에 침을 꿀꺽 넘긴다. 하지만 나는 나를 안다. 간장 게장은 약간의 게의 비린맛이 나서 못 먹고 버린다는 걸, 양념 게장은 비린맛을 잡아주지만 양념이 맛없으면 더는 입에 대지 않는다. 고로 돈을 낭비하고 음식을 버리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눈으로 먹는다.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그리고 회덮밥은.. 대장이 약한 사람은 날 것을 가급적 피해야 하므로. 언젠가는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눈으로 음식을 오늘도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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