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Jan 05. 2023

우리 아기가 초등학교 입학을 해요

일상 에세이


새해도 벌써 5일이 지나가고 있어요. 저는 하루 24시간 1초 흐르는 것도 아까워요. 그 이유는 나이가 점점 늘어서 그런가 봐요. 조급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조급한 마음이 드는지 마음을 고요하게 들여다보다가도 또 조급해져요. 올해는 새로운 변화가 있지요.


바로 초등맘이 됩니다. 울 아기가 벌써 초등학생이 된다는 거죠. 어제는 예비 소집일이라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입학할 학교를 다녀왔어요. 아이도 설레고 저도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갔죠. 아이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학교를 구경하고 마음이 포근했던 거 같아요.


화장실이 어디인지? 유치원에서는 지혜 반 슬기 반이라면 학교에서는 숫자로 반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등 현재 자신이 속한 집단과 다른 점을 말하며 학교를 빠져나왔어요.


예비소집일 날 선생님인지 학교 직원인지 알 수 없는 여선생님 두 분이 모녀를 맞이해주었고 아이와 저는 각각 선생님 앞에서 궁금한 점과 유의해야 할 점을 들었죠. 아이는 선생님 질문에 곧잘 대답을 해서 선생님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마구 해주셨어요.


예비 초등학교 교실


할머니 집 밑 학교라서 아침마다 등원을 해야 하고 유치원보다 일찍 마치는 초등학생이 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어요. 아이가 학교 적응을 완벽히 하면 학원이나 방과 후 수업을 할 것이고 틈틈이 내 시간을 확보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육아 여덟 살이 마지막이었어요. 큰 아이가 입학하고 몇 달 만에 아파서 입원하고 퇴원을 반복했거든요. 그 후로는 차차 글로 풀겠지만 지금은 풀지 못해요. 책이 나와야 하거든요. 거기에 내가 왜 큰 아이 여덟 살에 시간이 멈췄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미리 쓸 수 없어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하는 거 같아요. 과거 육아는 아픔으로 얼룩져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다면 지금은 내 등 뒤, 아이 등 뒤 따스한 태양이 언제나 비춰줄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거든요.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며칠간 불안했어요. 두통도 곧잘 오고 가슴은 마구 뛰었죠.


어제부로 학교를 다녀오고 나서 긴장성 두통도 가슴을 마구 뛰게 한 불안증세도 가라앉았어요. 아이는 저에게 이렇게 위로했어요.


"엄마 내가 모를 줄 알고 나 자신 있어. 다 잘할 수 있어"라고요. 아이의 이 한마디가 불안해 떨며 염려하는 엄마 마음을 꽤 뚫고 있는 게 분명해요. 아이는 자신이 있다고 말하면서 방과 후 수업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요.


새로운 출발, 새롭게 시작되는 일상에서 천천히 가기를 바라고 있고 입학하고 한 달 후 방과 후 수업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요. 아이는 오히려 대범하게 말하더군요.


"해보면 알겠지. 선생님이 알려줄 거야"라고 말해주었죠. 기특하죠. 걱정하는 엄마를 다 아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하는 아이에게 아주 크게 칭찬을 해주었답니다.


"정말? 우리 딸 다 컸네. 모르면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고 그래도 모르면 스스로 찾아보면 되는 그 용기에 엄마가 안심이 되고 박수를 칠게"


엄마의 칭찬에 아이는 환하게 웃었어요. 아마 처음 접하는 공간이라 한 달은 저와 등하교를 하며 아이 심리적인 상태를 체크할 계획을 세웠어요. 그 후는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하면 학원으로 학교에서 방과 후를 원한다면 방과 후 수업을 하도록 인도할 거예요.


집과 거리가 있는 학교지만 같은 동네라서 참 다행이에요. 혼자서 올 수 없는 거리지만 학원을 다닌다면 학원차로 집에 올 수 있을 것이고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면 데리러 가는 저의 몫이 남았지만 올해는 뭐가 됐든 운전학원 등록을 합니다.


내 나이를 보면 언제 저 아이를 다 키우지 하다 아이 나이를 보면 정말 많이 컸다고 감탄합니다. 저는 늙어가고 아이는 커가는 인생이 참 새롭게 다가와요. 멈춰버린 육아 여덟 살을 이제 시작합니다.


입학은 3월 유치원 졸업은 2월이에요. 그러나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설레는 시간입니다. 현재를 살기 위해 오늘도 저는 노트북을 켜고 아이의 일상과 저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큰 변화 큰 성공은 아니지만 저와 아이에게는 큰 변화이자 큰 성공이니깐요.


늘 같은 시간을 부여받아 오늘을 살지만 그 속에서는 다채롭고 새로운 일상이 있는 법이지요. 이걸 알아차리고 글로 풀어쓰는 건 글쟁이의 몫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크게 후회한 것은 살아온 흔적을 지워버리고 나를 숨겼던 거예요. 암울했던 그 시절 사진 한 장이 없었고 그 시절 참담했던 심정의 글이 없다는 거예요. 글은 작가나 쓰는 거라고 치부했거든요. 근데요. 지금 글을 쓰는 제가 되고 나서야 아무나 글을 쓰면 되는 건데 앞뒤 재고 따지며 안 되는 것만 찾아서 변명한 인생이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이걸 깨닫기까지 세상을 돌고 돌아 강산이 4번이 변하고서야 내 자리를 찾았네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늦지 않았음을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니 기죽지 말자 했어요.


그래서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올해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나답게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보고 죽겠노라고 다짐했으니 말이죠.


아이가 학교를 입학하면 저는 저대로 아이에 대한 글감이 많아질 거예요. 지금보다 거침없이 성장할 거고 거기서 좌충우돌 부딪히며 모녀는 인생을 그릴 거니깐요. 저는 이 과정이 설레게 다가와요. 약간은 불안하죠.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니. 오로지 그 시간을 느끼지 못했으니 당연한 감정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아이는 이쁜 가방을 원하고 있어요. 그 가방 안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필기류를 넣어 다닌다는 생각만으로 행복한가 봐요. 저는 아이와 반대의 성향이라서 두려움이 먼저 다가왔거든요. 지금 그때 나를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가정환경이 불안한 상태였거든요. 부모에게 받은 불안한 상태를 안고 학교를 갔으니 모든 것이 다 불안하게 다가온 거였어요.


아이는 저와 반대랍니다. 조금은 떨리고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두렵겠지만 부정적인 감정보단 긍정적인 감정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서야 저는 안심했어요. 나와 다름에.


이젠 나의 생각과 아이의 생각이 대립되는 날이 올 거예요. 그걸 현명하고 지혜롭게 보내려면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겠죠. 벌써 그런 모습이 보여서 저는 화가 납니다. 엄마 말에 말대답을 어찌나 잘하는지....


그럴 나이가 되었죠. 이해하는데요. 그런데 아이가 말대답을 할 때마다 화가 솟구쳐서 어떨 때는 아이에게 대화하지 말자고 제안하기도 해요.


그러면 아이는 저의 눈치를 살펴요. 엄마 기분이 상한 걸 인지한 거겠죠. 이런 과정이 지나가야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믿어주며 한 뼘 성장하겠죠. 아이가 곁에 없었다면, 늦은 나이에 보석보다 귀한 아이를 품에 안지 않았다면 이런 감정을 알지 못했을 거예요. 하나 더 내 삶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 딸, 엄마, 여자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부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늘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아까운 시간만 보내고 말았을 테지요. 저를 일으켜 세웠던 건 아이였고 다시 삶을 살도록 인도했던 것도 아이였어요. 이제는 오늘을 집중하며 오늘만 있다고 생각하고 살 거예요.


'열심히'가 아니라 '꾸준히' 살아야 지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살 테니 말이죠. 여기까지 오기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열심히'에서 성과가 보이지 않아 포기했던 내가 아니라 '꾸준히'하며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꿈에 서 있을 저를 상상합니다.


2023년 새로운 경험을 할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성공이 오기 전 항상 실패가 먼저 온다는 말에 저에게 실패는 '부정적인 감정'이었어요. 부정적인 감정 안에는 조급함, 성급함, 불안, 두려움, 무서움, 포기 등 다양하잖아요. 여기에 무너지지 말고 끝까지 가보는 그 마인드를 새해에 가슴 깊이, 머릿속 깊이 새깁니다.


그 길이 뭐가 되었든 끝까지 가보는 거예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빙판길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서져도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가는 거죠. 믿음만 있다면 무의식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겠죠.


자와 함께 가볼 사람 함께해요. 2023년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 몸 체질을 알아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