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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21. 2022

가족 간에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은 것?

엄마 에세이

'종교와 정치 대화는 가족 간에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본 글귀였다. 타인과 하는 대화에서도 종교와 정치 주제가 들어가면 곧바로 큰소리가 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내가 이런 글귀를 본 직후 외삼촌의 알 수 없는 분노를 봤기 때문이다. 그 후로 외삼촌들이나 외숙모를 만나게 되면 정치에 '정', 종교에 '종'을 피하는 편이다. 마음이 불편해서 엄마의 형제들을 만나지 않는다. 


"형님, 아이들에게 세뇌되셨네요"말은 작은 숙모가 엄마에게 했던 말이다. 여기에 글로 풀어내는 것이 부담스럽다. 그러나 글의 요점은 가족 간의 종교와 정치가 맞다면 가족생활이 조금 더 편안할 거라는 나의 희망 상황을 기록해본다.


"너, 완전히 미쳤구나. 빨갱이네"라는 말을 세상을 잘 모르는 20대 조카에게 했던 삼촌의 말이었다. 충격이었다. 정치 이야기가 평소 하는 대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조카와 삼촌 사이를 벌어지게 했다. 그 후로 난 삼촌 앞에서 정치에 대한 의견이나 내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 아니 피했다는 말이 맞다.


엄마 역시 자신의 동생이라서 정치가 맞지 않더라도 만나야 하는 끈끈한 사랑과 정을 무시할 수 없었다. 큰삼촌 집에만 갔다 오면 엄마는 맏이에게 전화를 하는데 그건 정치적인 이슈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아휴 말 마라. 이것들은 머릿속에 똥만 차서"

"그 공간에서 엄마는 어떻게 했는데"

"뭘 어떻게 해. 아무 말 안 하고 듣기만 했지"

"정치는 가족, 부부지간에도 하는 게 아니래. 말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눈치 없게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자신 의견 내놓다 내가 허벅지를 꼬집었잖아"

마지막 엄마 말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사실 나와 여동생 가족, 엄마, 엄마가 만나는 친구분은 종교와 정치 생각이 같다. 그래서 우리가 모이면 정치 이야기에서 종교 이야기까지 아주 잘 통한다. 그리고 서로 정보 교환이 되어 조금 더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다.


눈치가 없던 엄마 친구분은 그 후로 엄마 형제들 만나는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 나오면 담배 피우러 가거나 회피한다고 한다. 가족이라서 모여야 하는 자리. 그러나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정치 이야기는 동네에서도 흔하게 본다.


올해 대선이 있던 날과 선거가 끝난 직후 아이 미술학원을 보내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거기에 삼삼오오 모인 동네 어르신들이 정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점점 소리가 커지더니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우기던 어르신 덕분에 내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모습을 어르신 한 분이 목격한 것이다.


"젊은 사람이 우리 대화에 자리 옮겼으니 소리 좀 낮추고 말해"라는 말이 내 귓가에 들렸다. 가족 간에 할 수 없는 말을 타인들이 모인 친목 자리에서 한다는 건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어르신들 대화를 엿듣다 오래전 삼촌이 나에게 윽박지르는 말에 겁이 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늘이 두쪽이 나더라도 자신의 말이 맞다고 우기는 삼촌의 모습. 삼촌 모습에 겁에 질러 아무 말 못 하고 '내가 뭘 잘못했지. 난 내 소신대로 정치 이념이 있는 건데'라며 억울해했다.


부부는 닮는다. 정치와 종교가 한 사람으로 옮겨진다. 나와 엄마 그리고 외가 식구들은 모두가 불교다. 모두가 모이면 종교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불란이 일어나지 않지만, 정치는 아니었다.


제각기 다른 생각으로 믿고 지지하는 정당이 있다. 내가 앞장서서 정치에 대한 주장은 펼치지 않는다. 그들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행동하는 자유가 있으니 말이다.


엄마 역시 엄마의 친정 식구들 앞에서는 그들이 마구잡이로 던지는 비판와 욕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보낸다고 한다. 그래야 가족 간의 끈끈한 사랑이 유지되기에.

"엄마는 그럴 수 있지만, 난 아니야. 그냥 타인이니 나보고 억지로 하라고 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외갓집 식구가 모이는 자리에 내가 가줬으면 하는 눈치를 보일 때마다 하는 말이다.


뭐든 안 맞으면 약간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혈연관계라고 의견이나 생각이 다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가, 난 나의 세계가 있다. 그걸 강요할 이유가 없다는 걸 엄마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이젠 외갓집에 가자고 조르지 않는다.


아이를 외갓집에 데려가려고 해도 못하게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마음이 불편해서 보내지 못한다. 외갓집 식구는 어릴 적 좋은 추억만 안고 가기로 했기에 내 아이가 거기에 가길 원치 않다.


가족 간에 하지 말아야 할 대화 중 종교와 정치는 지금도 지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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