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Dec 29. 2022

심리센터 1년 방문한 아이는 성장했다

엄마 에세이

작년 후반 지역에서 혜택을 받아 불안한 아이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센터를 다녔다. 이번 달이 끝나는 시점이라 그림으로 아이 마음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아이의 불안은 물건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의 마음이 불안하면 물건을 던지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난폭한 행동을 어른에게 배웠나 싶어 걱정되었다.


친정에서 잠시 지내면서 폭력성을 보이던 물건 던지는 행동은 잦아들었다. 그 원인을 파악하려고 아이를 관찰하고 나를 관찰하게 되었다. 그 당시 가정 형태가 약간 바뀌었는데 모녀의 심리 상태는 편안했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불안증세는 살아가면서 없을 수는 없었다. 쉽게 해결되는 부분이라 심리가 불안정한 상태가 아니었다.


점점 난폭한 행동이 잦아들자 다음 이어지는 불안 증세가 있었다. 대소변을 참는 거였다. 분명 불안해하는 행동을 보여 화장실을 가자고 하면 자신은 마렵지 않다고 거짓말을 했다. 참다 참다 결국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는 아이를 보며 외출이 쉽지 않았다. 어느 날은 그 자리에서 볼일을 보는 일도 있었다. 아이가 외출할 때마다 불안 증세를 보이자 나까지 덩달아 불안했다. 버스를 타고 가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심리 말이다.


또 다른 불안 증세는 샤워를 위해 욕조에 물을 받는 일이었다. 욕조에 물만 받으면 불안해하는 아이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이 뭔지 모르고 자신의 불안을 숨기며 행동으로 보였다. 욕실을 왔다 갔다 하며 물을 쳐다보는 아이 행동.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자 아이 불안 증세는 심각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나중에는 울면서 물만 보라고 말했다. 아이 불안한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지 몰라 샤워할 때마다 아이와 다툼이 생겼고 화살이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향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자신의 불안한 이유는 욕조에 물이 넘치면 집이 떠내려 갈 거 같아서 무서웠다는 것이다. 친정에 지낼 때만 해도 욕조에 물을 받을 동안 집 정리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릴 때는 증상이 없었다. 가정 형태가 바뀌면서 불안증세가 욕조로 향한 것이다.


엄마가 덤덤하게 일상을 지내더라도 24시간 붙어 있었던 아이는 엄마가 하는 말, 할머니가 하는 말, 전화가 오면 전화로 통해 듣던 말까지 자신의 귀에 들리는 말들이 모두 불안 요소가 되었던 것이다. 1년간 해온 심리상담은 마음속에 품었던 불안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였다. 상담을 통해 나와 아이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제법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된 아이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선생님은 아이가 많은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에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그림은 죽음에 대한 것이었고 나는 놀라고 말았다. 아이에게 '죽음'은 자연스러운 거라고 엄마도 할머니도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은 우주의 이치라고 말했던 것이 아이 심리를 자극했던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미디어로 인한 잔인함과 상대 기분을 찌르는 영상이 많아서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나 어른은 나쁜 말은 스펀지처럼 흡수가 빠르다. 좋지 않은 말, 나쁜 말을 순식간에 배워 행동과 말로 표현했다. 매일같이 이런 단어는 이래서 쓰면 안 되는 거고 저건 저래서 쓰면 친구나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말을 하게 된다.


오늘은 또 어떤 그림으로 아이 마음을 표현할지 설레지만 한편으로 가슴이 철렁할 거 같다. 이번 달이면 마음공부도 끝이 나는데 아이가 학교를 입학하고 친구관계, 선생님 관계에 대한 시회적으로 힘든 부분을 엄마인 나에게 잘 표현해줬음 하는 바람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동딸을 키우는 엄마의 육아 방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