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Jan 09. 2023

남이 해주는 밥이 그립다

엄마 에세이

'엄마 나 해물 파전 먹고 싶은데 해줘'라고 말하던 시절이 요즘 그립다. 그때는 엄마가 지금처럼 많이 아프지 않아서 요리를 해달라고 했다. 기력이 쇠하지 않았기에 부탁하면 엄마는 두말없이 주방에 섰다. 

"너 언제 와. 오면 콩나물 비빔밥이나 수제비 해 먹자" "그럼 다음 날에는 쫄면 해줘. 엄마 쫄면은 맵지만 감칠맛이 끝판왕이야" 내가 지방에 살 때의 대화였다.

혼자 지내던 엄마는 맏이가 친정에 오기를 기다렸고 오면 혼자 해 먹지 못했던 음식 종류를 말하며 해 먹자고 했었다. 그런데 엄마 동네에 이사 오고 나서는 뭐 해 먹자 보다 어디 가서 밥 먹자가 먼저였다. 

"엄마가 한 요리 맛없어서 안 하는 거야?"

"아니 이젠 하기 싫다. 나도 쉬고 싶어. 남이 해주는 밥 먹으면서 편안하게 살고 싶네"

가급적 자신이 한 요리보단 이미 조리된 식품을 찾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젠 요리가 싫은가 보다고 예측할 수 있었다.


"누가 밥 해주면 좋겠다"엄마 말은 오래전에 이해하지 못했다. 내 입맛대로 하는 요리는 그 어떤 것보다 맛있을 거 같아서였다. 근데 요리를 시작한 후로, 주방에 서는 순간 그렇게 먹고 싶던 음식이 요리하는 과정에서 질리고 만다.


"그거야 냄새를 다 맡고 한 요리는 요리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이야. 먹고 싶던 생각이 쏙 들어가거든"

"밥상을 차리고 제대로 못 먹었던 이유가 냄새를 다 맡아서 그랬던 거야"

"응"


엄마는 요리하는 중에 이미 냄새를 다 맡아서 막상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배가 찬 느낌이 든다고 했다. 지금 난 엄마와 조금 다른 이유로 남이 해주는 밥이 좋다.


재료 다듬고 썰기, 그리고 그 후 뒤처리가 귀찮아서 남이 해주는 음식이 그립다. "다른 사람이 차려준 밥상이 너무 좋다" 엄마 역시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주부라면 공감하는 '남이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어'일 것이다. 조미료가 가득한 식당 음식일지라도 때로는 내 손맛이 아닌 남의 손맛이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이 많은 사람은 꿈을 잘 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