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Jan 07. 2023

생각이 많은 사람은 꿈을 잘 꾼다

엄마 에세이

예민해서 그런지 잠을 자는 동안 꿈을 잘 꾼다. 그 꿈이 현실인지 상상인지 헷갈릴 정도로 현실이 똑같을 때가 있는데 이걸 데자뷔라고 했다. 그 데자뷔는 나의 미래 일부분이었다. 한동안 데자뷔로 놀라는 일이 많았다.


일상생활을 하다 어느 순간 '어! 내가 며칠 전 꾼 꿈의 한 부분이야'라고 말하면 주위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봤다.


꿈을 잘 꾸는 사람의 특성을 보면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독 잘 생기는 현상이었다. 엄마 역시 걱정이 생기거나 고민이 생기면 그걸 해결할 때까지 한없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곤 했었다. 


근데 내가 그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해"라고 아이가 물어보면 그때서야 한눈을 팔고 고민거리를 생각하고 있었구나 알고 정신을 차린다. 아이는 늘 어미 눈 속에 살아가는 거 같다. 걱정이나 고민거리가 생기면 두통이 생길 정도로 생각하는 엄마를 아이는 금방 알아버린다. 그리고 이내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는 아이는 자신이 생긴 의문점이 해결될 때까지 물어본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책에서 딸은 자신의 시선이 아니라 엄마의 눈에서 자신의 시선을 찾는다는 문장에서 내 아이의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아이가 엄마 시선을 좇는 모습에 시간을 정하고 고민하기로 했다. 혹여 아이가 있을 때 깊은 생각을 할지언정 일단 시간을 정해야겠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아이가 쉬는 날 어지러운 일을 생각하게 된다면 난 다른 곳에 집중해야 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억지로라도 웃을 수 있는 영상을 보거나 웹소설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들어버린 습관은 버리기가 어려웠다.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도 해결되지 못한 일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모습을 들킨다. 어김없이 "왜?"라는 질문이 들려온다. 아이의 왜라는 단어에 수많은 질문이 있다. 자신에게 집중해달라는 뜻, 지금 고민하는 일이 뭔지 자신에게 말해달라는 뜻, 고민하지 말라는 뜻이 포함된 다양한 형태의 질문이었다. 


고민이나 생각이 많은 기질을 타고난 나는 잠을 자면 고민에 대한 꿈이었고 굉장히 무서운 꿈일 때가 많았다. 이젠 안다. 고민은 짧게, 생각은 그때만 하는 걸로. 알면서 안 되는 것으로 나를 비난하지 말고 애썼다는 것에 칭찬을 많이 한다. 생각해봤자 고민해봤자 해결되는 건 없는데 머리를 싸매고 이 길 저 길을 염두하며 신경을 쓰는지 동생처럼 고민거리가 생기면 그냥 자면 좋겠다.


자려고 누우면 고민거리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녀 잠을 잘 수 없다. 내가 선택한 것은 청소다. 옷 정리를 하던지 이불 빨래를 하고 책을 정리하면 잠시나마 고민은 사라진다. 내가 끙끙거린 고민은 일어나지 않음을 숱한 인생사 고비에서 체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고민을 끌어안고 지내고 있다.


고민은 꿈에서조차 나를 힘들게 했다. 편두통이 오면 나는 안다. 깊게 고민하고 있고 문제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나에겐 큰 발전이고 성장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주 마법을 안 나는 오늘도 우주에 메시지를 보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