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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23. 2022

감기몸살의 최고 처방? 휴식

엄마 에세이

오랜만에 감기몸살을 했다. 아이가 아팠고 고열이 나는 아이를 간호하느라 내 몸을 보살피지 못했다. 결국 아이가 나을 때쯤 내가 아팠다.


팔다리가 쑤시더니 가장 약한 신체 중 허리가 심각하게 아팠다. 자면서 끙끙 앓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잠시 미열이 나더니 이내 좋아졌다. 하지만 목과 콧물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내 주위를 맴돌았다.


내일이면 아이는 원에 간다. 이틀만 다녀오면 방학이라서 유치원 가야 하고 금요일 크리스마스 행사와 목요일 아바다나 행사에 꼭 참석해야 한다고 했다.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하더라도 가겠다고 한다. 


굳이 말릴 생각은 없다. 아이는 자신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니깐. 뭐 극심하게 아프더라도 견학이라던지 소풍을 가는 아이지만, 원에서 생활한다면 아프다고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것이다.


같이 아프니 함께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저녁 먹을 시간이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었던 어제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몸살이 심했다. 독감이 아니었다는 것에 그저 고마웠다.


하루종일 흐리던 하늘을 바라보며 병원 가지 않고 콧물과 기침을 이겨보기로 했다. 아이도 병원 가지 않고 이겨보겠다고 말했다. 


먹고 자는 신생아가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나와 한 약속 하루쯤 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는 나에게 얼마나 기뻤던지. 예전 나라면 아마도 나를 다그치고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그 정도는 엄살이야'라고 말이다.


그건 엄살이 아닌데 정말 아파서 몸져누웠는데 남의 말에 내가 엄살을 피우고 있구나라고 남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쓰러지지 않으면 괜찮은 거라고 스스로 세뇌했던 지난날들을 되새김질하니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아프면 쉬는 것이 최고의 처방이고 나에게 주는 고마운 휴식시간이다. 오늘은 목이 부었는지 침을 삼킬 때마다 따가웠다. 임신 막달에 담가둔 생강청으로 따가운 목을 충분히 달래주었다.


내일은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휴식이 필요할 때는 꼭 쉬자. 그건 뒤지는 내가 아니라 앞으로 걸어 나갈 힘을 비축하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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