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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23. 2022

어릴 때 크리스마스 풍경 회상

엄마 에세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예쁘게 만들어볼래? 말하면 비웃는 사람이 있을 테다. 아주 오래된 추억을 꺼내어 아이와 카드를 만들 생각 하는데 과연 아이가 엄마의 추억을 공감할지 모르겠다. 요즘 예쁘고 멋진 카드가 많아 손품, 발품 없이도 좋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


크리스마스만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든 기억이 떠오른다. 몇 살 때인지 모르겠지만, 초록색 책상 앞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미술 시간에 집중했다. 미술에는 잼병인 내가 친구들 주려고 없는 아이디어를 꺼내어 카드를 만들었던 그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는 똥 손이었기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불안했다. 만드는 과정은 재미있었으나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힘들었다. 친구 카드를 모방하는 건 한계가 있었고 새롭지 않았다.


반짝이 가루를 뿌려서 화려한 크리스마스를 표현한 친구를 따라 해보기도 하고 반짝이는 스티커를 붙이는 그 과정이 설렜다. 내가 만든 카드를 받는 친구 얼굴을 상상하는 그 과정이 즐거웠다. 속지를 붙여 꾹꾹 눌러쓴 글에는 '나를 더 사랑해줘'라는 갈구의 말만 있었던 시절이 떠올라 부끄럽다. 사랑받고 싶었던 시절에 손재주가 없는 나는 열과 성의를 다해 카드를 만들었다.


이 시절이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지금 내 아이와 나눌 수 있는 추억거리가 있기에. 만들기를 좋은 아이는 나보다 손재주가 좋다. 솜씨가 좋아서 서로 멋진 카드로 대결하며 12월을 즐겁게 보낼 예정이다. 재료를 구하는 재미도 있을 거 같고. 요즘은 인터넷이든 오프라인이든 재료 구하기는 쉬우니 말이다. 엄마는 만들기에 재능이 없지만 아이 눈에는 엄마가 만든 것들이 위대해 보이고 잘 만들었다고 말해준다. 소소하게 이루어지는 일상은 훗날 아이에게 추억이 된다. 나처럼 말이다.


다음 주는 아이와 카드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원하는 카드를 만들어 서로 주고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 추억을 덧 입히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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