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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11. 2023

'다름'을 배우기 위해 글을 쓰는 나

엄마 에세이

규칙과 규율이 살아가는데 필수라고 생각했다. '여행'은 늘 분주하게 헸다. 아이 필수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챙겼다. 건강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내가 불안해서 챙겼던 상비약이 한 보따리가 되었다.


이것이 곧 나만의 계획이었다. 허둥지둥 자체를 못 받아들였고 나를 인정하지 못했다. 꼼꼼하다 못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나였다. 고로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을 강요했고 피곤하게 했다.


아이가 어릴 때 친정집 나들이 할 경우 짐 보따리가 엄청났다. 한 달 정도 휴가 가는 사람처럼 짐을 챙겼다. 이런 습관은 '집에 있는 물건인데 돈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있었다. 기저귀도 하루 몇 개 쓰는지 체크하고 여행 기간에 맞게 챙겨 외출이나 여행을 했던 기억이 난다. 대충 준비해서 가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고 난 후 알게 되었다.


대충 살아도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것들은 내 주위에 있었다. 난 그걸 허락하지 않았고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생을 어렵게 살았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고서야 '없으면 사면되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외출이나 여행을 하게 되었다. 기본적인 것만 준비하면 편의점에 없는 것이 없는 우리나라 편리시설을 인정했다. 가격은 비싸겠지만.


지금은 짐을 덜 가져 가자라고 마인드가 바뀌었다. 혼자 짊어져야 하는 짐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뚜벅이 여행을 하는 나는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는 여행을 청산했다. 즉흥 여행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우고 하나부터 열까지 챙겼던 나를 버리고 나니 홀가분 기분이 들어 여행하기가 한결 편안하다. 이렇게 되기까지 나는 나를 키워야 했다.


나와 다른 성향의 책을 읽어야 했고 SNS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보며 익혔다. 굳이 계획하지 않아도 여행은 되었고 계획대로 되지 않은 것이 여행이었다. 계획형 나를 오래전 주터 알고 있었음에도 인정하지 않았다. 계획적이야 말로 세상 살아가는데 쉬운 길이라고 생각했고 곧 진리라고 믿었으니깐.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나와 다른 사람을 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은 사람을 남 모르게 비방하고 있었고 내 나름대로 재단하고 판단해 버렸다. 나와 다름은 곧 나와 함께할 사람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것이다. 이렇게 또 배운다. 글을 쓰면서.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아이 놀만한 시설을 알아보고 가지만,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여행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친구가 없고 아는 지인이 없는 나는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며 말하기를 '폐쇄적이다'라고 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이 폐쇄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사람은 사교성이 뛰어나 여러 사람 모여 있는 걸 좋아하는 반면, 나는 혼자서 에너지를 채워야 했다.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 당시가 떠오른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참 많이 아파했고 마음을 닫았던 결과가 지금이다. '다름' '인정' 단어를 찾기까지 수없이 다쳤던 지난날들. 다름은 때론 나를 숨통 트이게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지나치게 준비했던 나였고 이런 나를 털어버리게 했던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다. 시야가 조금은 넓어진 거 같다. 그 길에는 글과 함께라서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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