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유치원 생활이 짧았던 딸은 미련이 남았다

엄마 에세이

by 치유빛 사빈 작가

유치원 생활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2학기 수업을 마치며 딸은 행복하면서도 섭섭해했다.

아이는 왜 이제야 유치원을 다녔을까? 하는 말을 했고 이렇게 재밌는 곳을 그동안 무서워했다는 것에 안타깝다고 했다.


할머니집에서 지낼 때 유치원을 보여주며 다니지 않을래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딸은 그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또래 친구가 다가오면 놀라고 또 놀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행동을 보였다. 그때 세상 모든 것이 무서웠고 두려웠던 딸을 인지한 눈치 빠른 엄마는 아이가 원할 때 유치원을 보내도 늦지 않을 거 같았다.


내가 생각한 대로 7세가 될 무렵 아이는 작은 사회인 유치원 집단생활을 하게 되었다. 1학기에는 다소 집단생활에 어려움을 보였고 2학기에는 더 폭넓게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선생님 말에 감격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성장과 규칙과 규율을 배워가는 아이가 참 대견스러웠다.


다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이따금씩 보였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많이 성장한 딸은 내가 관찰한 것과 선생님이 관찰한 것이 일치했다. 예체능에 재능을 보였고 활동적인 아이를 한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나와 다른 인격체의 아이는 동적인 아이였다.


독한 독감을 이겨내고 목요일 유치원 행사에 참여한 아이였다.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몸이 아프더라도 감행했던 딸이었다.


목요일은 아나바다 행사에 금요일은 크리스마스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아이 모습에 오늘 활동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확연하게 보였다.


설렘 가득

기쁨 가득

행복 가득 채워 나에게 뛰어오는 아이는 자랑하기 바빴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치원 생활이 아쉬운 나머지 내년에도 유치원을 가겠다는 말을 했다. 아이의 말에 나는 또 한 번 아차 했다. 엄마의 얄팍한 생각과 기준으로 너를 재단하고 판단했다는 어리석음의 깨달음. 아이를 한번 믿어볼 것을. 일단 경험을 해보도록 이끌어줄 것을. 엄마가 세상이 무서워 세상으로 나가려는 아이 발목을 잡고 말았던 지난 과거로 아이에게 미안했다.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는 너는 지금은 유치원 가면 안 될 거 같다고 네가 가고 싶어 할 때 보내줄게라는 이기적인 엄마 마음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건 나 자신에게 했어야 할 말이었는데 나는 내 아이에게 말하고 말았다. 이미 아이는 사회에 나갈 준비가 다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안된다고 말하니 아이 생각에 유치원 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유치원 생활이 마지막이라 아쉬워하는 아이를 보며, 내년에는 무시무시한 학교가 아닌 유치원에 가겠다는 말을 하는 아이를 보며 오늘도 엄마는 반성한다.


유치원도 재미있지만 학교는 이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현실은 아니라서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너를 믿어주지 못해 이 재미나는 생활을 1년만 경험하게 해서 미안한 이유를 말했고 아이는 그저 듣기만 했다.


미련이 많이 남는 유치원 생활 1년은 아이 기억에 오래 머물 거 같다. 금요일 크리스마스 행사를 하고 나온 아이를 바라보며 행사가 너무 재미났고 산타 할아버지는 안전요원 할아버지였다며 가짜 산타 할아버지가 와서 속상했다고 한다. 놀이 유치원에 가게 된 것은 우연이었고 놀이에서 배운 규칙과 규율에서 반항심이 생겼던 아이는 어느덧 집단생활에서 규칙과 규율이 왜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안전을 위함이라는 걸.


더는 언니가 되고 싶지 않은 아이 내면에는 현재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는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언니가 되면 책임져야 할 무게감을 알아버렸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짐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언니가 되면 엄마 도움 없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무게감에 그토록 언니가 되고 싶다고 하던 아이는 언니가 되기를 포기하려고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던 엄마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해결하라고 말과 행동을 보여니 어안이 벙벙한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민다. 아이 손발이 되어주던 엄마가 더는 자신의 손발이 되어주지 않자 속상한 마음을 내비친다.


여덟 살 삶에는 어떠한 일로 행복해하고 기뻐할지 아이 성장이 기대된다. 한해 한해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롭다. 유치원 생활은 짧아서 오히려 초등학교 생활을 적극적으로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엄마는 믿는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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