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세이
전업주부라서 지속 가능한 것이 뭘까? 경단녀인데 지속 가능한 일은 뭘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이건 유튜브 계정을 오픈한 직후였다. 불과 3년 전 일인데 그때는 돈 되는 모든 걸 가급적 접해보려고 노력했던 때였다. 주부라면 익히 요리라든가 살림 노하우 청소 노하우등 다양한데 지속가능한 것이 없냐고 나 자신에게 물었다. 사실 주부의 명함은 반갑지 않다. 요리는 생명을 보존하기 위함이었고 살림은 노하우가 딱히 없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혹하기 그지없었던 시절이었고 나로 살기 위해 시작한 시점이라서 딱히 잘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책을 읽고 있으니 책리뷰와 매일 먹는 삼시세끼 리뷰를 해보기로 했다. 환자가 뭐를 먹고 사는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는데 나와 맞지 않음을 그해 연말에 깨달았다.
지속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미가 있거나 특유한 콘텐츠가 아니었고 늘 똑같은 일상을 찍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영상을 주 2회 올렸고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뭐든 꾸준히 열심히 하면 성과를 본다고 하지만 유튜브는 나에게 있어 힘듬이었다.
특히나 편집에서 매번 걸렸다. 기계치는 여기서 포기하게 만들었다. 해보면 어렵지 않은 일을 지레짐작으로 겁을 냈고 하기 싫은 일 앞에서 없는 핑계까지 대었다. 지금도 여니는 자신의 영상을 제발 올려달라고 말한다. 우리도 조회수 많이 얻을 수 있다고 아주 조그마한 녀석이 엄마에게 힘을 주고 용기를 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부산에서 정착하면서 아니 천안에서 보낸 몇 개월간 영상을 찍어보려고 했다. 근데 정신은 이미 내 정신이 아니었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사진만 찍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아쉽다.
몇 달 전 디톡스 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야 함을 잊어버렸다. 디톡스가 끝나고 생각이 났다. 매일 뭐를 먹었는지 어떻게 견디며 이겨냈는지 영상을 담아 놓았다면 먼 훗날 도움이 될 텐데 라는 후회를 많이 했다.
동생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퉁퉁 부었던 나를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가 없어서 영상을 찍어야지 생각했음에도 포기했었다. 유튜버들은 카메라와 한 몸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데 난 아니었나 보다. 사진은 필름 세대라서 그런가 영상에 익숙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다. 오래전 동생은 이쁜 곳이나 사람 표정을 늘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는 동생이 한심스럽게까지 보았다. 그때 동생은 "언니는 왜 사진을 안 찍어? 이거 다 추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굳이 추억을 들춰볼 일이 있겠어. 난 지금도 충분히 힘든데"라고 말했다. 동생은 힘든 일이 있어도 멋진 카페나 맛집을 가면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조카는 사진이 참 많다. 부럽기도 했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참 많이 힘들었나 보다. 사진 찍을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은 삶을 살아내느라 말이다. 아직도 사진 찍고 영상 찍는 일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피부로 느껴 귀찮더라도 카메라를 들이댄다.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방송국 촬영할 때마다 PD가 한결같이 물어본다. "아팠을 당시 사진 없어요. 약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다 빠진 사진은 없나요"라고. 그때 알았다. 보기 싫은 내 모습을 사랑했더라면 영상이든 사진이든 남겨두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들춰볼 수 있는 거, 인생에서 남는 건 사진이라고 했는데 난 왜 다 지워버렸을까 하고 되물었다. 미래는 알 수 없었으니 머리카락이 다 빠진 처참한 내 사진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습관이었다.
지속가능한 것을 찾다 주저앉고 일은 바로 유튜브다. 묵묵히 자신의 패턴대로 하던 분은 이미 앞서갔고 나처럼 주저앉은 사람은 쉽게 포기하고 마는 것이 유튜브 세계인듯하다.
올해 초 잠시 영상을 촬영하다 말았다. 그리고 편집하기 싫어 미루어둔 영상이 엄청나다. 언제 다 해결할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나는 지속가능한 일을 찾고 있다. 나에게 찰떡처럼 달라붙는 지속가능한 일이 뭘지 오늘도 내년도 과제로 남을 거 같다. 본인 자신을 본인이 가장 모른다는 사실을. 난 잘하는 게 없어가 아니라 찾아보면 잘하는 게 하나는 있어 나를 쳐다보고 말하고 더는 미루는 건 금물이라고 다짐한다. 사실 꾸준히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 꿈만으로 그치지 말고 재도전하는 한해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