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을 끝낸 후 새벽에 코 막힌다며 자다 깬 여니는 콧물과 함께 주말을 시작했어요. 비염인데 이게 나중에는 열을 동반해서 몇 날 며칠을 고열에 의해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나서 주말에 병원에 다녀왔죠.
선생님은 비염인데 알레르기 검사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여니는 생후 14개월쯤 지독한 고열로 인한 입원이 처음이었거든요. 피검사도 그때가 처음이었고요. 여태 크면서 크게 아프지 않아서 피검사를 생각하지 못했죠.
주말을 잘 보내고 월요일이 되니 열이 나기 시작했고 화요일까지 집에서 저와 집콕 중이었어요. 금요일부터 어제까지 5일을 저와 함께 지내게 되었는데요. 심심하데요. 심심하죠. 엄마는 노트북과 폰으로 씨름 중이고 자신은 기침과 콧물로 사투를 벌이고 있으니 말이죠.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포스팅이나 할까 싶어 자세를 잡으니 "엄마 심심해. 나 유치원 가고 싶어"그러네요. 밤새 열이 나지 않아 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다 하루 더 경과를 지켜보려고 쉬게 했더니 몸이 좋아지니 심심한가 봐요.
2023년 2월 10일 금요일 여니의 첫 졸업식을 했습니다.
여니가 태어나고 3년 만에 코로나가 터져서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았죠. 사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이를 어디에 보내는 건 아닌 거 같아 데리고 있었어요.
1년 유치원 생활은 여니에게 정말 행복했고 새로운 경험을 했을 거예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우고 규칙을 배우는 과정이 힘들다고 했거든요. 그 과정을 잘 넘기고 졸업하는 여니를 바라보면서 어찌나 대견스럽고 흐뭇하던지요.
유치원 졸업식 날
친구와의 관계도 잘 유지하고 있었어요. 살갑게 다가가는 여니를 보며 '엄마를 버리고 또 친구한테 가네' 못난 엄마의 속 시끄러운 소리를 해댔던 날이기도 하고요.
영광스러운 1회 졸업생이 된 여니는 1회가 뭔지 모르고 원장 선생님 말을 경청했지요. 다들 아이들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지 카메라로 아이들 모습을 담는 엄마와 아빠 모습을 보며 저는 저를 또 지적했습니다.
세상에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가지 않은 거예요. 스마트폰 배터리가 40프로로 아이 영상을 겨우 담은 엄마라며 저를 얼마나 질책했는지 몰라요.
괜히 아이에게 미안했는데요.. 아이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있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어요. 혼자서 저를 비난하다 남과 비교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졸업생들이 부모님에게 보여 준 율동과 노래에 저는 눈물이 흘렸어요. 그냥 벅차올랐습니다.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이를 잘 키워낸 내가 대단해서 흘린 눈물이자 이런 엄마 마음을 알고 크게 아프지 않고 크게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가 존경스러워서 흘렸던 눈물이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또 울겠죠. 감정이 벅차올라서 말이죠. 혼자서 오롯이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부담 100프로 아니 200프로 이상이 됩니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니깐요. 의논하고 상의할 상대가 없으니 말이죠.
딸 졸업식을 바라보며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이유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고 뭐니 뭐니 해도 아이를 내 안에 가두어 키우는 우물 안 육아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배려해 줄 수 있는 멋쟁이 엄마가 된다면 아이를 더 이해하고 믿어주며 안아주고 포옹할 거니깐요.
혼자 육아를 하려면 많이 배워야 해요. 공부보단 아이 마음을, 지식보단 인성을 제대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유치원 졸업식 날
아이가 상장을 받는 순간에도 눈물이 났고 졸업장을 받으러 나가는 아이 뒷모습이 어찌나 늠름하던지요.
제가 아이를 제대로 키웠는지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졸업식이었고 당당한 아이 뒷모습을 보며 내가 세상을 아주 당당하고 힘차게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구나 느꼈어요.
딸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연습하던 대로 잘 걸어가고 있었어요.
마지막엔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하는데 신기했어요. 내 품에서 24시간 6년을 지내던 아이가 내 품이 아닌 자신의 세계에서 즐길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어요. 제가 바라던 거였거든요.
자기 세상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저처럼 주눅 들지 않고 숨지 않고 숨기지 않은 그런 삶을 살아가기를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 바람은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믿었던 결과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아이 뒷모습에서 '엄마 이제 걱정 마. 내가 이렇게 자랐어. 대견스럽지. 엄마가 바라던 그 길로 나 스스로 걸어갈 거야. 나 믿어줘'라는 말처럼 보였어요.
눈물이 나서 혼쭐 났던 졸업식. 졸업생들에게 나누어 준 선물과 졸업앨범을 받고선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어요. 좋은 날이니 택시를 탔죠. 외식하면 좋았겠지만, 여니가 집에 가자고 해서 곧장 집으로 왔어요.
집에 오니 너무 좋다며 방긋 웃는 여니는 졸업식이 끝나면 곧바로 초등학교로 가냐고 묻더군요. 초등학교를 기다리면서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다고 합니다.
저와 함께 예비 초등학교를 다녀왔는데도 두려운가 봐요. 아무래도 포근했던 유치원 분위기와 다르니 아마 두려운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친절하게 너를 인도해 줄 거라고 거기 있는 친구들은 다 너처럼 처음 온 학교라서 두려울 거고 설레기도 할 거라고 말해줬어요.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히려 용기가 많은 거 같아요. 엄마가 염려하던 부분을 말끔히 해결해 주니 말이죠.
부끄러움 많고 수줍은 많은 딸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제법 성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걸로 된 거죠. 3월 2일은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입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어요.
이번 주는 아이 가방과 신발주머니를 사러 가야 해요. 요즘 가방이 무섭게 비싸던데. 그렇다고 자신 마음에 들지 않은 가방을 사주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주말에 백화점을 가보려고요.
저 대견하죠. 잘했죠. 이 칭찬은 내가 나에게 합니다. 아주 잘 키워 냈다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라고 저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