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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혼자 뺀 유치를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

엄마 에세이

by 치유빛 사빈 작가

명쾌한 주말을 보내셨나요?

저는 늘 그렇듯 변함없이 오늘이 주어지면 오늘만 산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요.


미래를 알 수 없으니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우리들 몫이니깐. 몇 주 전 여니가 심하게 앞니가 흔들렸어요.





이가 빠지기 전에 이가 흔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이가 잇몸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어! 새 이가 지금 올라오고 있는데 헌 이는 왜 흔들리지 않지"라고 말한 적이 있었어요.

다른 분들이 곧 흔들릴 거니깐 미리 병원 가지 말고 지켜보라고 하더군요.


여니는 자신의 이가 흔들리지 않고 새 이가 올라오는 것이 못내 불안했던 모양이에요.

"나는 왜 이가 안 흔들려? 무서운데"라며 말했거든요.


이가 흔들리지 않고 영구치가 올라오면 가기 싫은 치과를 가야 한다는 걸 알기에 그냥 쉽게 이가 빠질 길을 바라며 기도하는 모습이 어찌나 애잔하던지요.


그러다 유튜브를 검색하며 열심히 영상을 보는 여니를 포착했어요.

"너 뭐 보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저기 저 친구는 집에서 이를 뺐는데 그거 있잖아. 마이쥬로 뺐어"라며 아주 유심히 지켜보더라고요.

"너도 저 친구처럼 병원 가지 않고 이를 집에서 빼고 싶니"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는 거예요.






아이의 간절함은 곧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하루 이틀을 보내다 딱딱한 과자를 먹은 어느 날,

"윽, 이가 아파"라고 말하는 아이는 흔들리는 이를 모르고 사용하다 이가 아팠던 모양이었어요.


아픈 이로 씹지 말고 안쪽에 있는 어금니로 먹으라고 했더니 과자를 못 먹겠다며 더는 먹지 않았어요.

흔들리는 이를 만져보며 "이상해! 너무 많이 흔들려. 엄마가 실로 빼주면 안 돼"라고 말하는데 저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어요.


실로 도전하다 이내 "엄마도 무서워서 못 할 거 같으니깐 저번에 본 영상처럼 캐러멜로 이를 뽑아 볼까"라고 말했죠. 여니는 잊고 있던 그 영상을 기억하더니 그렇게 해보겠다며 간식 창고로 향했고 이내 캐러멜을 입속으로 넣는 모습까지 봤죠.


그러다 "엄마 안 되겠어"말과 동시에 이가 캐러멜에 의해 빠진 거예요.




위에 사진을 보면 하얗게 보이는 이가 바로 여니 흔들리는 첫 유치입니다.

캐러멜로 흔들리는 이를 뺀 경험을 했어요. 그것도 아주 수월하게 말이죠.


여니는 영상이 거짓말하지 않았다며 다음에도 흔들리는 이가 있다면 캐러멜로 뺄 거라는 자신감을 보였어요.

그동안 나지 않던 어금니가 올라오고 있고 앞니 4개가 잇몸을 뚫고 영구치가 올라오려고 준비 중입니다.


아이는 신체적으로 성장으로 하고 있지요. 신체가 성장하면 정신도 성장한다는 말과 같아요.

우리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 설레는 지금입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만큼 저도 성장하여 아이 뒤에서 힘이 있는 엄마가 되겠죠.

육아는 힘들지만, 다른 면으로는 또 다른 성장이 기다리고 있어서 내일을 살고 미래를 설계하는지 모르겠어요.


바람이 제법 쌀쌀한 월요일입니다. 막바지 추위라고 하는데 이 추위는 오래 머물지 않고 지나가죠.

어려운 요즘 이 또한 지나가리라 믿으며 미래가 불안해하는 저를 다독이며 '오늘을 사세요'를 외우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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