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변한 거 같은데.."라며 저를 떠봅니다. "오늘 미용실 갔다 왔어. 어때? 엄마 이뻐"라고 말했더니 "와! 우리 엄마 정말 이쁘다. 젊어 보이는데. 아이돌 언니들처럼 이뻐"라고 버스 안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저를 힐끔 쳐다보며 칭찬해 줬어요.
어두운 색상의 머리카락을 오래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런지 검은색 머리카락도 이뻐 보이기도 하고 지금 색깔도 이뻐 보인다며 왔다 갔다 하는 여니 말에 저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니야! 오래도록 검은색 머리로 있어서 그렇게 느끼나 봐. 엄마는 이 색깔이 마음에 들고 엄마한테 너무 잘 어울리는데 여니도 그렇게 보이는 거지"라고요. 아이는 그 말이 맞는다며 "20대 언니들 같아. 예전에는 늙어? 보였는데. 지금은 내 마음에 들어. 정말 마음에 들어" 말하며 이 머리 색깔로 유지해 달라고 합니다.
이따금씩 변화를 주는 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는 거 같아요. 단골 미용실에서는 40프로 할인이 되어서 염색과 파마를 하더라도 10만 원 정도였어요. 길이 추가까지 했는데 비용이 저렴해서 일 년에 한 번 미용실을 찾더라도 부담이 줄어들어요. 그리고 유일하게 남은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하지요.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네일, 미용실에 자주 가는 거 아니야"라고요. 저는 이렇게 답해줍니다. "내가 술을 마시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를 자주 만나서 밖에서 돈을 쓰는 것도 아니야. 유일하게 하는 소비가 네일 아니면 미용실인데 이것마저도 안 하면 나는 어디에서 스트레스 풀어? 이렇게 나를 위해 쓰고 나면 여니를 보는 것과 집안일을 하면서 힘이 나. 자주 쓰는 낭비가 아니라 어쩌다 한번. 미용실은 일 년에 한 번 가는 건데.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말이 맞거든요.
친구를 만나서 노는 것이 아닌 오직 아이를 돌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딸은 낭비라고 볼 수 없는 거지요. 유일하게 하는 건 책 쇼핑이나 할까? 이건 낭비가 아니잖아요. 지식을 얻고 지혜를 얻는 것이기에 나에게 하는 투자인 거죠. 책을 쇼핑하다 보니 자연스레 사라진 욕구 충족 의류 쇼핑은 소멸되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게 되었던 계기가 바로 독서라고 자신 있게 말해요. 자제력이 생기고 '굳이 이 옷이 필요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니깐요.
집에 있는 옷을 다시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근데 머리카락은 정말 정리하지 않으면 아파 보여요. 아픈 사람이 더 아파 보이는 건 저에게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밝은 염색으로 기분을 전환해 봅니다.
꽃이 피는 계절 봄이 왔어요
가지만 앙상한 꽃나무에서 노란색 꽃술이 올라오고 빨간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자연은 봄을 알리고 있죠. 자연의 소리를 듣다 보면 저 역시 자연의 소리에 이끌러 저부터 묵은 때를 벗어 봅니다. 일단 저부터요. 오래 묵혀둔 때를 말끔하게 벗겨내고 나니 봄이 더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