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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는다는 건

엄마 에세이

by 치유빛 사빈 작가

갑작스러운 소식에 멍해지는 아침을 맞이했어요. 이유 없이 흐르는 한숨 소리.

가족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소식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믿었거든요. 일어날 수 있다고 확신했거든요. 내가 그렇게 삶을 이어갔으니깐. 그 아이도 나처럼

남은 삶을 포기하지 않고 기적적으로 일어날 거라고 믿었고 확신했어요.


근데 돌아오는 소식은 황망하고 허망하기까지 해요. 같이 산전수전 겪었던 하나뿐인 내 동생을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하늘이 우주가 신이...


그래요. 머리로는 다 이해했어요.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면 다시 흙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걸요. 그러나 너무나 이르게 도착한 소식에 억장이 무너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아요.



하루를 살지, 일주일을 살지, 한 달을 살지 모르니 환자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 마음껏 먹게 해 주세요.



이게 동생 주치의가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정말 가망이 없을까요? 기적은 분명히 있어요. 제가 기적을 경험했던 사람이라서 동생에게도 그 기적이 올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불과 작년 이맘때 함께 경락을 받으며 마비된 팔을 재활했어요. 근데 일 년이 채 되기 전에 병은 악화가 되었고 자신의 몸조차 가눌 수 없게 되었으며 그 아이 볼 자신이 없어 하루 이틀 미루고 말았어요.


작년에 그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했어요. 함께 나누어 먹으며 기뻐했던 그 아이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져요. 엄마 음식이 그리워 다른 사람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그 아이 소식에 가슴이 내려앉아요.


기적을 너무 믿어서 일까요? 현실을 자꾸만 부정하게 됩니다. 그 아이는 나처럼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 비극적인 소식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아요.


언제 어떻게 그 아이 소식이 도착할지 몰라 가슴이 조여와요.


그제는 엄마가 가슴이 조여온다며 숨을 쉴 수 없다고 했죠. 너무 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스트레스가 쌓였던

모양이었어요. 얼굴색이 노랗다 못해 백지장처럼 차가워진 엄마 모습에 엄마마저 어떻게 될 거 같아 외출을 미루고 엄마 집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죠.


약의 기운을 빌려 잠시 안정을 취한 뒤 괜찮다고 하더군요.


"동생 시어머니 전화를 받고 신경을 너무 썼나 봐. 한동안 없던 심장 발작이 또 시작이네"라고...

동생 병세가 깊어지면서 딸아이를 먼저 앞세워야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안 엄마의 몸 반응이었던 거예요.

"그저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각자 삶이 있다 보니 그 아이를 24시간 볼 수 없잖아. 엄마도 앉으나 서나 마음으로 기도해. 내 자식 살려달라고 말이야"

엄마는 저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어요.


저와 엄마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꼭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지만 마음 한편으로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걸 알아요. 그 아이를 우주와 신에게 맡기는 수밖에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입니다. 간절하게 기도해 볼래요.









조금만 더 살아줬으면.

아이가 대학생이 되는 것만 본다면.

너의 환한 웃음이 보고 싶어서 오래된 추억을 꺼내 들고 속으로 울고 또 울어.

너와 난 고난의 역경을 수없이 겪은 자매이자 결혼하기 전까지 서로 가정을 이루기까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동반자이자 친구였잖아. 근데 의사의 말에 허망해. 멀쩡하던 네가 이토록 아파해야 하는지.


멀쩡히 나와 대화하던 네가 더는 나와 대화조차 안된다는 소식에 널 볼 자신이 없었어.

너를 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아서. 너희 식구들은 안간힘으로 버티고 있을 텐데.

아파하는 너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텐데. 내가 거기서 울 수는 없잖아. 그래서 너를 보러 가는 그 길이 무겁기만 하다. 더 많이 후회하지 않게 용기를 내어야겠지.


정신이 있을 때,

서로 눈빛을 교환할 수 있을 때,

너를 눈에 넣고 가슴에 담을 수 있을 때,


내가 용기를 내볼게. 그러니 너도 포기하지 말고 일어날 수 있다는 마음만

먹기를 바란다.


넌 강하잖아. 넌 나보다 용감하잖아. 일어나자. 모든 신에게 기도하자.

살게 해달라고 말이야.


내가 너를 어떻게 가슴에 묻어.

너의 딸을 보면 가슴이 무너질 거 같고 너의 남편을 보면 안타까워서 어떻게 너를 보내.

우리 모두 너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네가 마음을 바꿔. 예전처럼 다시 살겠다고 말이야.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거 알지. 너와 내가 다른 성향과 기질을 가져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우리는 혈연으로 연결된 가족이니 이해하고 타협하며 살았어. 너와 나눈 추억을 상자에 고이 넣어두어야 하는데 좀처럼 되지 않아. 상자에 넣어두는 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거 같아서 싫어.


너를 많이 좋아하고 생각하는 여니가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해. 엄마와 함께 너 보러 갈게. 언니가 용기를 내볼게. 아픈 널 볼 용기를 내볼게. 그러니 웃으면서 반겨줘.


사랑한다 사랑해 동생아! 매일 너에게 편지 써야겠다. 이 편지가 홀로 그 길을 갈 때 함께 갈 수 있게. 힘들고 지칠 때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해 줄 거야. 내가 더 강한 마음을 먹을게. 아직 넌 살아있고 병원에서 한 말은 그저 의학 서적에 의한 결말이겠지.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힘을 믿어보자. 난 내가 있는 자리에서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 너를 살려달라고 말이야. 지금은 아니라고. 조금 더 살다 갈 수 있도록 온 우주에게 기도할게. 그러니 힘내. 알았지!


2023년 3월 21일 너에게 보내는 첫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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