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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책이 도착했어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by 치유빛 사빈 작가

어제 오후 집 근처 목욕탕을 다녀왔어요.

물놀이가 너무 그리운 여니를 위해서요.

물놀이 가자는데 저는 물이 너무 무서워요.

아주 어릴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 후로 물놀이는 남의 놀이가 된 거죠.


근데 여니가 수영도 하고 싶고 물놀이도 하고 싶은데

엄마가 끔쩍하지 않으니 목욕탕이라고 가자고 하는 거예요.


코로나는 아직 우리 곁에 있지만 목욕탕을 가야 했어요.

실컷 놀다 나오니 오후 4시가 넘었죠.


문 앞에 출판사에서 온 책이 도착한 거예요.

곧장 풀어서 영상도 찍고 썰을 풀어야 하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미루게 되었어요.


다음날 (오늘) 아침을 먹고 영상을 찍었어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실물이 더 깡패랍니다.

표지도 깔끔하고 새 책의 냄새가 너무 좋은 거 있죠.


몇 권 더 주문했어요.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부수 말고 제가 원해서

더 주문했거든요.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려고요.

그리고 서평 모집을 할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서평이 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책을 받고 서평을 안 쓰는 분들도 더러 있잖아요.


피 같은 내 자식이 귀한 취급을 못 받으면 정말 속상할 거 같기도 하고요.

조금 더 고민을 하고 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에게만 서평을 의뢰할까 싶어요.


많은 홍보가 저에게 그리고 출판사 측에 큰 도움이 되니깐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활짝 핀 저의 얼굴 보세요.

사실 늦잠을 자고 얼굴이 부었어요.

그래도 참 아름다워요.

지금 있는 그대로가 참 멋지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곧장 박스를 풀었는데요.


귀하게 태어난 내 자식이 도착하니 감개무량했습니다.

얼마나 수정하고 얼마나 교정했는지 몰라요.


아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탈자가 있을지 몰라요.

발견하시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꼼꼼하게 보고 또 봤는데 늘 놓치는 오탈자가 있었어요.

문장 흐름도 어긋나기도 하고요.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저보다 아이가 더 기뻐했어요.

책 속 글자들을 보더니 "이거 엄마가 정말 다 쓴 거야" 놀라면서 물어보는 거예요.

엄마가 다 쓴 거라고 하니 깜짝 놀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여니는 엄마가 그리고 책이 신기한가 봐요.

엄마가 항상 "엄마는 글을 써야 하니 너 혼자 놀아"라고 말한 것이

거짓말인 줄 알았나 봐요.


쪽수로 300장이다 보니 두께감이 있어요.

저의 자식과 같은 첫 책은 집의 가보가 될 거예요.


절실함이 있었기에

간절함이 있었기에

글을 쓰는 일에 매진했는지 모르겠어요.


이 길만이 저를 살릴 거 같았거든요.

이 길만이 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었거든요.


숨지 말고

내놓아야만 했던 2018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저의 운의 변곡점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쓰다 점점 꿈이 커졌어요.


적은 금액이라도 내가 번 돈이 종잣돈이 되어 줄 거라는

믿음이 확실했습니다.


이렇게 꿈이 생겼고 목표가 생기니 더는 시간을 무의미하게

허비할 수 없었어요.


썩은 무라도 잘라서 결실을 보자고. 숨기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그때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쓸까 말까 두 갈래의 길에 놓은 분이라면 그냥 해보세요.

돈 드는 일이 아니잖아요.


쓰는 일이 재미있어지면 또 다른 꿈이 생기니깐요.

저처럼요.


사실 저는 책 판매한 돈이 시드머니가 되어 돈을

불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드라마 작가도 하고 싶어' 원대한 꿈은

상상 이상으로 가지치기를 하더군요.


이 꿈만으로 정말 행복했고 가슴이 벅찼어요.

그래서 글을 썼고 출간 계획서를 작성했으며

투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원고를 정리하고 출간 계획서를 다시 작성하려던

그 시기에 불행이 초고속으로 다가왔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행이 휘몰아쳤고

책 읽을 시간, 글 쓸 시간을 모조리 앗아갔습니다.


불행을 준 그 사람이 정말 미웠어요.

근데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모녀에게는 불행만 있지

않았어요.


밝은 태양은 아늑한 햇살로 변해 나와 아이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당시 출판 계약서를 뒤로한 채 현재에 집중했습니다.

우선순위를 먼저 세워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저의 첫 에세이인 <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에

다 실려 있습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솔직 담백한

싱글맘 고백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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