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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l 12. 2023

누가 축하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축하해 주면 돼

소통 글쓰기 테라피

어제는 초복이자 양력 생일인 나의 생일이다.

마흔 생일을 기념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음력 생일로 지내다 양력 생일로 바꾼 이유가 있다.

음력 생일은 6월 15일

일 년 중 반년일 때 생일이다 보니

힘든 과정을 수차례 겪는다고 주위 분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음력 6월 15일.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1년 중 딱 반년일 때

태어난 나.

내가 태어난 시절에 무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선풍기 한대였다.

이 무더위를 뚫고 나를 낳은 엄마가 

지금 이 순간 가장 고맙고 

미안하고 감사하다.

어제는 초복이다.

삼복더위 중 첫 번째 더위이고

내가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양력 8월 1일, 음력 6월 15일

생일이지만, 양력인 생일로 따지면 오늘이다.

음력의 생일은 변하지 않지만

매년 음력 생일을 따지다 보면

실제로 지내는 생일은 달라진다.

양력 생일도 변하지 않지만

달력 작은 숫자, 음력 생일은 달라진다.

그러나 내 생일 숫자는 변하지 않기에

이러들 어떠하고

저러들 어떠할까?라는 심정으로

매년 돌아오는 생일을 올해도 생일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내년 생일도 맞이할 수 있도록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하겠다고 기도한다.

양력 생일을 지내면

덜 더울 때 생일상을

차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양력 생일로 지낸 지가 8년 정도 된 거 같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

소소한 일상이 주어지는 8년이

고맙고 감사하다.

생일은 꼭 누군가가 축하해 주고 선물을 받아야

하는 그런 날인가? 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겼던 날이 있었다.

스스로 내 생일을 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다룬다면 그만큼 뜻깊은 일이 없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미역국 한 그릇 먹으면 그걸로 충분한 생일상이 아닐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저녁 한 끼 먹는 그 일상.

보통의 일상과 같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생일을 챙기지 않으면

섭섭한지 이웃사촌 모두 불러 생일을 거하게

보내는 모습을 보며 

그분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길 바로 

자신의 생일 때

채우려고 하는 듯했다.

가족이 없어도 친구들과 이웃사촌들이 

당신을 챙겨준다는 위안과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건 온전히 내 시선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그대로

글로 표현했다.

그분 역시 홀로 지내시는 분이다.

이혼으로 모든 가족이 떠나고 그 빈자리를

다른 분 가족을 받아들이면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재혼한 사람의 아이 넷을 대학까지 보내신

훌륭한 분인데도 불구하고

키워준 아이 넷은 그분을 보지 않고 생일조차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인생은 그렇다.

온 힘을 다해 살았더라도

실수 하나로 모든 수고와 고생이 물거품이 되었다.

남겨진 가족 없이

홀로 지내시던 그분은

주위 분들을 모두 불러 거하게

생일을 보냈다.

그분은 그분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지내신다.

생일날처럼 말이다.

나 또한 내 생일날 조용히 보내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다.

어젯밤 딸아이가 

"엄마는 생일이 싫어"라고 물었다.

가슴이 뜨끔했다.

싫어하기보단 케이크를 사는 번거로움과

가족이라곤 조촐하게 단둘인데

그걸 부각하는 것보다

어제와 같은 날로 생일을 보내고 싶었던

엄마 마음을 딸아이가 알아차리고 말았다.

딸이 엄마 마음을 알아버린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그게 아니라 케이크 엄마가 안 좋아하니깐

케이크 말고 내일 스파게티 먹으러 할머니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 가기로 했잖아. 너 케이크 먹고 싶은 거야?"

라고 내가 다시 물었다.

"케이크 나도 별루야!"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 엄마는 케이크가 비싸기도 하지만

우리 가족이 모두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잖아.

비싼 케이크 사는 것보다 그 돈으로

여니 먹고 싶은 거, 할머니도 오랜만에 분위기 있는 곳에서

밥 먹으면 좋잖아. 엄마도 물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파스타 먹으면서 생일을 보내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원해"

"아 그렇구나. 나는 엄마가 엄마 생일을 싫어하는 줄 알았지."

"케이크를 사지 않아서 엄마가 엄마 생일을 싫어하는 거라고

느꼈구나!"

"응" 짧은 답을 하며 환하게 웃는 여니를 보니

새삼 내가 귀하게 느껴졌다.

혹여, 엄마 자신의 생일 파티를 하지 않아

섭섭해하거나 기분 좋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딸아이 마음을 알게 되었고

엄마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사랑해 주는 아이가 있어 눈물이 났다.





케이크는 없지만,

엄마, 내 아이와 조촐하게 보내는 생일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롭게 생일을 보내는 것이리라.

케이크는 생일이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는 것.

특별한 날에만 먹는 케이크가 아니라고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맛있는 음식을 특별한 날에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내가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는 아마 알 거라 믿는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엄마는 미역국을 끓었고

여니 자신이 먹고 싶다고 하면 케이크를

사서 함께 나누어 먹었던 엄마를 기억할 거다.

특정한 날,

특별한 날을 지정하다 보면

늘 내 기분은 섭섭해지고

외로워지고 서러움만 가득했다.

이젠 더더욱 특정한 날, 특별한 날을

평소 날과 다름없이 보내게 되니

섭섭함도

외로움도

쓸쓸함도

서러움도

내려놓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주위에서 챙겨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챙기지 않고 챙겨주지 않은

삶이 편안하다.

전화 한 통으로 생일을 축하해 주고

미역국 한 그릇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충분하다.

지금은 내 딸아이와 엄마가 곁에 있어

이렇게 나누어 먹으며 지낸다.

이젠 혼자가 되는 법을 안다.

엄마도 내 곁을 동생처럼 떠나게 된다면

정말 혼자만 남아 이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여니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면 나는 나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자식에게 바라지 않고

묵묵히 나를 챙기고 나를 알아주고

나를 사랑하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특별한 날도 일상과 다름없이

지내야만 서운함이 덜 하다.

생일이란?

 엄마는 온 힘을 다해 나를

세상의 빛을 보게 한 위대한 날이기도 하고

엄마 자신에게 처음으로 '엄마'라고 말하는 딸아이를 

맞이하는 성스러운 날이기도 하다.

고요하게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마무리 지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를 낳기 위해 힘들었을 엄마에게

엄마와 연결된 고리를 끊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며

세상 밖으로 나온

나를 꼭 안아주는 날이 생일이다.

오늘 저녁 아이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바다를 보며

와인 한잔 나누어 마실 수 있는

엄마가 곁에 있어 소중하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다.












♥ 나에게 띄우는 생일 편지 ♥

오늘은 내가 나를 꼭 안아주는 날.

이만큼 살아온다고 고생했고 수고했어.

이 모든 것이 처음이라서 힘겨웠겠지만

우왕좌왕 멘붕이 오는 날도 있었지만

너의 그 슬기로운 지혜로

현명하게 인생을 살아온 것이

대견스러워. 앞으로도 살아갈 날이 많아.

늘 그렇듯

너의 루틴대로

너의 목표대로

너의 계획대로

너의 꿈대로 걸어가면 돼. 

늘 그렇듯

힘내라고 하는 말은 너를 응원한다는 말이

포함되었다고 하더라.

힘낼 수 없는 상황에서 위로라고

'힘내'라는 말을 섭섭하게 듣지 말고

'너를 영원히 응원해'라는 말로

해석해서 듣자.

 내가 어떻게 인생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인생과 삶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걸 익히 너는 알고 있어.

그러니 겁먹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무서워하지 말고

나에게 온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내려놓으면 돼.

오늘 너의 생일 축하하고 축복해.

지금처럼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명상하고

지금처럼 운동하고

지금처럼 내가 원하는 것만 하며 살아가자.

네가 당당해야 아이도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당당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걸어갈 거야.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생일날 다짐을 하자.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잘 될 운명이다'라고

어제와 같은 시간,

의미만 조금 달라졌지

시간은 어제와 같고

일상도 어제와 같다.

그러니 생일에 큰 의미를 두지 말고

아이가 집에 오기 전

글을 쓰고

명상을 하며

운동하면 돼.

오늘 네가 할 일은 이것뿐이야.

내년에 올 너의 생일.

 그날을 위해

건강하게만 지내자.

나는 너를 무지 사랑해!

나는 너를 무지 좋아해!

나는 너를 무지 믿어!

나는 너를 무지 신뢰해!

나는 너를 무지 응원해!

2023년 7월 11일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오전에 쓴 나의 생일 편지

사빈이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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