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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사빈 작가
Aug 15. 2023
거절한 오늘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아 있다
인간관계
오랜만에 연락 온 지인이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부탁을 했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연락이 없다 불쑥 부탁하면
속상하다. 그리고 난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다 내가 필요해서 연락을 하지 못하는
기질의 소유자다.
그런 나에게 갑자기 '이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부탁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때부터 내 기분은 슬퍼졌다.
'넌 내가 출간할 때 지금처럼
자신과 함께 작업한 작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부탁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내 섭섭한 감정을 지인에게
전달했다. 그는 연락을 잘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내 비친 감정은 어쩔 수
없다는 답이 왔다.
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정도 서로
안부를 물어보는 사이라면 부탁을 주고
받는 건 섭섭하지 않지만
반년 동안 연락 없다 갑자기 부탁하는
메시지에 흔쾌히 수락할 수 없었다.
이건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이런 생각까지 하지 않고 연락을
했을 것이다. 아마 내가 부탁하기 좋은
사람, 뭐든 들어주는 사람으로
인식했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서로가 다름과 싫음이 동반했다.
상대의 기질과 내 기질이 다름이 있었고
내가 싫어하는 행동이 상대에게 보였기에
감정이 상했다.
나는 그 사람 답에 답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내키지 않다면 아무리 간절한
부탁일지라도 상대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해온 행동 중
하나가 상대에게 끌려다녔다.
힘든 감정을 숨긴 채,
내 감정을 버린 채 살아왔기에 이제는
나의 주체성을 찾기를 원했다.
그리고 몇 년 전 다짐했다.
내 마음이 끌리지 않다면 부탁을
들어주지 말자고.
약간 이기적인 삶을 살기로 했다는 것이다.
어려운 부탁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부탁이 아니기에
내 감정을 숨기고 그 부탁을 들어줄
의무는 없으니깐.
지인은 자신이 한 부탁의 거절
메시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맞다. 거절이다.
부탁할 상대에 대한 속상하고
섭섭한 감정보다
자신이 아끼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자신이 아는 지인에게 부탁한
것은 상대 기분과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했던 부탁이었다.
그리고 나도 되돌아본다.
나도 상대의 감정과 기분을 고려해서
부탁했는지에...
사실 나는 부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하다 조언을 듣거나 부탁을 한다.
추천사도 마찬가지다. 오래전부터 온라인으로
이어진 인연으로 꾸준히 그들에게 나의 정성을
보였다. 몇 년 동안 그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추천사를 부탁할 수 있었다.
정말 급하면 연락을 한동안 하지 않던
지인에게 조언을 듣거나 부탁할 수도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다.
이런 기질 소유자는 상대가 부탁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 부탁을 받는 나는 먼저 거부감이 생긴다.
그 거부감이 그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부탁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다. 누구인지
모르고 어떤 사람이 쓴 책인지 모르고
부탁 한 마디로 좋아요를 누르는 건
독자를 기만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서로 다른 기질과 성향을 가져서
빚어진 소소한 일상의 관계이다.
정중하게 현재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고
거절의 의사를 보냈으니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
집중한 것과 다름없고 예의를 갖춘 거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인은 섭섭함과 거절을 받아
속상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지성인이니깐.
잠시 섭섭하다 이내 상대를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그 부탁 들어주기 싫어'라는
말은 모순이 있었다.
아주 쉬운 부탁이었으니깐.
내 감정에 집중하고 정중히 거절하면 쉬운
부탁이어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약간 상대에게 이기적으로 살 수
있음을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난 지금 내 감정이 더 중요하기에
가능한 거절이었다.
지인이 나를 찾지 않더라도 괜찮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아 있을 거니깐.
오늘은 거절하지 못하는 내가
거절한 날이기에 나에게 꽃을
주고 싶다. 아주 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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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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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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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혼 후 더 근사해졌다 저자이자 궤양성 대장염으로 투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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