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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Sep 19. 2023

엄마가 딸들에게 전하는 주례사는 인생 메시지다

도서 서평 엄마 주례사


오늘도 병원을 다녀왔어요. 운 좋게 환승해서 버스 요금 한 번으로 병원과 집을 오갈 수 있다니 좋은 시대에 살고 있구나 느껴요. 예전에는 한 번을 타던 두 번을 타던 버스 요금을 다 내야 했는데 환승 규칙만 지키면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한 번의 요금으로 해결된다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구나 생각하며 감사함을 무한하게 느끼며 살아요.


피부과 의사는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해요.


"넓게 상처가 분포되었고 그 공간이 비어서 고름과 피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이러다 상처가 아물 테니 열심히 치료합시다"라고요.


잠시 놓친 그 시간이 병을 더 악화하게 한 셈이 되었고 상처를 짜지 않고 항생제만 먹어 병을 더 키웠던 거 같아요. 


병원도 내가 여기다 하는 병원을 가야 하는데 저는 너무 덥다는 핑계로 저기 가야지 한 병원을 뒤로하고 다른 병원을 찾았고 항생제만 처방한 의사 말을 믿었던 거죠.


사주 풀이를 해주던 스님이 그랬거든요. 사빈 씨는 생각한 대로 하면 다 맞아요. 병원도 그렇고 식당도 그렇고 저기다 싶으면 다 괜찮고 치료가 잘 진행되었어요.


피부과는 아름다운 피부과를 가야 했는데 부인과와 가깝다는 이유로 갔던 병원은 저와 결이 맞지 않았죠. 결국 병을 더 키웠고 아름다운 피부과 의사한테 오지게 욕을 먹었어요.


그리고 길고 긴 치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갑자기 읽고 있던 책을 뒤로하고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꺼냈어요. 저는 엄마이자 딸이기도 하니깐 내 딸들에게 어떠한 인생을 살아야 내 삶이 근사한지 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모녀라는 단어나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책을 모조리 구입했고 읽고 또 읽어요.


오늘 서평 할 책은 「엄마의 주례사」입니다. 어제 다 읽었는데요. 밑줄을 끊임없이 그어서 어떻게 서평 해야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가 고민이에요.


책을 펼치는 순간 고개가 연신 끄덕여졌고 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근사할 거 같았죠. 일단 오늘 서평을 다 하던지 아니면 나누어서 서평 하든지 할 생각이에요.


밑줄 친 부분을 다 서평 하기란 책 한 권을 다 서평 하는 거라서 줄여보겠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허기가 져요. 집에서 병원까지 버스 코스로 10 정거장이 되는데요. 정신적으로 피곤하긴 한가 봐요. 입속 안이 헐었고 피곤함은 보통 때보다 두 배 이상이니깐요. 그러나 저는 생각 관점을 약간 돌렸어요.


'산책도 안 하고 사색도 안 하니 이렇게 매일 산책할 겸 병원 다닐 수 있게 우주가 보내 신호야. 열심히 치료하면서 지나다니는 모든 풍경을 글감으로 소재가 되도록 노력하자'라고요.


피곤한 병원행 길이 매일 나들이 길 산책이 되니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서 매일 아침이 즐겁게 다니게 되었어요.




엄마의 주례사

병원 가는 길에는 낙동강이 보여요. 아주 오래전 꿈이 생각났는데요. 늦게 결혼해야 하는 제가 스물일곱 11월에 결혼을 했어요. 

남편과 함께 출퇴근하던 시절, 강 근처 누군가의 전원주택이었어요.

강 주변에는 벌레가 꼬이는 법인데도 저는 그 풍경에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곤 했어요.

"나도 저런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라는 바람을 매일 출근과 퇴근을 하면서 무의식에 심었어요. 아~ 좋다에서 그치지 않고 상상을 했죠. 내가 만약 저기에 삶의 터전을 꾸민다면 어떻게 할까 하고요. 그러나 삶에 지쳐 잊고 있던 꿈 하나가 버스를 타고 병원을 가면서 알게 되었어요. 

'아! 맞다. 내 꿈은 강 근처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거였지. 그때는 막연한 꿈이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그 꿈 근처에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었잖아. 상상 속 그 그림 같은 집을 꺼내어 시각화해야 할 때구나' 일주일 넘도록 병원 다니면서 알게 되었어요.

어디를 간다는 건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유일한 우울증 처방전인 거 같아요. 생각이 많고 불안했던 마음이 잠시 잠깐 외출로 생각 전환이 되었거든요.

그림을 잘 그리면 내가 원하는 집 도면을 그리고 싶은데요.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림은 명확하지 않아요.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그리는 일은 못 그려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그럼 서평을 해볼까 해요. 엄마가 딸에게 전하는 인생 메시지는 뭘까 궁금하지요.


엄마의 주례사

체념은 포기와 달라. 포기란 관계를 내던져 버린 것이지만 체념은 더는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이지.

결혼하면 외롭지 않은 게 아니라 더 외롭고 괴로울 때도 많아. 외로움을 스스로 극복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결혼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해. 외로움은 남이 채워주는 게 아니라 내가 채워야 견딜 수 있는 거니까.

남자는 여자보다 기념일을 기억하는 기능이 덜 발달했대.

네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일단 부딪쳐보고, 그게 아니면 과감히 발 빼고 다른 걸 해보는 거야.

스토리가 쌓이면 너만의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를 가지고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 지금 이 순간 네가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이력이 되고, 네 자서전의 한 페이지가 되는 거야.

생일이나 기념일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도 너를 늘 응원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있으면 돼.

사람 관계를 포기한다는 것은 노력의 한계를 확인했다는 것이고,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준비도 되어 있다는 얘기지. 또 뭔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일이니 당당해도 괜찮아.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니까. 그 용기로 의연하게. 넘어진 자리에서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면 돼.

관계를 포기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망가지는 건 아니야. 경로를 바꾼 거지 이탈한 건 아니니까.

단 한 번뿐인 인생. 너 자신의 고유한 삶은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훼손되게 할 수는 없어. 네 인생은 남편 또는 아이가 아닌 네가 만드는 거니까. 너를 믿고 가면 돼.

버티는 삶은 그 누구도 아닌 오로지 너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해. 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네가 믿고 가는 길이 곧 네 길이야. 너를 믿고 가라. 당당하고 우아하게!

'동병상련' 부부 사이에 이보다 더 좋은 말이 또 있을까. 나만 아픈 게 아니라 너도 나처럼 아프구나,라고 생각하니까 웬만한 건 이해하게 돼.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알게 되듯이 내가 갱년기 증상으로 힘들다 보니 네 아빠를 더 살갑게 대하게 되더라.

몸도 마음도 한 몸인 것처럼 서로 따뜻하게 보듬고 있는 조각품처럼 말이지.

나도 몸이 아파서 너희에게 짐이 되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우리 아파트 '그늘 깊은 숲'이라는 정원을 운동 삼아 매일 걸었지. 은은한 가로등 불빛 아래 자작나무며 벚나무, 소나무나 매타 세쿼이아가 계절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굳어 있던 내 몸의 세포가 하나씩 되돌아 나는 것만 같더라.

한없이 무료해지고 나태해지는 날도 편한 운동화를 신고 산책하고 돌아오면 하기 싫었던 집안일도 콧노래를 부르며 하게 되고, 마음도 가벼워졌지. 마음도 강아지처럼 산책하는 걸 좋아하나 봐.

피곤한 날은 한 발짝도 나가기 싫었어. 그런 날은 '애들에게 짐이 되고 싶어?'라고 나에게 묻거나 나이는 들었지만 생기 있고 건강하게 사는 지인을 떠올리면 벌떡 일어나게 되더라. 늙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운동 안 해서 골골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매일 걷게 되더라고. 너도 운동하기 싫은 날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봐.

'난 더 예뻐지고 싶다.'

'난 너의 건강한 몸을 사랑한다.'

'난 아기를 낳아야 할 소중한 몸이다.'



엄마의 주례사

무슨 일이든 혼자 완벽하게 하려고 할 게 아니라 힘들면 힘들다고 툭 터놓고 얘기하는 게 나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렇지 못하니까 주부들이 우울증에 걸리나 봐.

진정한 사랑은 사랑에 빠진 감정을 벗어나면서 시작된다는 하듯이 결혼의 행복도 환상을 깨고 현실을 냉정하게 바로 보는 그 순간 시작된다고 생각해. 결혼의 환상은 빨리 깨고,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보렴!

"너 지금 기분 나쁘지? 괜찮아. 곧 지나갈 거야."

"불안하구나? 진정해."

"왜 그렇게 서둘러? 천천히 해."

기분이 나쁘거나 불안할 때 내게 말하고 나면 새로운 힘이 생기곤 하지. 내게 거는 말, 그것은 자기 암시라고 할 수 있을 거야.

빌 게이츠 주문.

'오늘은 큰 행운이 나에게 있을 것이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일만 일어나지' '내 인생이 아주 잘 풀리고 있어' '난 행복한 사람이야'라고. 모든 일이 마법처럼 풀릴 거야.

아브라카디브라, 말하는 대로 이루어져라.

열심히 살되 너무 애쓰지는 마. 가끔 휴식도 취하고 하늘도 올려다봐야 여유도 생겨. 마음이 급해서 서두르게 될 때마다 딱 한 마디만 외쳐. 스톱

눈앞의 것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보면서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 내 인생은 내 것이라는 의식을 갖고 사는 사람들, 돈이 없어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사는 사람들, 자신의 것을 소중하게 가꾸고 지금이 생의 마지막인 양 사는 사람들을 만났지.

여행하다 보면 내가 속해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금세 깨닫게 돼.

여행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려면 그곳의 기념품을 가져오거나 여행기로 남겨둬. 나뭇잎 하나, 돌멩이 한 개라도 좋고 작은 메모를 해놓는 것도 괜찮아.

왜 내 삶의 모든 것들이 나이테처럼 차곡차곡 쌓인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까.

갑자기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면 몸이 원하는 거라지? 마찬가지로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느낀다면 그건 네 몸과 마음이 버틸 수 없을 지경에 왔다는 뇌의 신호야. 그때는 무조건 떠나야 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무조건 떠나야 마음의 자유를 찾을 수 있어.

일해서 번 돈은 모두 여행비로 가뭇없이 사라졌어도 추억도 가슴에 남아 나를 늘 행복하게 만드니까 말이야.

마음만 먹으면 하늘, 바다, 숲, 길, 다 네 거야. 너 다 가져.

여행의 추억만이 너를 항상 미소 짓게 할 거야.

찬란한 것은 일시에 사라지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몰라.

내가 지금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탐구야. 스펙 쌓을 시간도 없는데 무슨 자기 탐구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기 탐구가 선행되어야 헛똑똑이가 되지 않는 거야. 신이 너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든 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라는 미션을 준 건지도 몰라. 사람도, 일도, 음식도, 운동도 오직 자신에게 맞는 것이어야 행복하니까.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에머슨은 "너 자신을 최대로 활용하라. 왜냐하면 그것이 너에게 주어진 전부이기 때문이다"라고 했어. 그러니까 수시로 자신에게 질문해 봐야 해.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무엇을 할 때 두 눈이 반짝이지?'

'나를 설레게 하는 건 뭐지?'

'내가 진짜로 하고 싶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끊임없이 묻고, 부딪히면서 시행착오를 겪어야 진짜 네게 맞는 것을 잡아챌 수 있어.

네 인생 학교의 학생이라는 마음가짐과 호기심으로 꾸준히 사진을 탐구해 나갔으면 좋겠어.

늘 공부하는 사람에게 삶은 즐거운 놀이야. 지금부터 자기 탐구를 시작한다면 네게 맞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옷차림은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 습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그래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어떤 건지 찾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스타일이 있고 없고는 자신의 장단점을 어떻게 살리고 죽이느냐의 차이인데 그 1%의 차이가 99%의 차이로 보이는 거지.

꿈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뇌가 알아차리도록 머릿속에 선명하게 입력시켜야 이루어져. 그게 바로 꿈이라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내비게이션이지.



엄마의 주례사

어때요? 엄마의 주례사 내용이거든요.

엄마만 아는 인생과 결혼 그리고 사랑에 대해 따스하고 포근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표현이 아니라 엄마만이 할 수 있는 내용과 글이었어요.

딸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내 자식을 어떻게 믿고 응원하는지 저자의 따스한 마음을 볼 수 있었어요.

담백한 문장은 내가 딸이어서 내가 엄마라서 와닿았던 거 같아요. 엄마만이 전할 수 있는 인생사.

더 많은 내용이 있지만 저는 필사해 보려고 해요.

담백하고 잔잔한 울림이 있는 책을 원하신다면 이 가을 지나기 전 엄마의 주례사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오후가 되면 더워지네요. 선풍기 바람도 따스해요.

점심 약을 먹어야 하니 간단하게 요깃거리를 해야겠어요.

저는 거창한 문장의 책 보다 담백하면서도 따스한 울림이 있는 책이 더 좋은 거 같아요. 아마 엄마한테 받지 못한 따스함과 포근함을 책을 통해 받고 싶은가 봐요.

외국 저자보단 한국 저자가 더 좋고 남성 글보다 여성의 글이 더 좋고 여자보다 엄마 작가의 글에 매력을 느끼는 저는 엄마이자 여자라서 매혹에 끌리는 거 같아요.

올해 가을은 여름처럼 덥다가 추워지려나 봐요. 올 추석도 고요하고 조용하게 보낼 수 있으니 기대가 되네요.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명절이 5년째입니다.

참 소중하고 귀해요. 내 몸만큼이나 하루가 되는 이 시간이 귀해요.

여러분도 귀한 오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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