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 대장염은 어떤병일까?
8년 전 일이다.
어릴 때부터 잦은 변비로 고생한 나.
성격상 예민했기에 학교를 다니면서 변비의 고통이 사화 생활하면서 더더 많은 변비의 고통이 힘겨웠다.
변비를 하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출산만큼이나 힘든 고통이라는걸...
회사를 다녀야 하기에 배변은 꼭 해결해야 하는 숙제이다. 자기 전 변비약에 의지하고 말았다.자기 전 변비약을 먹은 다음날은 변비약의 후유증으로 업무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이처럼 변비는 내 몸을 독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린 마음에 두려움과 함께 찾아온 불안함.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명의' '생로병사' 등등 다양하게 접했고 특히나 대장에 관한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그도 그럴 것이 대장이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에 불안함을 떨쳐버리기 위함이라고 할까?
일상과 식습관을 잘 펴보면 운동을 싫어했고 걷기 싫어했으며 물 마시기를 그토록 피했다.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편식했기에 올바른 식습관이 아니었지만 자부심을 가졌던 것 중 하나가 밀가루 음식을 피했고 외식을 피했으며 고기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다. 밀가루 음식은 소화되지 않아 한식 위주의 식단이 되어버렸고 외식보단 집 밥을 사랑했으며 고기 역시 즐기지 않았다. 햄버거, 피자, 치킨, 족발 등등 야식으로 사랑받는 음식조차 가뭄에 콩 나듯 1년에 한두 번 먹을 정도였다. 탄산음료 No, 시중에 판매하는 음료수도 NO, 딱히 먹는 것에 즐거움을 찾지 못했다. 지금 역시 먹는 즐거움보단 약을 먹기 위해 끼니를 챙겨 먹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내가 왜 희귀난치병이라는 이름 앞에 있는 걸까? 병이 나에게 왔을까?
생각해보면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 움직임을 가장 힘겨워했던 난 활동량이 적어 물 마시는 걸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되고 말았다. 더위를 타지 않던 내 몸은 땀도 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갈증을 느끼지 못해 물 마셔야 하는 걸 의식해야만 한 컵이라도 마실 수 있었다.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이처럼 아찔했다.
그렇다면 희귀난치 질환 궤양성 대장염은 무슨 병일까? 설명하려 한다.
대장을 침범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궤양'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다. 염증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소화기 내과에서 진료를 본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과 직장에만 국한된 염증이다.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크론병이라는 병은 소화기 기관에 모두 염증이 분포되어 있지만 궤양성 대장염 (준말: 궤대)는 대장에만 존재한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같은 약물로 치료를 한다.
단지 발병하는 부위가 다르다는 것만 안다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위 설명을 읽어보면 최초 궤대 발병 시 대장 3분의 2 즉, 대장 전체가 염증이 심했고 대장 자체가 부어 있었기에 설사는 기본이었다.
초기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장염으로 왔다.
일단 설사와 구토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일반 내과에서는 그저 장염이라고 진단했고 처방한 약으로는 나의 병이 악화되었고 병의 진행이 빨랐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설사는 기본, 구토는 기본, 혈변은 말할 나위 없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혈액이 몸 밖으로 나오다 보니 어지러움과 함께 빈혈이 생겼다.
결국 탈수가 왔고 입원하여 금식과 더불어 수혈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위 그림을 보면 흰색이 궤양이다. 궤양이 항문 근처 즉, 직장부터 진행해 대장 전체를 집어삼키고 말았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기로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집안에는 대장으로 인해 아프거나 암으로 사망하신 분이 없었다. 그렇다면 환경적인 요인일까? 식습관으로 인해 알게 모르게 대장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 밥과 삼시 세끼 시간을 맞추어 먹었던 습관이 나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고 만 것이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좋은 세포끼리 싸우는 격이라고 한다. 대장이 너무 깨끗하다 보니 유익균끼리 나쁜 세포로 인식해 면역반응이 일어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하여 치료제 중 하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했으나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증상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복통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복통으로 인해 걷지 못했고 누워있지도 못했으며 앉아 있지도 못했다.
복통과 함께 잦은 화장실 출입은 너무나 힘겨웠고 급기야 옷에 실례를 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괄약근이 느슨해졌고 묽은 설사로 인해 감각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병간호를 해주는 친정엄마를 위해 어른 기저귀를 찾았다. 빨랫감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큰 병이 닥치면 주위 사람들도 황당해 하지만 본인이 가장 황당하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 모두 일상이 깨지고 만다. 이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만성 출혈로 인해 빈혈은 기본이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온통 피 냄새가 났고 급기야 볼일을 본 후 쓰러지기까지 했다. '나 쓰러진다' 생각하는 순간 이미 쓰러져 있었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온 가족들.
주위에서는 아이들이 울고 있었고 누군가가 나를 깨우며 일으켜 세우는 소리까지.. 아찔한 순간이었다.
20대 초반 스트레스로 인한 회사 생활.
즉 인간관계, 직속상관, 사장들의 스트레스로 인해 회식을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찾아온 복통과 설사, 그리고 잦은 혈변은 무서움의 대상이 되었고 그로 인해 대장에 관한 건강 프로그램을 찾아 헤맸다. 화장실 가기를 두려워했다.
대장.
대장.
대장.
설마설마설마는
역시나 역시나 역시나로 바뀌던 2012년 4월..
대장에 대한 염려증이 현재 병을 선물로 받았다.
(jtbc 방영 된 실제 나의 대장 모습)
최초 발병 당시 대장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얀색이 바로 염증.
그 외 붉은색은 혈액이며 대장 자체가 부어 좁아져 있다.
jtbc 영상에 나오는 대장.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러나 이내 살고 싶다는 생각과 무너지는 생각이 번갈아 가며 들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된 병증이지만 크론병은 목구멍부터 항문까지 그러니깐 소화기 기관 전부에 염증이 산발적이다.
궤양성 대장염을 앓고 있는 나는 대장암 확률이 정상인 보다 몇 배의 확률이 높다.
그러나 크론병은 암 유발보단 염증으로 인해 소장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
이처럼 말은 쉽지만 투병 중인 환자에게는 절박하고 절실한 현실이다.
나처럼 관해기가 찾아와 증상이 완화되어 복통과 설사 그리고 구토, 열, 체중 감소, 식욕감퇴는 주춤하다. 그러나 직장에서 일어나는 병증은 결국 좌약을 처방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소화가 잘 안됨) 체중은 늘었다. 늦둥이 출산으로 인해 몸무게는 늘었지만 관해기이기에 가능하다.
만약 관해기가 아닌 투병 중이라면 외출은 어려운 일이며 복통으로 인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다.
관해기는 천군만마를 얻은 황금알이다.
관해기 5년째..
의사선생님은 관리를 잘해 앞으로 쭉 관해기로 지내자고 하셨다.
내가 살이 찌는 이유?
충분한 영양분이 흡수되는 상태.
만약 병이 진행 중이라면 먹은 음식은 그래도 배출하고 만다.
음식은 물론 물까지도. 그러니 탈수가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나의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관해기를 위해 미래를 위해 나는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나? 결론은 하나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극복한다.
즉, 글을 쓰기, 욕도 하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도 질러본다.
속에 꾹 눌러 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를 위해 나를 믿고 즐기는 일만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