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양복재킷은 사랑이었다

아버지

by 주니퍼진

"엄마! 아빠는 언제 와? 아빠 보고 싶은데. "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까지 아빠를 맞이하러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오는 아빠를 맞이하러 엄마, 나, 동생은 예쁘게 차려입었습니다.

특히 오늘따라 엄마가 참 예쁩니다. 나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엄마를 올려다봅니다.

엄마의 손은 늘 동생 차지입니다. 나머지 한 손은 엄마의 손가방에 양보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예쁜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있으니 괜히 흐뭇해집니다.

고운 엄마가 계속하여 땀을 흘립니다. 초가을 따가운 햇살에 더워서 땀이 나는 건지

오랜만에 아빠가 오셔서 긴장을 하시는 건지 엄마는 손수건이 다 젖도록 손에 땀이 납니다.

저기 다리 건너편에 파란색 차가 섭니다.

엄마가 환히 웃습니다. "아빠다. 아빠 오셨네!"

동생과 내가 다리를 향해 돌아서자 저 건너편에서 키 큰 아저씨 한 분이 걸어오십니다.

아직은 아빠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동생이 두 팔 벌려 뛰기 시작하자 아빠임을 깨닫고 나도 뛰기 시작합니다.

아빠가 저 멀리서 우리를 향해 뛰어 오십니다.

펄럭이는 양복이 거추장스러웠는지 한쪽 팔로 다른 쪽 양복깃을 잡고 그렇게 성큼성큼 뛰어 오십니다.

아빠가 이렇게 환희 웃으며 우리를 향해 뛰어 올 수 있는 분이란 걸 처음 알았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한쪽 팔로 동생을 번쩍 안아 올립니다. 동생이 또 아빠를 차지했습니다.

코끝이 찡하니 눈물이 나려 했지만 꾹 참고 아빠의 다리에 착 안깁니다.

아빠는 안았던 동생을 내려놓더니 나를 번쩍 들어 안아 주십니다.

아빠에게 안기 고나니 아빠를 만난 반가움도 있었지만

늘 동생에게 양보했던 엄마의 손과

동생에게 먼저 내어주었던 아빠의 품을 그리워했던 내 마음을 읽어준 것 같아 눈물이 납니다.

아빠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빠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십니다.

그렇게 아빠는 나를 안았고 한 손은 동생의 손을 잡고 엄마에게로 향합니다.

저기 멀리서 걸어오는 엄마가 웃는지 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얼굴이 빨갛다는 건 확실하게 보입니다.

동생이 대뜸 "엄마. 얼굴이 너무 빨게"라고 콕 집어 이야기합니다.

엄마의 얼굴은 동생의 그 한마디로 더욱더 빨개졌어요.

아빠는 엄마에게 "수고했네"라고 한 마디 했습니다.

그리고 동생은 엄마 손을, 나는 아빠 손을 잡고 돌아서 아빠 차로 갑니다.

좁은 다리 위는 아빠가 우리를 만나러 뛰어 올 때도 우리 가족이 함께 다시 건너갈 때도

어느 차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우리만의 시간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아빠는 그렇게 양복을 펄럭이며 우리를 향해 뛰어왔습니다.

양복 안에 품고 있는 사랑이 강물에 흘려 내려갈까 꼭 붙든 모습으로 왔습니다.

아빠에게 안겼던 그날. 아빠의 목덜미를 안고 울었던 그날.

그때처럼 아빠는 늘 내 마음을 먼저 읽고 계셨습니다.

나도 나의 아버지 같은 부모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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