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by 주니퍼진

나는 현재 8년째 같은 아파트를 맡아 수업을 하고 있는 학습지 선생님입니다.

아파트 입구를 들어설 때마다 차단기 앞에 차를 세우고 경비실을 호출합니다.

세대호출을 하면 혼자 있는 아이들이 인터폰 수락을 잘 못해 몇 차례 끊긴 경험으로

아예 경비실 호출을 하고 경비아저씨에게 몇 동 몇 호에 방문하는 누구라고 신분을 밝힙니다.

8년을 한 지역을 하다 보니 경비아저씨들은 제 차 번호를 기억하고 차단기 문을 적시에 열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차단기 앞에 서서 호출을 하면 "어디 오셨어요?~"하는 물음에 " 0동 0호 방문 00입니다."라고 경쾌하게 대답할 때

" 아이고 ~ 선생님 ~ 안녕하세요~ 이제 시작하시나 봐요~"라고 아는 척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대답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답니다. 나는 그렇게 기분 좋게 첫 수업을 시작합니다.


어느 날은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댁에 교재를 전달해야겠기에 경비실 호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폰에서는 "어디가 십니까~" 하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안녕하세요. 00호에 교재전달하러 갑니다."라고 대답하면

정 많고 아버지 같은 경비아저씨는 "선생님. 저녁은 드셨어요?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어서 하고 집에 가요." 하며 걱정도 해 주십니다. 그 말씀이 얼마나 감사한지 가슴이 뭉클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도 몰라주는 늦은 밤의 노곤함이 아저씨의 따스한 인사로 위로받습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면 경비아저씨들이랑 마주할 때도 많습니다.

아저씨와 인사도 나누고 그러면 아저씨는 "천천히 다녀요. 수고하십니다." 하고 또 기분 좋은 인사를 해 주십니다.

어떤 날은 자주 마주치다보니 웃으며 인사하는 날도 있지요.


밤이면 쓰레기장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계시고,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주차를 하여 통행에 불편을 주는 차들에는

주차경고 딱지도 일일이 붙이러 다니십니다. 여기서 의문은 주차 경고를 하는데도 늘 경고당하는 위치에 주차하는 차들입니다.

주차 구역이 모자란 것 같진 않은데 대부분 지하 3층까지 내려가는 수고를 하기 싫어 주차하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타다 놓아둔 킥보드나 자전거는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게 주위로 물려 놓으시고 놀이터와 구석진 곳도 일일이 보러 다니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의 동선이 저와 계속 겹칠 때 아저씨는 "얼른 와요. 내가 문 열어줄께" 하시며 1층 출입문도 가끔 열어주십니다.


나는 추석과 설 명절이면 이 곳 경비실에 두유와 간식을 사서 인사드리러 갑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항상 감사해요. 명절 건강히 보내셔요." 이 한 마디로 아저씨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십니다.


어느 날 아파트 진입을 위해 차단기 앞에 섰습니다. 경비실에서 아저씨가 친히 나오셨어요

"선생님. 저 오늘 마지막 근무날이에요. 우리 선생님 항상 건강하고 조심히 다니고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오늘은 직접 보고 인사하고 싶었어요." 하시며 직접 전자카드를 대고 차단기를 열어주시며 인사해 주셨습니다.

괜히 눈물이 났어요. 이렇게 직접 마지막 인사를 해 주시다니.

항상 경비아저씨들을 보며 아버지를 떠 올렸습니다.부지런히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셨고 정갈했고 다정하셨습니다.


낯선 목소리의 아저씨가 "어디 오셨어요~?"하고 물으십니다.

"안녕하세요. 00동 00호에 온 00입니다." 대답했어요. "아~ 안녕하세요~" 하십니다.

알고 있다는 듯한 아저씨의 대답이 참 감사했지요.


우리 동네가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하여 살기 좋은 이유에는 분명 우리 경비아저씨들이 계신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아저씨의 부지런한 노고와 다정함, 어린 아이들을 향한 배려를 기억해 주세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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