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화 '변산'에서 고향을 다시 만나다.

고향, 친구, 가족 그리고 노을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내 고향은 폐항

너무 가난해서 보여 줄 것은 노을 뿐이네.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모를 상념에 잠기게 된다.  

이준익 감독은

노을이라는 단어를 통해

노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아련한...

때론 텅 빈 마음을 채워주며

어느 순간 가슴을 비집고 훅 들어오는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무명 래퍼인 학수에게

고향인 변산은

불행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얼룩진

다신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무명 래퍼로서의 삶 또한

녹록지 않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학수는 삶에 가둬진 어두움을

랩을 통해 쏟아낸다.

학수 역의 박정민이 직접 랩도 하고

랩 작사까지 했다고 하는데

정말 세상 열심인 젊은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입원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고향인 변산으로

돌아온 학수.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학수를 짝사랑하던 선미.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약간은 과장되면서도 익살스러운

사투리가 오가는 장면들 속엔

고향의 구수함과 유쾌함

느껴졌다.

뭐, 물론 학수는 사투리조차도

숨기고 싶어 했지만 말이다.


첫사랑이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일종의 연금술 같다.  

선미의 첫사랑 학수는

선미를 노을 마니아로 만들고,

'노을 마니아'란 책을 쓴 작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수 또한 선미의 첫사랑을

확인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변하게 된다.


학수에게 일어날 변화가 궁금하다면

영화 '변산'을 통해 꼭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누군가 봤다면

조울증 환자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킬킬거리다가, 꺼억꺼억 울다가

코 풀며 또 웃다가

또다시 눈물을 주르륵...


날 이렇게 만든 감독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영화 '변산'의 감독은 다름 아닌

그 유명한 '왕의 남자'의 감독이기도 했고

'황산벌'의 유쾌함 또한 만들어냈던

이준익 영화감독이었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123분 동안 울고 웃게 만든 감독이라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눈물과 웃음을 뽑아냈더니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듯했다.


눈물의 포인트는

아무래도 가족에 대한 부분이었다.

가족이란...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미지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족이 준 상처를 원망해서,

'내게 그런 상처를 줬으니

고통을 당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영화 '변산'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선미가 아버지에게 함부로 하는

학수에게 '너도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뭔가 잘못됐었구나...라고...

그리곤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똑같이 상처를 주는 방법은

자신을 그와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처럼 처참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런 처참한 일을

나 또한 해 왔구나...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었나 보다.


어떤 사람들은

학수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평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일순간에 용서할 수도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인생의 한 단면일 때도

있는 거니까.




고향, 친구, 노을

부르기만 해도 정겨운 그 이름들...


너무 가난해서 보여줄 것이

노을밖엔 없었지만,


그 노을은 빈 하늘을 채워주고,

노을을 바라보는 텅 빈 누군가의

가슴도 채워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위대한 개츠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