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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피엔스의 시선
영화 '변산'에서 고향을 다시 만나다.
고향, 친구, 가족 그리고 노을
by
어느 사피엔스의 글자욱
Jul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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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내 고향은 폐항
너무 가난해서 보여 줄 것은 노을 뿐이네.
노을
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모를 상념에 잠기게 된다.
이준익 감독은
노을
이라는 단어를 통해
노을
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아련한...
때론 텅 빈 마음을 채워주며
어느 순간 가슴을 비집고 훅 들어오는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무명 래퍼인 학수에게
고향인 변산은
불행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얼룩진
다신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무명 래퍼로서의 삶 또한
녹록지 않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학수는 삶에 가둬진 어두움을
랩을 통해 쏟아낸다.
학수 역의 박정민이 직접 랩도 하고
랩 작사까지 했다고 하는데
정말 세상 열심인 젊은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입원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고향인 변산으로
돌아온 학수.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학수를 짝사랑하던 선미.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약간은 과장되면서도 익살스러운
사투리가 오가는 장면들 속엔
고향의 구수함과 유쾌함
이
느껴졌다.
뭐, 물론 학수는 사투리조차도
숨기고 싶어 했지만 말이다.
첫사랑
이란,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일종의 연금술 같다.
선미의 첫사랑 학수는
선미를 노을 마니아로 만들고,
'노을 마니아'란 책을 쓴 작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수 또한 선미의 첫사랑을
확인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변하게 된다.
학수에게 일어날 변화가 궁금하다면
영화 '변산'을 통해 꼭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누군가 봤다면
조울증 환자
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킬킬거리다가, 꺼억꺼억 울다가
코 풀며 또 웃다가
또다시 눈물을 주르륵
...
날 이렇게 만든 감독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영화 '
변산
'의 감독은 다름 아닌
그 유명한 '
왕의 남자
'의 감독이기도 했고
'
황산벌
'의 유쾌함 또한 만들어냈던
이준익
영화감독
이었다.
(사진 참조 : 네이버 영화)
123분 동안 울고 웃게 만든 감독이라
다음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눈물과 웃음을 뽑아냈더니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듯했다.
눈물의 포인트는
아무래도
가족
에 대한 부분이었다.
가족이란...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미지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족이 준 상처를 원망해서,
'내게 그런 상처를 줬으니
고통을 당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영화 '변산'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선미가 아버지에게 함부로 하는
학수에게 '
너도 똑같은 사람이야
'라고
말할 때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뭔가 잘못됐었구나
..
.
라고...
그리곤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똑같이 상처를 주는 방법은
자신을 그와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처럼 처참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런 처참한 일을
나 또한 해 왔구나...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었나 보다.
어떤 사람들은
학수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평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일순간에 용서할 수도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인생의 한 단면
일 때도
있는 거니까.
고향, 친구, 노을
부르기만 해도 정겨운 그 이름들...
너무 가난해서 보여줄 것이
노을밖엔 없었지만,
그 노을은 빈 하늘을 채워주고,
노을을 바라보는 텅 빈 누군가의
가슴도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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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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