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글은 쓰고 싶었지만 작가의 서랍에는
이상하기만 한 짤막한 글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핑계일 뿐,
공짜로 주어지는 유일한 것은
시간뿐인 것을.
무미건조한 삶에 변화를 줘보겠다며
새롭게 자격증 준비도 하고
끈질긴 광고에 현혹되어 영어회화도 시작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 일상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줌을 켜고 강의를 듣는다.
잠시 쉬는 시간에 허겁지겁 끼니를 때우고는
강사님의 자장가 소리에
세상 달달한 수면 속으로 빠져든다.
자장가가 끝나면
하루 5분, 가벼운 영어회화 강의를 듣는다.
글을 쓰겠다 맘만 먹는다면
그 이후에도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생한 나 자신에게
편안한 안식처인 넷플릭스를 글쓰기 대신
포근한 베개처럼 안겨주고는 잠이 든다.
물론 주말이라는 폭넓은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로딩하는데만 1시간씩 걸리는 오래된 노트북을
핑계로 글쓰기를 포기하곤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코로나19로 출근을 제외하고는
집안에 갇혀 지낸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원래 집순이지만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조금씩 미쳐가는 것도 같다.
출근길에 차창밖을 바라보는데
잔잔한 파도가 치는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며
발끝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모래를 상상했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상상했다.
퇴근길에 아직은 파아란 밝은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에 둥둥 떠있는 상상을 했다.
어두운 적막을 깨고 우주복 안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을 듣는다.
힙한 팝송을 들으며 그곳이 우주임을 순간 잊는다.
눈을 감고 이곳이 어디인지 순간 잊는다.
매일같이 같은 길로 반복, 반복,
반복해서 마치 한 가지 길만 코딩해놓은 것처럼
반복, 반복.
그러다 또 상상해버렸다.
가는 길과 반대로 가는 상상.
그 길과 반대로 가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가끔은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현실적인 현실에 어느덧 적응해가고 있다.
아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떠나고 싶다.
어느 노천카페에서 마스크 없는 숨을 쉬며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한 권 읽고 싶다.
이런 맘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다.
덕분에 침묵하던 브런치의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