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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피엔스의 글자욱
Nov 10. 2022
인생이 참 재미없다고 느끼는 한 아이가 있었지요.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무기력이 그림자처럼 항상 따라붙었지요.
누군가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의 존재에 대해 말했지요.
영적인 세계라…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뭔가 재밌는 것이, 자신이 찾지 못한 삶의 정수가
그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장자, 싯다르타, 조로아스터, 오쇼, 외계인,
양자물리, 바가바드 기타, 에크하르트 톨레…
영적인 세계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아이는
가끔 현실의 뭍으로 올라오는 길을 잃곤 했지요.
확실히 영적인 세계가 좀 더 깊고 재밌었지만
아이는 손에 쥘만한 어떤 명쾌한 해답을 찾진 못했지요.
함께 소통할 누군가도 찾지 못했지요.
말주변이 없던 아이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글을 쓰기로 결심했지요.
말은 수정할 수 없지만, 글은 수정할 수 있으니
서툰 생각들을 글로 쓰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생각했지요.
카프카의 <변신>에서 말했듯,
내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 같은 책을 만나거나
찰나에 뇌리를 스치는 도끼를 만날 때면
아이는 글을 쓰곤 했지요.
도끼를 만나지 못하면 한 달이고 반년이고
글을 쓰지 못했지요.
현실의 뭍에서 오랜 시간 영의 바다를 잊을 때면
다시금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현실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자신을
깨우기 위해서였지요.
그렇게 아이는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아이는 글을 쓰고 있지요.
그렇게 아이는 글을 써 나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