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퇴사가 유행인가?
최근 3개월간 회사나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들은 키워드는 '퇴사'였다. 나와 비슷한 또래 중에서 빨리 입사한 친구는 밥벌이 4~5년 차 정도 되었고, 늦게 간 친구들은 1~2년 차 정도 됐다. 최근 다양한 통계 사이트에서도 보여주듯이 번아웃이 처음 찾아오는 게 1~2년 차이며, 이 시기에 퇴사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런데 솔직히 회사를 다니면서 지켜보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사실 친구들이 퇴사와 관련된 상담을 할 때에는 퇴사 이유나 상황을 들어보고 조언을 해주는 편이긴 하나 1년 내로 퇴사하는 경우에는 한번 버텨보라라는 논조로 이야기해주곤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신체화 증상 (불안, 공황, 화병 등)까지 나타난 경우라면 퇴사가 유일한 방법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 퇴사 상담을 할 때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친구들이 퇴사를 한다고 해서 나에게 직접적으로 돌아오는 것은 없지만 회사 내에서 퇴사를 하면 나에게도 번거로운 일들이 많이 생긴다. 나는 나이는 MZ세대이지만 직급은 중간관리자인 '언벨런스'한 포지션에 위치해있다. 사회 초년생들의 생각과 마음은 이해하지만 팀을 관리하고 성과를 내야 하며 동시에 회사의 방침을 이해시켜야 하는 입장이다. 중간관리자로 위치해 있으면 각 측 (경영진과 직원) 사정이 모두 이해는 되지만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함께 노력하고 양보를 해야하는 데... 직원이 굳이 왜? 요즘은 경영진의 마음을 바꾸는 것보다 경영진을 바꾸는게 더 빠른 시대가 되었다. 경영진들이 보기에는 회사가 돌아가니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분명 누군가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 누군가까지 퇴사하기 전에 요즘 세대에 대해 공부할 필요도 있다.
최근 주변에서 퇴사한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1) 31살 : 이 친구는 업계 1등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직을 결심했다. 퇴사의 이유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업무의 강도'와 '비전'이라고 답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는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담당하는 인력이 적어 항상 업무의 늪에 빠져서 생활해야 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성장을 하더라도 본인이 생각하는 비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친구는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택했다.
2) 29살 : 이 친구는 병원에서 근무를 했는데 입사한 지 2년 반 정도 되어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라고 답했다. 바로 일, 돈 그리고 사람이었다. 병원은 일의 특성상 급한 상황이 많이 터진다. 각종 과에서 급한 일을 요구하다 보니 사람들의 대부분 약간의 짜증과 예민함을 장착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병원에서 근무를 할 때에는 화가 많아지고 신경도 과민해져서 스스로 지치는 것을 체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일은 힘들지만, 병원에서는 각 직원들을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규정해버린다. 따라서 기존 직원의 월급을 인상시켜줄 바에는 새로운 직원을 뽑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연봉도 오르지 않고 업무적 환경이 힘든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은 사람 때문이다. 마음이 맞고 함께 의지하면서 버티는 동료가 있으면 그래도 버텨보지만, 앞선 이유들로 인해 한 명이 퇴사하게 되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퇴사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3) 31살 : 이 친구는 첫 회사를 입사하고 1년 만에 퇴사한 후에 다시 2년간의 취준 과정을 통해 다시 입사한 친구이다. 그는 이전과 동일한 이유로 업무 스트레스로 퇴사를 결심하였다. 처음 입사를 하던 그는 워라벨 (균형 있는 삶)보다는 연봉이 항상 우선이었는데... 지금의 그는 연봉을 대폭 삭감하더라도 스트레스가 없는 직업을 찾고 있다.
이외에도 연봉협상을 실패해서 퇴사하는 친구들도 많다. 회사에서는 경력과 히스토리가 생긴 직원들에게 200~500만 원을 올려주는 것보다 신입을 뽑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연봉 협상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 경영마인드를 가진 회사에서 더 이상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하여 퇴사를 했다.
조금 황당한 이유로 퇴사를 하는 경우도 보았다. 상사가 업무 태도와 자세를 지적했다고 하여... 이사를 했는데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새로 들어온 직원이 짜증나서...
중간관리자 급으로 4년간 근무를 하면서 수백 명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면접을 통해 사람을 뽑고, 그 사람을 가르치다가 사직서를 받기를 반복했다. 입사와 퇴사가 반복되면 관리자에게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열심히 가르치면서 쌓아온 성이 단단해지기도 전에 무너지는 느낌이다. 직원들의 퇴사를 자주 겪다 보면 PTSD가 생기기도 한다. 업무를 주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기분을 신경 쓰게 되고... 나는 나가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거나 붙잡거나 하지 않는다. 더 좋은 조건으로 간다면 박수를 쳐준다. 그럼에도 어떤 직장을 가게되면 '본인의 생각하는 수준'만큼은 달성하고 얻을 것은 챙겨야 한다고 이야기해준다. 그 후에 이직과 퇴사를 고민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젊은 나이에는 본인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갈아 넣는 악덕기업도 많지만 최근 1~2년간 입사자와 퇴사자를 지켜보니 최소한의 예의도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1) 이력서에 회사명을 바꾸지 않고 돌려 쓰는 경우.
2) 면접 약속까지 잡고 노쇼 (no show)하는 경우.
3) 합격 후 노쇼 하는 경우.
4) 입사 후에도 며칠 만에 연락도 없이 잠수 타는 경우.
5) 며칠 만에 퇴사했지만 인터넷에 악평을 쓰는 경우.
6) 퇴사 후 일반적인 비평이 아닌 악평을 남기는 경우.
7) 인수인계 없이 잠수 타는 경우.
이런 심리들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일에서도 사소한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일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