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mal/Special/General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밥벌이 3~5년 차들인 사회초년생들이 많아졌다. 1~2년 차에 '직장 내 생활' 또는 '일과 삶의 균형'에 고민하는 것보다 '직장 내에서의 본인의 역할'과 '앞으로의 커리어 개발'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본인의 커리어 개발과 관련하여 상담을 요청한 친구가 5명이나 되었다. 그 과정에서 늘 따라오는 질문은 '일을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였던 것 같다.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는 채용시장에서 지원자의 역할을 구분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 표현이다. 흑백논리처럼 역할을 이분화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기업의 관점에서는 이분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경제적인 것은 사실이다. 스페셜리스트는 전체의 업무 중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진을 의미하며 주로 대체가 쉽지 않은 인력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개발 및 연구분야에 스페셜리스트가 많이 분포되어 있다. 개발 및 연구분야에서는 항상 번뜩이는 창의력과 문제해결력을 필요로 하기에 백명의 집단지성보다 한 명의 번뜩임이 더 혁신적인 경우도 있다. 즉, 일당백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분야이다.
제너럴리스트는 큰 흐름에서 회사의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가지고 있으며, 업무의 메커니즘을 유기적으로 이해하여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주로 중간관리자, 임원 및 경원진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떨어질 수 있으나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실제 회사를 둘러보면, 일반 근로자/스페셜리스트/제너럴리스트로 나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페셜리스트 및 제너럴리스트와 일반 근로자의 차이는 '회사 입장에서 대체하기 어려운'인 것 같다. 사회 초년생들은 일반 근로자로 취업을 하여 본인의 능력을 어떻게 개발하여 '대체되기 어려운 사람'이 될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은 사내 경쟁이나 승진보다는 '가늘고 길게' 혹은 '적게 받고 적게 일하자'라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본인의 삶과 열정을 회사에서 허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중간관리자의 위치에 있다 보니 상사로부터 특정 부하직원이 일을 잘하냐?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맞는 것인데... 그 사람과 형성된 관계로 인해 스스로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아니면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내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보기도 했었다. 내 기준이 너무 높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온 들 일을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초보 중간관리자 시절에는 나는 부하직원의 평가의 기준을 '나'로 잡는 실수를 범했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내가 행동하는 만큼, 내가 보여주는 결과만큼 하기를 기대했기에... 늘 아쉬웠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경험이 쌓이면서 판단 기준을 '나'가 아닌 '그 사람'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들이 업무를 하면서 성장하고 있는지? 그들의 성향과 업무가 잘 맞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집중했다. 업무가 잘 맞고 성장의 의지가 있다면 그들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그것을 꾸준히 지켜보면 '일을 잘하고 있는지'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꾸준히 지켜봐도 개인의 성향과 업무가 도저히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때는 업무의 성격을 바꿔보거나 대안을 제시해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고, 그럼에도 어렵다면 '타 부서'로 부서이동을 시켜줄 수도 있다. 즉, 내가 느낀 것은 일을 잘한다 못한다는... 특정 업무의 특성에 따라 가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 여러 회사들을 둘러보면 위와 같은 과정들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신입이 들어오면 평가의 성격으로 몇 가지 일을 던져주고, 짧게는 1달에서 3달까지 지켜본 후 바로 '일을 잘한다 vs 일을 못한다'라고 낙인을 찍어버린다. 그 후, 심한 곳은 일을 못하는 신입을 내쫓기 위해 과한 업무를 몰아준다고 한다. (실제 상담해주었던 친구에게 일어난 일이며 메신저로 일을 못한다고 욕까지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신입이 적응을 잘 못하고, '일을 잘 못한다'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 과정에서 팀장 (중간관리자)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스페셜리스트로서 성장해온 사람들이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하고 중간관리자가 되면 본인의 업무 성격이 바뀌어야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본인이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계속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팀원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업무의 분배가 비효율적으로 발생한다. 앞선 친구의 사례에서도 팀장은 능력이 좋아 업무들을 잘 처리하나 밑에 팀원들의 업무 분해를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업무 성과를 달성하는 것에만 집중을 하였다고 한다. 친구는 신입임에도 선임들의 괴롭힘 속에 그들의 업무까지 할당받았고, 이를 팀장에게 이야기했음에도 선임들과의 관계를 운운하며 도움을 주지 않아 결국 신입은 사직서까지 쓰게 되었다.
최근 회사들의 분위기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직과 퇴사가 잦아졌고 그로 인해 '사람 관리능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학교를 나오고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는 '스페셜리스트'를 꿈꾸고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하기 위해서도 전문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는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능력이 요구되기 시작하고, 그런 능력이 보이는 사람이 임원진으로 올라갈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이 더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겸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선 본인에게 잘 맞는 업무, 좋은 중간관리자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사실 회사에서 겪는 친구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것 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다른 방도는 없었다. 그중, 한 친구는 나의 중간관리자 철학을 듣더나 내 밑으로 입사를 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될지는 한번 지켜봐야겠다.
[근황 토크]
안녕하세요, 일복이 있는 건지 작년 말부터 업무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를 들어오는 횟수가 조금씩 주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다시 활발하게! 그러면서도 틈틈이 브런치 북 투고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다들 즐거운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