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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Nov 06. 2021

조각글 25편

무제

시험기간이 끝난 기분

    학창시절에 중간/기말고사를 열심히 치루고 나면 찾아오는 '현자타임 (현타)'같은 기분이 있다. 다시 공부를 하려고 해도 글자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쉬고 싶은 생각만 드는 기분이다. 현자타임이 생기는 이유는 단기간에 열정과 에너지를 불태웠기 때문에 뇌가 지쳐서 '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주로 시험기간에 공부를 몰아서 할 때 위와 같은 증상이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대학생때에는 몰아서 공부하기보단 매일 조금씩 공부하는 법을 택했더니 시험 후 현자타임은 줄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비슷한 증상이 찾아온 것 같다. 바로 브런치 북 프로젝트로 인한 현자타임이다. 이는 슬럼프나 권태기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이다. 에너지를 쏟아 브런치 북 2권을 완성하고 나니 조금 리프레쉬를 하고 싶은 기분이다. 결과가 나오는 12월까지는 쓰던 것들을 마무리하면서 가벼운 소재의 글을 써보려고 계획 중이다. 물론 본업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글을 쓸 시간이 더 적어진 것도 무시할 순 없다.


MBTI 신봉자

    최근 젊은 세대에서 MBTI 신봉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해당 성격유형검사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다시 핫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나는 MBTI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가지진 않았는데, 여자친구가 'MBTI 신봉자' 중 한명이라서 옆에서 주워듣다보니 어느덧 나도 서당개 3년이 되었다. 옛날에는 소개팅이나 친구들 간에 혈액형을 물어보고 궁합을 맞춰보곤 했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었으나 그것이 으레 상대방을 알아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었다. 그런데 그것에 비하면 MBTI는 더 세분화되고 더 과학적으로 성격유형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신기하게도 MBTI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유형화되는 부분이 있고 MBTI를 통해서도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해졌다. 

    MBTI를 알게되면서 살면서 생겼던 궁금증들이 속시원하게 풀리게 된 경우도 있다. 살다보면 생각이 맞지 않거나 사고방식이 전혀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왜 저렇게 행동을 하지? 하던 부분들이 MBTI를 이해하고 나니 '아 그래서 달랐구나'라는 깨달음을 주기도 하였다. 간단한 예시로 E는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고 I는 집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니다. 나는 휴식을 위해서는 홀로 집에서 쉬어야하는데 친한 친구는 쉬니깐 맨날 나가서 놀자고 졸랐던 부분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되었다. 또, T와 F는 대화의 방식이 전혀 다른데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상처받거나 싸우는 경우가 많다. 

    살아가면서 큰 차이는 P와 J에서 온다. 나는 철저한 J형 (계획형) 인간 이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에도 분 단위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맛집을 찾으면 주차장이 어디에 있는지 외국을 갈때에는 주소와 로드뷰를 보면서 공부하곤 한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끝이 없어 긴 인생 목표로 까지 확장된다. 반대로 P는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그날의 기분대로 유연하게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계획은 큰 그림만 그리고 세부적인 것은 그때 그때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다름 앞에서는 조율은 있을 수 있지만 치우침은 있을 수는 없다. 이미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면 누군가는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이에서 서로가 다름을 이해해보고자 한다면, 함께 MBTI를 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같다. 


명함을 주면 발생하는 일

    미국에는 마크 주커버그 같이 20대의 세계적인 CEO가 된 사례가 있다. 실리콘 벨리에는 20대의 팀장급이나 30대 초반 임원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은 어떨까? 성과주의를 택하는 삼성에서는 33세의 천재 인도과학자를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시켰던 적도 있다. 가끔 대기업에서 최연소 임원들이 있지만 일부는 뒷배경이 크게 작용한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직급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로 초고속 승진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는 일을 할 때 상대방의 나이대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20대에 팀장이 됬던 나에게는 늘 견뎌야할 무게로 다가오곤 했다. 4년간 함께 일했던 수백개의 업체 중 반은 한국기업이고 반은 외국기업이었다. 

    첫 만남에서는 명함을 주고 받는다. 한국사람들은 외국사람들이 한번도 하지 않는 '간보는 질문'을 한다.

1) 팀장님이시네요. 젊어보이시는데... 나이가?
2) 젊어보여서 놀랐습니다. 이전에 어디 회사에 있으셨어요?
3) 아, 약사시구나... 혹시 회사에 있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4) 경력은 어느정도 되세요?
5) 젊은 나이가 팀장을 하시고 경험은 얼마나 되시나요?

일반적인 미팅이라면 전혀 나오지 않을 선 넘는 질문들을 초면에 받곤 한다. 이는 나름의 기 싸움일 수도 있다. 또래 친구들은 부러워하지만 젊은 나이로 팀장이 된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평가를 받고 그들이 만들어 낸 불공평한 게임에 강제로 초대받게 된다. 

1) 일을 잘한다 -> 일을 잘하니깐 팀장 대우를 받나보군. (본전)

2) 일을 못한다 -> 경험이 중요한 것인데 회사가 잘못 선택했네. 이 회사랑 일하면 안되겠어.  

이 게임에 참여하면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엄청 일을 잘한다'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인정을 얻으면 회사는 '성과주의의 깨어있는 이미지'까지 얻게되어 1석 2조가 된다. 약사임에도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 다음에 써볼 기회가 있으면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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