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여러분에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 없이 '응 행복해'라고 답하실 수 있으신가요?
최근 신규 론칭하는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의'를 받았다. 내가 SNS를 통해 올린 글들과 저서인 '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를 보고 연락이 온 것 같았다. 제의를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내가 PD나 작가도 아니면서) 내가 일반인 게스트로서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재미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였다. 일단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나 콘셉트를 살펴보니 '오은영 박사님', '이승기 님', 리정 님'이 MC로 나와 일반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상담도 해주는 것 같았다. 최근 TV를 안 보고 살아서 잘 몰랐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 가장 핫한 세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전부터 친구들을 종종 상담해주곤 했었는데 책을 출판한 이후로는 친한 친구들뿐 아니라 친구의 친구, 책을 읽은 독자, SNS를 보고 연락 오는 사람까지 범위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아니더라도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센터를 찾을 수 있는데 나에게 연락이 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편으로는 대학생 과외와 비슷한 성격이 아닐까 싶었다. 대학생 과외는 전문 학원이나 강사보다 전문성이 약간 떨어지지만, 학생과 나이가 상대적으로 더 가깝기 때문에 학생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대감을 키우기가 쉽다. 그래서 일시적인 '우상'처럼 작용하여 학생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MZ세대들은 전문적인 병원이나 상담센터보다는 함께 '현대사회를 살며 경험하고 있는 나'와의 대화를 통해 MZ만의 해결책을 얻고 싶은 것이 아닐까?
사전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작가님은 나에게 '어떤 고민이나 걱정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평소에 학술적인 질문에도 막힘이 없지만, 이런 질문 앞에서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을 느꼈다. 최근 들어 일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인 고민이나 걱정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MZ세대가 불행에 익숙해진 이유와 우리가 그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고민이라고 답했다. 약간은 심오하고 난해했던 한 답변은 '모두의 공감을 요하는 프로그램'의 성격과는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작가로서 MZ세대와 공감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풀어보려는 입장이다 보니 오박사 님과 역할이 겹칠 듯싶었다. 아쉽지만 사전 인터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최근 고민을 이야기하던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는 혹시 행복해?". 바로 대답했다. "당연 행복하지". 그 친구는 무척 놀랐다. 주변 또래 중에서 행복하다고 대답했던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행복함은 지금 순간의 만족하고 기쁜 감정을 의미한다. 그렇게 거창한 부분도 아니고 까다로운 조건을 요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MZ세대들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성장과정에서부터 '결과 중심적인 사고 회로'에 익숙해져 있었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성적이라는 결과를 얻어야 했고, 수능을 준비해서 좋은 대학을 가야 했고, 스펙을 열심히 쌓아서 취업을 해야 했다. 이제는 연애를 통해 결혼을 해야 하고, 돈을 열심히 불려서 집을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정 -> 결과'라는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과정의 의미를 점점 축소시키고 기간을 단축시켜 결과를 빠르게 도출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행복을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행복'이라는 결과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 혹은 조건들을 만들기 시작한다. 좋은 대학교를 가면 행복해지겠지? 연애를 하면 행복해지겠지? 좋은 회사에 취업하면? 워라벨이 생기면? 연봉이 오르면? 집을 사면?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일부 조건들이 달성되어도 행복은 쉬이 찾아오지 않아 조건을 계속 수정하기 바쁘다.
그렇다면 패턴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행복은 결과에 위치해야 하는 성질이 아닌 것이다. 삶의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순간의 감정인 것이며 '매일의 사소한 행복감'이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점점 쌓이고 모이다 보면 어느새 쉬이 흔들리지 않는 태산이 될 것이다.
그러니 새해에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조금 가벼이 하여 조금씩 습관화해보는 것이 어떨까?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새해에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