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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가 주는 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좋은 말을 해보자

by 강준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보다 낯선 사람들이 하는 말에 더 큰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가까운 사람은 당연히 내 편이라고 생각해서인지 객관적이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는 것 같다. 사실 '객관적이지 않다 =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다'인 경우가 많지만 가끔 낯선 이의 '객관성'을 원할 때가 많다. 흔히 오래된 연인 관계에서도 상대방이 살 빠졌네, 이쁘네, 잘생겼네라고 해주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이 해줄 때 더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도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물건을 살 때에도 직접 경험하기 전에 꼭 제삼자의 리뷰나 후기를 찾아보곤 한다. 가끔 약을 사러 온 사람 중에서도 증상에 맞게 약을 추천해주어도 약을 폰으로 검색해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는 그 약이 아닌 특정 제품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증상과 맞지 않은 생뚱맞은 약을 요구해서 난감할 때가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는 수많은 '리뷰의 집약체'인데, 낯선 이의 말을 우선하는 것을 볼 때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친구들, 선배들, 선생님, 교수님 그리고 인생의 멘토들을 만났었다. 분명 그들과 대화를 나눈 순간들은 값졌고, 내 삶을 한 층 더 성장하게 해 준 소중한 순간들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강렬하게 내 뇌리에 박혀 지칠 때마다 생각나는 말은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이 가 건네준 한 마디였다.

때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특수학교에 봉사를 갔었을 때의 일이다. 한 반에는 5~6명의 학생이 있었고 교사 분과 수업을 도와주시는 학부모님 한 분이 계셨다. 나도 한 반에 배정을 받아 수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했었다. 준비물도 챙겨주었고 점심시간에는 배식과 설거지까지 맡았다. 함께 청소를 하던 학부모님이 갑자기 말을 거셨다.

'학생, 내가 확신하는데 학생은 바르게 성장할 거야 그리고 분명 돈도 많이 벌거고...'

'아...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학부모님의 눈빛과 표정이 너무 강렬했고 그 느낌 때문인지 '그 말'이 계속 생각이 났다. 마치 바르게 성장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주문처럼... 살아가는 과정에서 성장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듯했다.


낯선 이 가 건네는 덕담이나 따뜻한 말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나도 종종 '낯선 이의 칭찬 혹은 응원'을 주려고 노력한다. 처음 마주하는 환자들이나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는 작가들에게 보내는 낯선 응원이 혹시나 큰 힘이 될지도 모른다는 믿음으로...


'낯선 이의 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조금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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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만우절 (4/1일)로 첫 책 '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가 출간된 지 1주년이 된 날입니다. 만우절에 출간된 점에 의미 부여를 하자면, 제목이 거짓말이 되어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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