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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내 욕을 하더라

무시하기 어렵지만 무시해

by 강준


정말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뒤에서 내 욕을 하더라고

마음이 여린 친구가 있다. 세상은 험난하지만 여전히 순수함(?)을 지키고 있는 친구이다. 어떤 순수함이냐면... 사람들은 모두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 믿는다. 사람들의 삶을 멀리서 지켜본다면 모두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종이도 겉으로는 매끈해 보이지만 확대해서 보면 울퉁불퉁하듯 사람 간의 관계도 가까이서 지켜보면 온갖 감정들이 뒤섞여 울퉁불퉁하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아니, 사람의 탈을 쓰고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수 백번도 해봤을 것이다.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내 속이 답답해서 터질 것 같고, 이해시키려고 이야기하고...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 늘 똑같은 결론으로 귀결된다. '사람은 안 변하는구나, 그래. 나도 누군가에게 또 이럴 수도 있겠지...?' 이런 시점이 오면 답답함보다는 연민이 앞서는 경우도 있다.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고, 저 사람도 가정이 있는데...', '잘난 사람, 모난 사람, 착한 사람, 못된 사람 들이 어울려서 섞이는 것이 바로 조직 생활 아니겠어?' 이렇게 모든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온다. 이것은 순응인가 체념일까? 그런데 안 오는 사람들도 있다. 끝까지 답답해하고 남들이 바뀌길 바란다. 정말 우리가 남들을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남들에 의해서 바뀐 적은 있고? 솔직히 바뀌지 않을 일에 신경을 쏟는 순간부터 몸은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의 병이 생기기 시작한다.


친구가 말했다.

"나는 회사에서 정말 잘 대해주고 잘 지냈는데... 우연히 알게 됐는데 뒤에서 내 욕을 하더라고... 도대체 왜? 아무 이유도 없이? 일도 도와주고 착하게 대해줬는데 그럴 수 있지?"


"나는 남들이 내 욕을 하고 나면 계속 생각나고 눈치 보이고 너무 힘든 것 같아. 특히 나랑 친했던 사람이 그러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야..."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거야?"

사실 친구는 이런 고민이 처음은 아니었다. 타인이 하는 말에 늘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그런 영향은 매번 이 친구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낮추었고 소심하고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질문을 했다.

"살면서 너에게 안 좋은 말을 했던 사람들을 떠올려봐.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이 너의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이야? 혹은 너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사람들이었어?"


사람은 원래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고기를 좋아하고 표고버섯을 싫어한다고 해서 버섯의 본질이 바뀌진 않는다. 누군가는 내가 싫어하는 이유로 인해 표고버섯을 사랑하기도 한다. 남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든지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인즉슨 어떠한 영향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말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한다. 그렇게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진다면? 본질이 변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경우가 많지만...)

남들의 가볍게 던진 돌에 내 삶이 영향을 받는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일부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한 두 번으로 판단하고 쉽게 단정지으려는 습관이 있다. 경우에 따라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여 자신들을 상대적으로 높이려는 경향도 보인다. (특히 회사에서 아주 빈번하게 발생한다.)


내가 볼 때에는 그 친구는 능력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그 친구의 착한 심정을 이용하여 과도하게 업무를 부탁하면서 뒤에서는 깎아내리는 행동을 했다. 그렇게 친구는 점차 소극적으로 변하고, 자기 어필을 못하게 되면서 승진에서까지 밀리게 되었다.



남들이 하는 말에 쉽게 동요되지 말고 무시해! 단단한 마음을 가져야지!

이것은 과연 옳은 처방일까?

우리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기에 타인이 하는 말에 영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의 마음이 약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남들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쉽게 던지는 사회가 문제이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을 단단히 단련시키고 무시해버리라고 조언한다.

당장 세상은 바뀌진 않을 것 같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지 벌써 몇년인데 '그런 일들'을 사람들이 정말 싫어했다면 이미 인간 사회에서는 사라진 역사의 산물이 되었어야 했다. 우리는 그저 더 심해질지도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적응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메말라져 '리액션 고자'라는 말을 듣거나 '공감능력 떨어짐'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어쩔것이냐? 일단은 살고 생각해야지.


나도 어렸을 때부터 타인이 하는 말에 많이 상처를 받았고 늘 남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다. 따지고보면 사람 간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그럴 것이다. (물론 내가 좀 더 심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눈치를 보게 되었고 더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었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 조차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 수동적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안 좋은 소리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 '마음대로 떠들어라,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라는 마인드로 살려고 노력했다.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한들 내가 알길이 있나? 물론 눈치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살고 눈치는 나중에 챙겨보기로 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대로 살았더니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나에게도 응원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전의 양면처럼 안티팬도 함께 생겼다.

그래도 나는 안티팬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굳이 나에게 관심을 주면서 싫어 해준다니? 사실 무관심한 사람들보다 더 팬으로 돌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안티팬이라고 본다.


첫 책을 출간하면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었다.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너 책에 대해서 욕하면 어떡해?"


제대로 읽어준 사람이 욕하는 것이라면 합리적인 지적이라면 배우면 될 것이고, 스타일이 안 맞아서 싫은 거라면 그 사람의 기호일 뿐이고, 읽지 않은 사람이 하는 욕이라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도 세상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남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서로 줄이고, 남들이 말하는 것은 빠르게 비워버리는 자세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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