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데...
주변 사람들, 주변 환경, 직장 등이 흔들리면 내 삶도 함께 흔들려서 불행해져
최근 비슷한 주제로 3명의 다양한 연령층(30대, 40대, 50대)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안정된 삶'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엄청난 운과 복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단지 '평안한 하루들'을 바랄 뿐인데, 왜 주변에서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주변의 상황들(가정과 회사)은 지속적으로 외부적인 스트레스를 그들에게 유발하였고, 그것은 내부적인 스트레스로 이어지며 그들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작가님이랑 대화를 해보면 어린 나이인데도 정말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아요. 작가님은 하시는 일이 모두 잘 풀리시고 주변이 늘 안정적이라서 그런가 봐요?"
"하하, 그렇게 보이세요?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주변 환경이 안정한 것이 아니라 제가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에요. 주변 환경에 계속 흔들린다면 제 삶의 주도권을 잃는 느낌이잖아요."
그들과 '삶의 안정감'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삶의 안정감'을 아래와 같이 비유했다.
삶은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식물? 배? 같아요.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는 뿌리를 깊게 내려 정착을 해야 하죠. 뿌리를 내리는 대상은 주로 가족, 연인, 배우자, 자녀, 직장, 명예, 부동산, 자산 등등이 되는 것 같아요. 각각의 요소들이 안정적이라면 저도 더 이상 물 위를 표류하는 것이 아니라 정착해서 안정적인 삶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위와 유사한 방법으로 삶의 안정감을 채우려는 사람들은 많았다. 개인은 완벽하지 않기에 부모나 배우자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경우도 많고, 특정 부모들은 자식에게 집착하는 경향도 있다. 관계 외에도 직장이나 자산 등을 본인의 안정감의 도구로 삼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 옳고 그르다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요소들은 가변성이 큰 부분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내 삶의 원동력을 어느 한 두 가지의 요소에 집중해버리면 '내 의지'와 관계없이 흔들리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또한, 사람에 대해 의존하는 경우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부담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삶의 안정감에 대해 가지는 나만의 철학은 '돌 이론'이다.
위의 비유처럼 삶이 둥둥 떠다니는 존재라면 저는 스스로를 단단히 채워나가 외부의 어떤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거운 바위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다른 요인에 뿌리를 내려서 고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 내력을 키우는 것이죠. 그러면 굳이 내 주변에서 흔들리더라도 저는 그렇게 흔들리지 않아요. 또 제가 단단해지면 누군가가 저에게 뿌리를 내려도 잘 고정되지 않을까요?
스스로 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열아홉 즈음이었다. 이런 깨달음을 얻고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독립이었다. 외부의 요소들을 모두 끊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나는 홀로 설 수 있었다. 물론 어린 나이에는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끊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물리적 독립을 이뤘고, 정신적 독립을 이뤘고 마지막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뤘다. 이 3가지 독립을 이뤄야만 완전한 자주적인 독립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그 이후에는 스스로 단단해지기 위한 노력들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바로 몸과 마음의 건강이었다.
관계에서의 의존도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특히 가족/배우자/연인 관계에서 많이 발생하는 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상황이다. 단기적인 관계에서는 한쪽에서 무조건적으로 참고 받아주면 유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지속된다면? 한 쪽이 결국 무너진다면? 더 이상 발전적인 관계로 변화하기 어렵다. 함께 지내는 '가족/배우자/연인'의 관계라면 무엇보다 대화와 소통은 중요하다. 서로의 상황은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파악하고 함께 노력해야 먼 여정도 오래갈 수 있다.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에서 볼 수 있듯 사람은 서로 기대면서 의지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일방향적인 의존이나 강요는 결국 한쪽을 지치게 만든다. '건강한 의지'는 각자가 어느 정도 독립적인 존재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상호 도움을 주는 관계이다. 이는 배우자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어도 꼭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둘러보면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심지어 비정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상황이 가득하다. 딱딱하고 경직된 제약/바이오산업에서 92년생이 5년차 팀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도 매우 드문 케이스이다. 능력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정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올라갔을 때에는 '성장통'과 '시기/질투/뒷말'은 늘 감수해야하는 부업 중 하나이다. 한창 멘토 밑에서 성장해야할 나이에 '높은 연배의 타부서 팀장들 사이에서 중심을 지키는 일', '비슷한 연배의 팀원들에게 인정을 받고 그들을 관리해야 하는 일', '모두의 따가운 시선을 능력으로 입증해야하는 일', '강제로 정치질에 휩쓸리게 되는 일'등과 같은 일들이 따라오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 각자의 삶은 복잡하고 어렵다. 아무리 그런들 나의 삶과 행복이 흔들릴 정도로 영향을 주진 못한다. 그러기 위해 10년간 열심히 내력을 쌓아온 것이다. 물론, 나의 내력을 뒤흔들만한 외력이 찾아온다면? 그럴 땐 피하는게 인지상정이다.
결론은 내력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