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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에 대해서

불안을 설렘으로

by 강준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하는데...
그런데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잘 안되면 어떡하지?
인생의 너무 불안정하다...

10대/20대 시절 나만의 창고 안에는 쌓인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이라도 채우기 위해서 나는 '도전과 경쟁'이라는 챗바퀴를 반복해서 돌려야 했다. 사회적으로 큰 보상으로 인식되는 곳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기에 경쟁은 늘 치열했다. 우리는 보상을 얻기 위해 돈, 시간,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생각해보면 청년들의 불안감은 그곳에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정된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10%, 5%, 1%의 확률을 뚫어야 했고, 그것을 얻지 못하였을 때 다가오는 부담감은 어마어마했다. 단지 돈과 시간만 날리는 것이 아니라 '밀려오는 후회감', '주변의 시선', '떨어지는 자신감'은 돈으로 산출할 수 없는 엄청난 심리적 피해였다. 물론 도전에 대한 실패가 영원한 패배로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하나의 도전에 대한 실패일지 몰라도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들은 다음 도전의 가능성을 높여줄 자양분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20대 시절의 나는 30대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서른이 지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니 현대인의 삶은 '끊임없는 불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불안정한 삶에 대한 반감으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업적 안정감'을 추구하고자 공무원 시험이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었다. 많은 지인들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는 했었는데... 공무원이 되고 나니 안정된 삶을 추구했던 과거의 자신을 잊은 채... 본인과 맞지 않는다며 다시 사기업으로 나오는 케이스도 의외로 많았다.


이쯤 되면 현대인들은 막연하게 안정감만을 추구하기보단 불안정한 인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불안정이라는 단어를 천천히 곱씹어보면 의외로 익숙하게 다가오는 느낌도 있다. 한 개인은 그가 속한 가정, 도시, 국가, 세계, 지구라는 범주에 속에서 어떤 일에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당장 내 옆자리의 동료가 내일 퇴사할지 아닐지 모르는 것처럼...) 조금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신체는 늘 불안정한 외부의 요소로부터 몸을 열심히 보고하고 있다. 하루 3끼와 간식을 통해 치솟는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며, 외부의 균으로부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세포들이 열일을 한다. 이외에도 혈압, 체온, 미네랄 등이 높아지면 낮추려고 낮아지면 높이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내가 이과여서 그런가...)


불안정은 화학반응의 관점에서 보면 '변화가 일으키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진다. 안정한 두 개의 물질은 아무리 부딪혀도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원하는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를 활용해 '안정'에서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반응이 일어난다고 해서 원하는 물질(정반응)로 100%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부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사람의 변화와 도전 과정과도 성질이 유사해 보인다. 현재의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화학반응)을 하고자 한다면 내적 동기(에너지)를 발생시켜서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부딪힘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결과(정반응)나 원하지 않은 결과(부반응)가 도출되곤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하는데, 그런데 돈과 시간을 투자했는데 잘 안되면 어떡하지? 인생의 너무 불안정하다.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던 사람이 내게 한 이야기이다. 이 말에 담긴 의도는 단순했다.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도전이다 보니 마음이 불안하고... 내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자 조언을 구해본 것 같았다. 사람들은 흔히 투자에 있어서는 'High risk, high return'을 외치지만 본인의 도전에 있어서는 'Low risk, high return'을 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불안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나은 변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고, 그 도전은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풀어서 생각해보면 불안함이 생기지 않는 도전은 실제적인 의미가 적을 수 있다는 뜻이고 내가 노력할 만한 내적동기를 만들어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도전에서 오는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설렘과 용기'로 치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은 하는 것은 심리적인 요소이며 스스로의 마인드 세팅과 다양한 경험을 통한 자신감이 이를 해결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실패'라는 말보다 '후회'라는 단어를 더 싫어한다.

선택이라는 기로 앞에서 실패하더라도 미래에 후회가 남지 않을 곳을 택하는 것이 내 삶의 선택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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