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쉬고 영양제를 먹어도 피곤한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는 사장님이다?
나는 영양제를 먹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 같아...
나는 잠을 자도 여전히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어...
위의 멘트에 공감하시는/하셨던 분들은 손! 혹시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박수 짝짝짝.
위의 말들은 현대인들에게는 아주 친숙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대화를 나눈 지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알았냐고 놀라 했다. 약국에서 상담을 할 때에도 10명 중 7~8명은 거의 비슷한 증상들을 호소하고 있다. 아마 대부분 '영양제를 먹거나 휴식을 취해도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다. 이런 상태는 '회복탄력성'을 잃은 상태를 의미하며 다른 말로는 '만성 피로'나 '번아웃 증후군'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몸은 용수철처럼 늘리거나 오뚝이처럼 넘어뜨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벗어나면 다시 되돌아오려는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비가역적인 상황이 오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어디 쉬울까? 그보단 어떻게 그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앞으로 다시 빠지지 않기 위해 '정상으로 돌아오는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위와 같은 질문들을 들었을 때 나는 영양학적인 측면 외에도 의학적/과학적/심리학적인 내용들을 조금씩 반양하여 다각도로 설명을 해준다. 물론 전문지식을 상세히 설명하면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최대한 비유의 방법을 이용하여 쉽게 풀고자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공장론'이다. '공장론'은 에너지 대사 과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 몸을 공장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수면으로 인한 원인, 식습관으로 인한 원인, 기저질환으로 인한 원인, 심리적인 원인 등이 있다. 세부적인 이야기는 패스하고 근본적으로 먼저 피로는 어떻게 정의되는지 살펴보자. 피로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소진을 의미하여 자발적인 활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증상이 수개월 지속되면 만성화되며 이를 '만성 육체 피로'와 '만성 정신 피로'로 표현할 수 있다.
[참고] 생리학적 측면에서 보는 피로.
말초성 피로 (육체적 피로)
1) 근육을 사용하며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은 에너지를 발생시키기 위해 ATP라는 에너지 화폐를 사용하게 된다. ATP는 저장된 양이 적어 실시간으로 ATP를 만들어내는데 그 과정에서 산소의 사용 유/무에 따라 '유산소/무산소 운동'으로 나뉜다. 무산소 운동의 경우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만들면서 젖산이 생성되고 축적되면서 피로감이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젖산이 피로의 주범이라고 손가락질 하기는 어렵다. 과도한 운동의 결과로 쌓인 젖산은 근육이 더 무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성 조건을 형성해주는 것으로 보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 일반인들에게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이 운동으로 인한 육체피로에 관여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운동 과정에서 유리된 트립토판이 증가하면 혈류를 통해 뇌로 이동 후 대사 되어 세로토닌의 양을 증가시킨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로 '운동 도중 세로토닌 증가시키는 효현제를 투여했을 때 운동 능력이 감소된 것을 확인한 결과' 그리고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과 경쟁 작용을 하는 BCAA를 복용하였을 때 피로도가 개선되었다는 결과' 등이 있었다. 하지만 뇌에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세로토닌에 의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세로토닌/도파민의 비율이 낮아지면 피로감을 일으킨다는 가설도 있다.
중추성 피로 (정신적 피로)
1) 뇌를 각성시키거나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들이다. 중추신경에서는 하나의 신경전달물질이 하나의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편적으로만 바라보긴 어렵다. 간단하게는 에너지 화폐인 ATP가 사용되고 남은 아데노신이란 물질은 뇌에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의 억제제로 작용하여 피로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커피 속 카페인이 대표적인 아데노신 억제제인데 커피를 마시면 피로감이 사라지는 기분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2)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80명의 의료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만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글루타메이트, 아세틸콜린,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 물질을 분석해본 것이다. 그 결과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에서는 전반적으로 신경전달 물질들의 농도가 유의적으로 낮은 것이 관찰되었다. 그중에서도 번아웃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이었고,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 것은 노르에피네프린과 아세틸콜린이었다.
우리의 몸을 하나의 공장으로 비유해보자. 사람은 음식 섭취를 통해 몸의 구성 성분과 에너지를 위한 원료를 확보한다. (에너지 관점에서) 원료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은 배설 과정을 통해 폐기하게 된다. 몸속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사람도 원활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공장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있다. 그 주범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이다. 급성 스트레스는 'Fight or flight Response(싸움 또는 도피 반응)'라고 불리는데. 이는 과거 포식자로부터 위협을 받을 때 순간적으로 몸이 예민하게 반응하여 싸우거나 도망가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는 시스템 중 하나이다. 해당 반응을 통해 우리 몸은 심박수가 증가하고, 시야가 좁아지고, 혈관 수축이 일어나고, 동공이 확장하고, 얼굴이 빨개지고, 소화가 되지 않고, 입이 마르고, 예민해지고, 불안해지곤 한다. 그런데 포식자로부터의 위협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는 그 시스템이 다른 형태로 반응하게 되었다.
우리들은 다양한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1) 사람 간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2) 학업, 취업,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3)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4) 물질 만능주의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공장으로 비유하자면 사장님의 방문과 같다. 한 달에 한번 정도 공장에 방문하면 직원들은 약간의 긴장도 되며 효율적으로 가동하여 사장님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1주일에 1번 방문한다면? 매일 방문한다면? 아예 같이 일한다면 어떻게 될까?
점점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의 업무 효율은 떨어지고, 누군가는 견디지 못하고 퇴사를 하고, 공장의 효율은 점점 악화되고, 시스템은 무너져갈지 모른다.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사장님은 더 갈구기 시작한다. 그러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버리고 만다. 그렇게 공장은 생산량도 감소하고 운영도 악화된 채로 유지되게 된다. 우리의 몸으로 보면 이는 '만성 피로'의 상태로 빠지게 된 것이다. 에너지 생산과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감소하여 항상 피로하고, 불안하고, 짜증이 잦고, 무기력증이 생긴다. 이외에도 두통, 소화불량, 부종, 현기증, 저혈당, 면역기능 저하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공장이 악화된다고 공장 문을 닫을 수는 없다. 그 상황에 또 적응하는 것이 사람의 몸이다. 그렇게 적응한 상태가 바로 만성피로 혹은 번아웃 증후군이다. 계속 피로하고 무기력감이 생기고 지치는 이유는 몸이 '지금 아주 위험한 상태'임을 계속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신호이다.
그렇다면 휴식을 취하거나 영양제를 먹어도 회복이 안 될까?
이게 어려운 이유는 이미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장님(=스트레스)이 한 달에 한 번쯤 방문하시다가 1주일에 1번쯤 오실 때부터 적당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이미 직원들의 의욕이 다 떨어지고 퇴사한 상황에서 사장님이 잠깐 휴가 가셨다고 공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게 이미 효율이 떨어져 버린 공장에 아무리 많은 원료들(좋은 음식)과 질 좋은 장비(좋은 영양제)를 가져다주면 뭐할 것인가? 제때 생산하지 못해서 다 폐기되어버릴 운명들인 셈이다.
위와 같은 현상들은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 수준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세포에 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하면 증식 속도도 좋고 세포의 모양도 아주 이쁘다. 그런데 세포에 인위적으로 스트레스를 만들어주면 세포들은 '비상체계'에 돌입하여 기본적인 활동을 최소화하게 된다. 증식 속도도 느려지고 세포의 모양도 이상해진다. 여기서 세포들에게 아무리 질 좋은 영양소를 넣어준다고 해서 회복되지는 않는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제거하거나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주는 성분을 함께 넣어야만 해소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세포들에게 영양분을 정량보다 더 주면 초기 증식 속도는 빠르나 어느 지점부터 서로가 서로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악영향을 주는 순간이 온다(뭐든지 과유불급!). 이와 유사한 개념들이 적용된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도 동물실험모델에서 입증된 바가 많다. 그러나 사람으로 넘어오면 동물에 비해 조금 더 복잡해지는데 사람마다 환경을 동일하게 통제하기가 어렵고,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성격차이도 크고, 무엇보다 심리라는 요인이 꽤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가 돌아가는 현상을 보면 청년들은 너 나할 것 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꽤나 높은 것 같다. 단 하루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죽겠다.", "불행하다"라는 말은 안 들어본 날이 없는 것 같다. (이쯤 되면 첫 번째 책의 제목을 너무나도 잘 지은 것 같지만 마음은 착잡하다.)
위처럼 중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시스템이 저하된 상태에서 백날 영양제 먹는다고 해서... 며칠 휴식한다고 해서 본인의 원하는 수준만큼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삶의 패턴을 아는 친구들은 내 앞에서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 '일이 너무 많다'라고 말하기 머쓱해하곤 한다. 그들도 내가 남들보다 평균 이상으로 업무량이 많고, 쉬는 날도 적고, 다양한 일들을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수년째 건강하게 지속 중이니... 그 비법이 궁금한가 보다.
"도대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법이 뭐야? 타고난 거야?"
"아니, 나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노력의 과정을 거쳤지.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어"
"도대체 어떻게?"
"음... 다음화에서 내 비법 노트를 공유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