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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 중독자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

by 강준
쉬려고 퇴사했는데... 쉬니깐 더 불안해
사실 어떻게 쉬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

한 친구는 3년간 직장에 다니다가 결국 '번 아웃'이 왔다. 성격은 속에 쌓인 것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맘 한편에 쌓아두는 편이다. 그렇게 점점 곪은 것 같았다. "이제 그냥 그만하고 싶어. 살면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퇴사하면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어." 그렇게 친구는 번 아웃을 극복하고자,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자아실현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퇴사를 선택했다. 그렇게 4달이 지났다.


오랜만에 보는 날, 친구가 밝은 모습을 등장할 것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회사를 다닐 때보다 상황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퇴사를 하고 나니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조급해진 것 같아..."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퇴사 전에는 이것저것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퇴사를 하고 나서는 밖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누워있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마음 편히 쉰 것이 아니라 계속 쫓기는 기분과 뒤쳐지는 기분이 복합적으로 었다고 했다. 그렇게 점점 불안감을 커져만 갔고 결국 불면증과 불안장애로 발전한 것이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기분이 들고... 쉬면서 경력이 단절되면 어떡하지? 아무도 안 받아주면 어떡하지? 하루 종일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서 여행도 못 가고 다른 사람들도 못 만나겠어... 정말 사는 게 불안하고 불행해. 차라리 다 잊고 시골 가서 혼자 조용히 농사나 지으면 행복할 것 같은데..."


"힘들었겠네... 그런데 네가 정말 혼자 시골 가서 살 수 있을까? 사실 마음속으로는 남들의 시선 혹은 스스로의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은 거지?"


사실 이 친구가 겪는 상황을 얼핏 공감할 수 있었다. 쉴수록 오히려 불안해지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쉬어본 적이 없으니 온전히 는 법을 모른다. 이것은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 '열심 중독'에 걸린 것이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치열한 '노력과 경쟁'을 강요받았다. 학창 시절 유명한 명언들만 보더라도 '쉬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뒤쳐짐, 패배)담고 있다.

1) 지금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2)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

그렇게 쉬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를 해도 기대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면 잠을 줄이지 못했던 본인을 자책하곤 한다. 그런 삶을 살았던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도 '스펙 쌓기와 취업준비'에 몰두한다. 방학에 쉬고 여행 가는 것보다 인턴을 하거나 스펙을 쌓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도 학생 때에는 자기만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성장하는 기분으로 적당한 보상을 얻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 중독'에 빠져 살다가 취업을 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직무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반복되는 업무 루틴'과 '노력 대비 성장이 낮은 상황'이 수년간 반복될 수도 있다. 직장 생활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업무 내용보다 복잡하게 얽힌 인간 관계인 경우가 많다. '열심 중독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큰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껏 본인 만의 목표를 향해 달려오기까지 '동력이 되어준 내적 에너지'단번에 방전되게 된다.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번아웃'에 빠진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삶의 끝이 겨우 이거였어" 친구는 자조 섞인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나 역시 '열심 중독'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특목고 입시부터 시작된 경쟁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중독되어 있었다.

열심 중독은 무엇일까?
무엇 인가를 집중해서 하지 않으면 (쉬는 동안에도) 금단 증상(불안)이 일어난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말이나 방학을 온전히 쉬어본 경험이 없다.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쉬는 날에는 어떻게 쉬어야 푹 쉬는 것인지 잘 몰랐다. 그래서 연휴가 길면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더 처지고 피곤했다. 내가 주말에도 일을 하는 이유도 '1) 2일이나 쉬는 게 어색해서, 2)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서, 3) 쉬는 동안 불안해서'였다.

그래서 열심 중독자들은 주기적으로 육체적 탈진(몸살)이나 정신적인 탈진(번아웃)을 앓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 중독자들은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고 항상 자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열심 중독자들을 위한 자기 관리 방법.
1. 정신 건강 관리법
- 쉬는 날에는 본인이 집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만들어야 한다. 해당 활동을 통해 불안감을 삭히면서도 자기 계발 혹은 성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 독서, 글쓰기, 봉사, 사이드 프로젝트, 운동, 그림 등.
-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은 본인이 쌓아온 것들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늘 채우려는 것에 집착하고 보여주기 위한 삶이 목메다 보면 불안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불안장애나 허무주의로 빠지지 않도록 평소에도 마음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2. 육체 건강 관리법
- 본인의 육체적인 에너지 이상으로 노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몸이 견디질 못하면 두통, 어지럼증, 만성피로를 호소하곤 한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과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음식으로 섭취하기 어려운 성분들은 영양제를 통해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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