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쯤 눈이 떠졌다.
최근 잠이 줄어든 이유가 열대야 탓인지, 아니면 잠자리가 바뀐 환경 탓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지난 5월 미국 출장을 갔을 때도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보름 가까이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났었다.
어쩌다 오랜만에 이른 새벽을 맞아 ‘강제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으니,
왠지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 할 것만 같다.
암막 커튼에 둘러싸인 어둠 속에서 노트북 화면과 그 빛을 반사하는 내 얼굴만이 환하게 빛난다.
소음이라도 날까 조심스레 자판을 두드린다.
돌아보니 2024년에는 한 편도 글을 올리지 않았고, 2025년에는 단 두 편이 전부였다.
분명 2023년이 내 삶에 큰 전환점이 된 해였으니, 자연스럽게 글쓰기와 브런치 활동에도 영향이 있었나 보다.
글을 읽어주던 독자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글을 쓰던 이였다는 사실을 잊을 때쯤,
다시 글을 써볼까 고민해 본다.
그해 내가 글쓰기를 멈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2년 동안 출간한 네 권의 책과 그에 따른 마케팅·북토크 일정 등으로 인해 지쳤다.
현실 속 누군가가 내 브런치 존재를 알고, 이를 악용하여 협박(?)하는 데 사용했다.
일이 너무 많아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글쓰기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찍고, 인터뷰와 마케팅까지 경험하며 얻은 아이디어와 강점을 결합해 사업화까지 구상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2024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 일 덕분에...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50여 명의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8시간 강의를 진행할 날이다.
2023년에 시작한 일이 벌써 3년 차를 맞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제는 경제적·시간적으로도 주업과 부업이 구분되지 않는 ‘다잡러’의 삶을 살고 있다.
바쁜 시즌에는 회사에서 5시에 퇴근해 저녁을 먹고, 6시부터 새벽 1~2시까지 다시 일하는 날이 몇 달씩 이어지기도 했다.
몸이 지쳐서 사람을 고용해 보았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현재는 건강을 생각하며 일의 양을 조절하고 균형 있는 삶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본업은 어떻게 돼 가고 있는가?
처음 약대를 입학하면서 밝혔던 포부와 약사들의 로망을 이뤘다.
약대 교수님들이 흔히 하던 말이 있다.
"너희가 개발한 신약을 약국에서 조제하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일까?"
위에 언급된 말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가 어렵다.
1.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약사와, 병원·약국에서 처방약을 조제하는 약사는 경력 경로가 완전히 다르다.
2. 대한민국 건국 이래 승인된 신약은 38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개발 성공 사례가 드물고,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약사가 신약 개발에 종사해 수년간의 연구 끝에 성공을 거두고, 퇴직 후에 약국을 열어 마침내 자신이 개발한 신약을 조제한다”는 이야기는 보기 드문 시나리오에 가깝다.
하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아주 운이 좋게도 나에게...
제약회사에서 국내 3X호 신약 개발 성공에 기여를 하였고, 주말 약사로 알바를 하면서 직접 조제하여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해주었다.
이후에도 신약에 대한 논문, 마케팅, 학회 발표 등을 다니며 약의 우수성에 대해 홍보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학회에 참여하여 내가 개발하는 항암제의 우수성에 대해 발표하고 왔다.
내 또래에 친구들과 얘기해 보면 자신의 일에 흥미를 잃고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여전히 설레고 기대되고 재밌게 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