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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Feb 22. 2021

조각글 쓰기 2편

무제

<월요일>

월요일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릴 적에는 일요일 개그콘서트 끝나는 소리만 들으면 괜스레 우울해지고 했다. 일요일 밤이 싫었던 이유는 월요일이 오기 두려워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월요일이 두렵지 않지만 세월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 약간 아쉬울 뿐이다. 과거에는 주말을 기다리는 평일을 살았다면, 지금은 월/화/수/목/금/토/일 각각의 요일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고 있다. 월/수/금은 헬스 하는 날, 월/수/금/일 은 조각 (자투리) 글을 쓰는 날, 화/목/토는 기존 글을 쓰는 날이다. 가끔 생기는 저녁 약속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조각글에 대한 반응>

조각글을 쓴 이유 중 하나는 아쉬움 때문이다. 처음에 써오던 '첫 글'을 브런치에서 지우게 되면서 상당히 아쉬웠다. 책이 목적이 아닌 글을 쓰려고 시작했다. 계속 브런치에 남아있을 글을 쓰기 위해...

잘 짜인 정교한 글들, 멋지고 아름다운 시,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긴 에세이들 사이에서 조각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일단 들이대 봤는데 생각보다 친근하게 봐주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한 작가님은 네 칸 만화 같다고 해주셨는데, 그런 느낌이 딱 좋은 것 같다.


<산속 고시원>

혼자 고시원에서 지내다 보니 말할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 어느 날 돌에 앉아서 쉬는데 길냥이가 지나가고 있었다. "야 ~ 이리 와 봐".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무시하고 갔다. 흥. 다음날 또 만났다. "야옹아~ 이리 와 봐".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무시하고 갔다. 흥. 나도 오기가 생겼다. 다음날 또 만났다. 이번에는 비장의 무기 (참치캔)를 준비했다. "야옹이~ 이거봐라!" 그 녀석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훗. 하지만 섣불리 다가오지 못하고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살짝 놓고 자리를 피해주니 급히 다가와 허겁지겁 먹었다. 조심히 다가가 보았는데 이젠 도망치지 않았다. 조금 가까워졌나? 그 후로도, 나의 비상식량인 참치캔과 식빵을 몇 번 더 주었더니, 이제는 음식이 없어도 내 다리에 붙어 몸을 비비며 배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친구를 데리고 (?) 내 방도 구경시켜줬다. 물론 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뒤, 다시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그 녀석은 배가 고프면 내 방 쪽에 와서 "앵~ 애앵" 울었다. 나의 공부를 방해하던 유일한 녀석...    


<설날> 

1년에 2번 (설날/추석) 정도 본가에 간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선물을 들고 방문했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시골에 내려가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디 보험사에서 받았다면서 오메가 3을 드시고 계셨다. 깜짝 놀랐다. 아버지는 몇 년째 혈압약을 드시고 계셨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도 안 하고 먹을 수 있냐고 하려다, 사실 나도 아버지가 어떤 약을 드시고 계셨는지 모르고 있었다. 약을 살펴보니 혈압을 조절하는 약,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약, 혈전 생성 방지하는 약을 복용하고 계셨다. 오메가 3도 혈압강하 효과와 항혈전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침에 병용 시 갑작스레 혈압 저하가 심하게 올 수도 있고, 지혈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등산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복용하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 약도 처음 들어본 외국 제조사에서 중금속 위험이 높은 큰 어종을 가지고 추출하였다. 내가 신경을 못썼다는 반성과 함께 조만간 비타민 B군을 (혈압약 복용 시 결핍되기 쉬운)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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