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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Feb 28. 2021

조각글 쓰기 4편

무제~

<첫 미팅 - 1>

어린 시절 논스톱을 보면서 컸기 때문에 대학교에 가면 당연히 미팅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첫 번째 대학교를 산속으로 다녔기 때문에 다른 학교와 미팅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나의 첫 미팅은 늦은 나이였을 것 같겠지만, 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해보았다. 당시 나는 열심히 독서실을 다니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 "야 너 크리스마스에 뭐하냐?" 나는 뭐 딱히 계획이 없어 그냥 독서실을 간다고 했다. "야 됐고, 3:3 미팅하자. 자리하나 만들어뒀으니깐 그렇게 알고 나와"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우리 나이에 미팅해도 괜찮은 거야? 미성년자는 불법 아냐? 어린 나이에 미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괜히 일탈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와 어울리지 않은 기분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보통 빵집을 가나? 캔모아에 가서 빙수를 먹나? 친구가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고, 어색하게 왁스를 덕지덕지 바른 채로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나가서 알고 보니 이 친구들도 모두 처음이었다. 우리 중 한 명은 남고를 다니고 있어서 머리도 매우 짧은 상태였다. 나랑 다른 친구는 두발 자유 학교라서 머리가 길었다.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상대방을 만나기 위해 석계역으로 갔다.        



<첫 미팅 - 2>

만나기로 한 장소에 모여,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누가 말을 걸고 받아줄 것인지 역할을 나누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한 명이 말 주변이 있어서 본인이 MC를 하기로 했다. 그런 긴장감과 설렘 속에 멀리서 여성 2명이 등장했다. 한 명이 좀 늦게 온다고 하여 2명이 먼저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카페 같지 않은 허름한 분위기의 찻집에 들어갔다. 아메리카노가 뭔지도 모르던 고등학생 시절이었음에도 나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커피를 시켰다. 나는 커피를 마실수 없는 체질이라 차를 시켰더니 '어린 애구만?'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 그리고 또 정적이 흘렀다. MC를 하겠다던 친구도 간단한 호구조사만 하더니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나는 애초에 여자와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가만히 있었다. 다른 머리 짧은 친구는 분위기를 풀어보겠다고 지식인에서 돌아다니는 허무개그와 아재 개그를 하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다른 여성 친구분이 왔다. 그리고 우리는 광운대 쪽에 있는 스케이트 장으로 갔다. MC 친구는 여성 한 명과 어느새 분위기기 좋아졌나 보다. 둘만 따로 떨어져 나가 손을 잡으며 스케이트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남은 4명은 뻘쭘하게 서있다가 내 친구가 간식 내기를 걸고 스케이트 시합을 하자고 했다. 그쪽에서도 흔쾌히 좋다고 했다. 그렇게 스케이트 시합이 벌어졌고, 나와 내 친구는 스케이트 선수로 빙의하였고 신나게 스케이트를 탔다. 잠깐 보니 여성 두 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잘 타서 져서 슬프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식을 얻어먹고 있는데, 여성 두 분은 부모님이 일찍 들어오라고 했다면서 집에 간다고 했다. '부모님이 엄하시구나... 조심히 가~' 미팅은 끝이 났다. 그렇게 고1 크리스마스에 친구와 나는 스케이트를 타며 우정을 돈독히 했다.



<내 장래희망은?>

나는 어릴 적부터 커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 조사에는 경찰관 또는 소방관을 썼다. 그건 어릴 적 보던 만화영화 '지구용사 선가드'에서 경찰차랑 소방차가 로봇으로 변신했기 때문에 뭔가 그 차를 타면 나도 영웅이 될 거 같았다. 중학생 때부터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애들이 부러웠다. 뭔가 하나를 특출 나게 잘하면 그것을 하면 되는데, 나는 전과목을 다 비슷하게 했기 때문에 뭐 하나를 고를 수 없었다. 외고를 진학하고 나니 어쨌든 문과에서 나름 괜찮다는 직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래희망에 회계사, 경제학자, 교수를 기재했었다. 사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을 골랐다. 그리고 이과로 바꿔서 재수를 할 때에는 수학선생님, 과학자, 의사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연구자나 약사가 되기 위해 약대에 지원했다. 막상 약대생이 되고 나니 또 무엇을 할지 고민에 사로잡혔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무엇을 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게 많은 데 하나를 고르기 어려웠던 것이다.  



<내 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래,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되고 싶은 것 같다. 그의 직업은 화가, 공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발명가, 조각가, 시인, 작곡가, 철학자 등등... 참 많았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던 것 같다. 참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정신과 의사, 약사, 선생님 (수학, 영어, 과학), 인강 강사, 심리상담가, 과학자, 신약개발 연구원, 교수, 철판요리 셰프, 작가, 방송국 PD, 인스타 인플루언서, 벤처캐피털 투자, 번역가, 벤처기업 대표, 대학교 설립하기, 장학재단 만들기, 축구선수이다.

기회가 된다면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다. 물론 몇 개는 이미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지만 말이다. 보라색으로 칠한 것들은 어느 정도 경험을 해봤거나 직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나의 호기심을 해소하고 있는 부분이다. 과외, 멘토링 그리고 봉사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누군가에게는 선생님이 되어보았다. 연구를 통해 과학사에 이름을 남겨보았고 현재 신약개발도 열심히 하고 있다. 취미로 시작한 인스타도 팔로워를 3,000까지는 도달해보았지만 역시 꾸준히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 어느 정도 선에서 만족을 하였다. 직접 심리상담을 할 기회는 적으니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청소년들이나 젊은 세대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책을 쓰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을 도전해가면서 살아볼 생각이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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