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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May 03. 2021

조각글쓰기 19편

무제

<글럼프>

최근에 글 럼프(글쓰기 + 슬럼프)를 겪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몸도 나근나근해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일이 바빠져서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뭔가 잘 쓰이지 않았다. 한창 글이 잘 써질 때에는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매일 열심히 글을 썼는데, 요즘은 퇴근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진다. 글을 써야지 하고 앉으면 몇 줄 못써내려갈 때도 많았다. 아니면 혹시 요즘 쓰고 있는 글이 '쉽게 쓰이는 글'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내 마음이 그 글을 쓰는데 불편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 올린 '오피스텔'편은 작성하는데 많은 고민과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재테크나 오피스텔 이야기는 꼭 쓰고 싶기는 했지만, 요즘의 분위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과연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그리고 하필 4월 29일에 금융위원화에서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대한 발표를 했다. 비주택 (토지, 오피스텔, 상가 등)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 규제를 확대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아파텔은 대출 조건 등 규제가 적어 20/30대 실수요자에게 좋은 대안이 되기도 했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동안은 무주택기간으로 보기 때문에 청약에도 유리한 면이 있었다. 그런데... 또 그것에 대한 규제가 들어간다니 당혹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싶었다. 열심히 작성하고 있던 내용들을 모두 지워버렸다. 계속 바뀔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최소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일단 제일 부담스러운 주제를 넘기고 나니 이제 2~3편만 쓰면 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새로운 소재를 도전해볼 생각에 다시금 설레기 시작한다. 


<초심>

작년 말부터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밖에서는 한 번도 드러내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지금껏 미뤄두었던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해보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던 시간을 가졌다. 내 속에 감춰져 있던 다양한 모습이 드러내면서 감추고 살던 부끄러운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내 약점이 사라지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새로운 취미는 나의 정신건강도 튼튼하게 해 주었고, 본업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말끔히 해소해주었다. 살아가는 순간이 윤택해지고 밝아진 기분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때는 글에 대한 부담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냥 어떤 글을 쓰던지 나 스스로가 즐거웠고 만족스러웠다. 힘을 빼고 글을 썼던 것이다. 다시금 그런 초심을 되찾아보면서 내가 즐겁게 쓸 수 있는 글을 찾아보려고 한다. 


<친구의 취업 턱>

조각 글 18편에서 언급했던 친구가 있었다. 2년 넘게 취업준비를 하던 친구였는데, 우리 집 근처에서 면접을 보고 찾아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셨었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길에 그 친구가 그랬다. "여기서 단팥빵 좀 사갈까?", "아냐, 너 어차피 합격하면 여기 계속 올 텐데 그때 사"라고 하고 돌려보냈다. 그리고 정확히 1주일 뒤에 정말 그 친구는 그 회사에 합격을 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 동네로 찾아왔고, 취업 턱을 내겠다며 돼지갈비를 사주었고 단팥빵을 사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 친구에게는 정말 잘된 일이지만, 나도 내 일처럼 기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취준생인 친구와 연락하는 것은 사실 마음이 무겁고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친구는 2년 동안 크고 작은 기업 300 곳에서 불합격을 받았었고, 내가 건네는 위로도 점점 힘을 잃어 희망이라는 빛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취업을 정말 열심히 축하를 해주었다. 그리고 주말에 잘 놀고 있는지 연락을 했더니... 황당하게도 도서관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 열심히 취업해놓고 쉬거나 놀러 가지 왜 도서관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무엇을 해야 될지 몰라서 일단 도서관에 왔고, 이직 준비를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한소리 하긴 했지만 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했다. 항상 현재의 상태를 만족하지 못하고, 이상만을 좇는 사람 같았다.    

 

<젊은 꼰대>

어린 나이에 팀장을 하다 보니, 내 나이 또래가 갖지 않는 고민을 많이 할 때가 많다. 가끔 회사 이야기를 해주면 여자 친구가 나보고 젊은 꼰대 아니냐고 놀린다. 그래서 과연 내가 젊은 꼰대인지 테스트해보기 위해 매일 경제에 있던 <젊은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보았다. 정말 솔직하게 답변해보겠다. 

1. 사람을 만나면 나이를 확인하고, 어리면 반말한다. -> X
2. 요즘 젊은이들은 노력은 하지 않고, 세상 탓, 불평불만만 하는 것 같다. -> △ 

3. "OO이랑 OOO인 것이다"라는 식의 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 X

4. 후배의 장점이나 업적을 보면 자동 반사적으로 그의 단점과 약점을 찾게 된다. -> X

5. '내가 너만 했을 때' 이야기를 자주 한다. -> X

6.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가 거슬린다. -> △ 

7. 고위 공직자, 간부, 연예인 등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자꾸 이야기한다. -> X

8. 커피나 담배를 대령하거나 회식자리에서 삼겹살을 굽지 않는 후배를 불쾌해한다. -> X

9.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라고 하고, 나중에 보면 내가 답을 제시한다. -> △ 

10. 후배의 옷차림 예의를 지적한다. -> X

11. 내가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 X

12. 연애사 등 사생활의 영역도 인생 선배로서 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 -> X

13. 회식이나 야유회에 개인 약속으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 X

14.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 X

15. 아무리 둘러봐도 나보다 더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 O


*0~2개: 당신은 성숙한 어른.

*3~5개: 당신은 꼰대의 맹아가 싹트고 있다.

*6~11개: 꼰대 경계경보 발령.

*12~15개: 자숙기간 필요. 


세모는 0.5점이라고 쳤을 때, 나는 2.5점 정도이다. 꼰대의 맹아가 싹트고 있을 수도 있다ㅋㅋㅋㅋ. 큰일이다. 2번 같은 경우는 사실 요즘 젊은이들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가끔 저런 친구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 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봤는지 속으로만 생각했던 적은 있다. 6번의 경우, 웬만하면 항상 내가 가장 먼저 출근해서 그날 할 일들과 팀원들의 업무를 정리해두는 편이다.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에게 뭐라고 한 적은 없으나 항상 지각하는 팀원에게는 한소리 한 적은 있다. 9번의 경우는 당연히... 내 속에 답은 정해져 있다. 나의 생각을 바꿀만한 논리력과 설득력을 가진 팀원이 있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기에 그들이 보기에는 답정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15번의 경우, 솔직히 그런 것 같다. 내가 워낙 워커홀릭이라 그런지 일을 즐기면서 하는 편이다. ^^


보통 30 후반에서 40 초반이 팀장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 운이 좋게 내가 이른 나이에 무거운 직책을 맡고 있다. 또래 친구들은 부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간 관리자의 숙명은 쉬운 것이 아니다. 담당 업무 외에도 업무 할당, 임원 보고, 직원 관리, 신규 면접, 직원 교육, 타사 미팅도 해야 하고 매 프로젝트마다 엄청난 책임과 부담감을 짊어져야 한다. 업무 시간 구분 없이 항시 임원들의 연락을 받아야 하고 40~50대분들과 빈번한 회식도 해야 한다. 가끔은 내가 이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또래들을 만나면 노잼이 되면 어떡하지? 내가 젊은 꼰대가 되면 어떡하지? 고민하기도 한다. 가끔은 내 입에서 '요즘애들'이 나올 때면 혼자 놀라곤 한다. 


사실 꼰대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고 부하 직원에 대해 고민을 하는 자세가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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