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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May 09. 2021

조각글쓰기 20편

무제

<표절>

글 쓰는 사람들에게 표절은 예민한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이미 수차례 논문을 출간한 나에게는 이미 몸에 배어있는 습관과 같다. 갑자기 표절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드디어 나에게도 첫 악플이라고 하기엔 약한 댓글(?)이 달렸기 때문이다. 짝짝짝 드디어 나의 글이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좋기도 하고, 글에 조금 더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마 잘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한 것이라 생각된다. 어제 '서른부터 노후대비를 시작해보자'가 공유되면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였고, '어디서 봤던 내용인데 베껴 쓴 것 같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처음 댓글을 보고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오호... 드디어 나에게도 이런 댓글이 달리는구나. 이건 오늘 조각 글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겠다. 이젠 글쟁이가 된 것인가...?


2) 이 분이 오해를 풀어줘야 할까 아니면 그냥 넘길까? 

-> 어떤 분인지 봤더니 브런치 작가님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냥 패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삭제를 했다. 

-> 생각해보니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실 것 같아서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3) 사실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요즘 글 럼프를 겪었던 나의 마음에 흥밋거리를 던져주었고, 갑자기 신선한 재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 기준으로, 한국 학술진흥재단 정책연구 보고서에서 규정하는 '논문의 표절 기준'에 대한 정의가 있다. 

1) 주요 단어를 중심으로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적인 표현이 남의 것과 일치하는데도 출처 표시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

2) 생각의 단위가 되는 명제를 이루는 주요 내용을 다른 사람의 저작물에서 말 바꾸기 하여 쓸 경우.

3) 출처를 표시했다 해도 인용한 양 또는 내용이 정당한 범위를 넘어서 저작자의 고유한 또는 새로운 학술적 가치로 인정받기 어려운 자기 표절, 짜깁기, 말 바꾸기, 중복게재나 기여 없는 저자 표시 등오 표절로 판정.


해당 내용의 기준은 말 그대로 '논문의 표절 수준'이고, 서적과 인터넷에 올리는 글은 그런 제약이 현격히 줄어들게 된다. 사실 이런 대중적인 글에 관해서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관행적으로 인용을 하게 되면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나의 글을 분석해보았다. 

1. 첫 문단과 두 번째 문단에서는 각각 유엔에서 발표한 자료 (2018)과 국민연금 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 (2021)을 인용하여 설명하였고 그 외의 내용은 모두 나의 생각을 적었다. 

-> 아마 이 부분에서는 태클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2. 그다음 모딜리아니의 생애주기 가설을 기반으로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쪽 부분은 생애주기 가설을 토대로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들은 내용들을 포함시켜 정리한 내용이다. 이 이론을 설명한 이유는 생애주기 가설에 대해 모를 수 있는 20/30세대에게 정리를 해주면서 나의 사례를 이야기하기 위한 하나의 포석이었다.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내용을 정리할 때에는 <인용>을 하고 자기만의 색깔로 정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 부분을 보고 베껴 썼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은 굉장히 유명한 이론이기에 구글, 네이버, 다음에만 검색을 해도 셀 수 없는 많은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각 세대별로 어디에 돈이 쓰이고, 돈을 언제 모으는지는 누구나 들어보고 아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글은 쓴 모든 사람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결국 본인이 본 첫 번째 글이 '원조'라는 착각을 할 순 있지만, 진짜 원조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프랑코 모딜리아니와 블룸버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슷한 주제의 내용을 가지고 글을 작성할 때는 당연히 '본인의 색'을 담아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 여섯 단어 이상의 연쇄적인 표현이 들어갈리는 없지만... 솔직히, 그런 생각도 든다. 우리의 생각이나 사고 역시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여러 정보가 뒤섞여 만들어진 기반이기 때문에 비슷한 생각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면 여섯 단어의 문제가 아니고 당연히 어디서 본 글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인용했던 내용으로 인해 '나의 본래의 메시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비평으로 잘 받아들였다.  


3. 마지막으로 내가 실제로 가입하고 겪었던 내용과 경험을 기반으로 작성하였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한 번쯤 고민해봐야 했을 문제였다. 지금 시점에서 그런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다. 앞으로는 인용의 방법이나 글의 구성 방향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심도 있게 생각해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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