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ongihnK Mar 16. 2024

나는 초등교사를 그만두었다

18. 아름답지 못한 교실-1

'씨X'


3월 2일. 3학년 담임에 배정되어 아이들을 맞이하던 첫날 그 교실에서 들었던 소리는 바로 욕이었다.


내가 욕먹을 행동이라도 했다면 모르겠지만 난 아이들이 전부 등교했는지 출석을 불러본 것이 전부였다.


"아니, 첫날부터 이런 몹쓸 말을 하는 사람이 누구야?"


"○○○이요~"


아이들이 입을 모아 부르는 이름.


"그래, 나다. 씨X. 덤벼. 맞짱 까?"


이런 말들이 3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선생님, 쟤는 1학년때부터 저랬어요."

"맨날 욕해요."

"2학년 때도 맨날 혼났어요."


짜증 섞인 목소리들이 들린다. 지겨울 정도로 욕을 많이 하는 모양이었다.


"좋아. 예전부터 그랬다고 하니, 오늘 욕을 한 번 한 것을 가지고 따로 혼을 내진 않겠지만 그 말은 아주 나쁜 뜻을 가지고 있으니 안 쓰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네."


욕을 하는 것 말고도 다른 행동을 하는지 그날부터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는 그 후로도 계속 욕을 해댔다. 그날 수업 내내 욕을 하고도, 쉬는 시간에 나에게 와서는 주먹질까지 했다.


"너, 선생님이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줄 아니?"


하면서 주먹질하는 손을 잡고, 확 노려봐주었다.


"하나도 안 무서워! 김♡♡한테 다 말한다?"


"김♡♡이 누군데?"


"우리 엄마!"


엄마를 '김♡♡'이라고 부르다니. 나도, 반 아이들도 다 문화충격.


"엄마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어딨?"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날은 꼭 학부모님과 통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이 정도로 욕을 많이 하는 아이라면 학기 초 배부된 설문지에 간단한 메모라도 해 주실 줄 알았는데 아무런 언급도 없고, 먼저 연락도 없었다. 하지만 2주 정도 지켜보니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닌 듯 보였다.


어느 날, 급식소에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저 멀리 반대편에 1학년 아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는 어떤 아이를 보더니 멀리서부터 소리를 지르고 또 욕을 하였고, 잠시 후에는 목을 긋는 시늉도 한다. 가운데 손가락도 보여준다. 그만하라고 말리는 데도 계속했다. 급식소 전체의 이목이 우리 반에 쏠렸다.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그런데 그 1학년 아이도 당황하지 않고, 비슷한 행동으로 응수했다. 밥을 먹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다 들으라고 '똥! 팬티!' 이런 말들을 큰 소리로 계속 이야기했다. 얼굴이 ○○○이랑 닮았다. 맙소사. 동생이었던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각에 급식소를 갈 수밖에 없기에 그 상황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이 형제는 어쩌다 이런 아이들이 되었는가.


○○○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이가 욕을 계속하고, 수업 중에도 폭력적인 행동과 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한다고 설명드렸다. 동생과 마주치면 동생을 죽인다는 시늉도 한다고. 이런 행동들에 대하여 알고 계신지 여쭈었다.


"네, 알고 있어요."


어머님의 목소리는 굉장히 차분했다. 놀랍지 않으신 모양.


"오늘 어머님을 칭할 때도 그냥 '엄마'라고 하지 않고 '김♡♡'이라고 이름을 불러서 당황했습니다."


이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나 보다.


"아 정말요? 아휴... 왜 그러지... 계속 얘기하는데도 고쳐지지가 않고 자꾸 심해지네요."


"지금은 학기 초이니 좀 더 관찰을 하고, 개선 방안을 함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아버님께서 아이들을 무섭게 훈육하시는 스타일이실까요?"


"네, 맞아요. 아이들이 아빠를 많이 무서워합니다."


느낌이 왔다. 대 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이 어린아이들이 아무도 쓰지 않는 수많은 욕들을 어디에서 배워왔을까. 당시에는 아이들이 유튜브도 안 보던 시절이다. 통화 내내 아이 행동의 심각성을 말씀드렸지만 어머님은 크게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지는 않으셨다.


"선생님이 혼내 주세요. 제 말은 안 통해요."


이런 말씀만 반복하셨다. 하지만 체벌이 금지되어 있는데 내가 혼낼 수 있는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아무리 학부모에게 '때려도 좋다'는 말을 들어도 절대로 때릴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초등교사를 그만두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