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 집착 성향
이것은 어쩌면 성격과도 연관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나는 나에게 딱 맞는 라켓과 그에 맞는 스트링이 무엇인가 분석해 내고, 알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려면 돈을 많이 사용해야 하므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성향을 가진 동호인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재미있게 들릴 수도 있겠다.
내 생애 첫 테니스 라켓은 테니스장에서 무료로 빌려주던 바볼랏 라켓이었다. 테니스 무식자일 때 쥐어봤기에 라켓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고, 코치님께서 그저 '가벼운 것'이라고 하셨기에 무게는 260g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보다 무거운 라켓으로도 쳐 보았으나 휘두를 때 너무 힘들어서 당시에는 '역시 가벼운 라켓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몇 번 치다 보니 나만의 라켓이 있어야 개인적으로 시간이 나면 연습도 따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라켓을 하나 장만하자고 결심했다. 테니스로 유명한 브랜드들이 많이 있지만 내가 당시에 알고 있는 브랜드는 몇 없었고, 그중에 '윌슨'이 많이 들어봤기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당시 담당코치님이 운영하는 샵이 있어 그저 '아는 곳'이기에 찾아가게 되었고, 때마침 신상라켓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른 '그 라켓 그냥 살게요' 해서 구입을 했다.
그렇게 구입한 내 생애 첫 라켓은 '윌슨 울트라 V4'였다. 무게는 무조건 '제일 가벼운 것(260g)'으로. 진한 청록색의 컬러가 무난하게 예뻤다. 처음에는 스트링도 잘 몰라 '아무거나 괜찮은 스트링'으로 부탁드렸고, 텐션도 그저 '해주시는 대로' 했다. 기억에 당시 텐션은 44였던 것 같다.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때에는 일단은 여러 사람들이 하는 무난한 것이 최고다. 이 라켓은 어차피 힘도 없고 실력이라는 것이 0일 때에 쳤기에 당시에는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그저 열심히 레슨을 받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약 1년 정도 쳐 본 후의 내 개인적인 평가를 적어보자면, 라켓의 무게가 너무 가볍고 라켓 자체의 탄성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공을 멀리 보내고자 하면 팔의 힘으로 오롯이 쳐야 공이 멀리 나가게 되고, 공을 칠 때의 충격이 오롯이 내 팔에 전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계속 치다 보니 나에게도 흔히 말하는 '엘보'가 왔다.
그러면서 파스를 몇 통이나 사서 붙였는지 모른다. 근육 테이프도 잔뜩 사서 테니스를 칠 때마다 어깨부터 손목까지 테이핑을 했다. 누가 보면 대단하게 잘 치는 사람인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팔의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처음에는 라켓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하고 내가 초보라서 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줄로만 생각했다. 그러면서 흔히 말하는 '테태기(테니스 권태기)'가 찾아왔다. 몸이 너무 아프니 무거운 물건도 못 나르고 어깨 근육통이 두통도 불러왔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라켓을 바꿔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료 레슨자들은 절대 '엘보'가 라켓 탓이 아니라고 했지만
"윌슨 라켓을 써 보니 좀 딱딱한 느낌이 있는데 아무래도 요넥스가 배드민턴으로도 유명하고 라켓을 탄성 있게 잘 만들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한번 사보고 싶어요."
라고 코치님에게 말했는데
"맞아요. 저는 요넥스 이존으로만 계속 쳤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날, 두 번째 라켓은 요넥스로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