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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Apr 19. 2019

첫 번째 걸음,

LFC World 리버풀 레전드 방한 행사 때 강연

2017년 연말 레스토랑이 바쁠 틈을 타서 12월 한 달간 이태원 레스토랑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바쁘게 서빙을 하는 어느 날, 한 이벤트 회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리버풀 관련된 행사가 내년에 있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통화 가능하냐는 문자였다. 휴식 시간에 연락 온 번호로 전화를 걸어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2018년 가을쯤 리버풀 레전드들이 한국에 방문할 계획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리버풀 팬으로서 레전드들과의 자리에 함께해 주시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내년에 다시 연락하기로 하였다. 전화를 끝낸 후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 냈던 것 들이 이렇게 돌아오다니 그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다는걸 절실하게 느꼈다. 2017년 한해가 지나기 전 내가 들을 가장 기쁜 말이었고, 2018년을 기다려지게 하는 전화였다.


2018년 새해가 찾아오고, 3월이 지나고 6월이 지났다. 한해가 반년이 지나도록 이벤트 회사에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작년에 통화 했을 때 가을쯤이라고 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7월이 지나고 8월이 다가와도 연락이 없기에 작년에 연락이 온 번호로 문자를 남겼다. 돌아온 답장은 올 초에 회사를 퇴사하고 더 그쪽과 관련해서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대신 자신의 직무를 대신 하고 있는 다른 분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셨다. 그쪽으로 다시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자기는 부서를 옮겼으니 담당 부서 팀장 전화번호와 그쪽으로 연락해 보라는 내용의 답장이었다. 마지막으로 담당 부서 팀장에게 연락을 했을 때, 정확한 이벤트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행사는 9월에 진행되기로 했고, 1주일로 계획되었던 게 3박 4일로 줄어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환영 칵테일 파티 때 함께 참여하는 것이었다. 칵테일 파티만이라도 정말 감사하다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3박 4일 중에 하루만 그들과 함께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레전드들이 왔을 때 레전드 뿐만 아니라 리버풀 다른 스태프들, 그 외에 축구 관련 사람들도 올 텐데 하루라는 시간으로 그들 머리에 나를 각인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답은 하나다. 리버풀에 직접 편지를 쓰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리버풀까지 달린 팬인데 이번에 레전드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을 들었다. 혹시 내가 그들이 방문하는데 작은 일을 맞아서 하면 안 되겠냐고 정중하게 문의했더니, 리버풀에서 답이 왔다. 행사 진행 스태프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나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며칠 후, 칵테일 관련 이벤트 회사와는 별개의 잠실 롯데타워 공원에서 이벤트 행사를 전담으로 맞아 진행하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 회사는 나에게 30분 동안 나의 이야기를 다른 리버풀 팬들 앞에서 짧게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봤고, 나는 단숨에 그 제안을 받아들었다. 처음으로 강연에 필요한 스크립트를 쓰고, PPT 만들어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알차게 쓰기 위해 준비했다. 



행사 당일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처음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팬들은 내가 누군지 정확하게 몰랐지만, 내 이야기를 들려주면 들려줄 수록 한 분, 두 분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주고 , 몇 분은 뉴스에서 본 그 사람이라면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

강연은 자전거를 탔던 이야기만 들려준 것이 아니라. 내가 왜 이런 여행을 시작했는지, 여행이 끝나고 나서 얻은 점이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이고 그리고 미래를 위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말 했다. 

Q&A 시간과 강연이 끝나고, 돈 주고도 팔리지 않을 나의 얼굴을 팔아 주는 시간까지 나에게 아주 빈틈없이 알찬 시간이었다.

처음 대중(남들) 앞에서 내 자전거 여행의 이야기를 들려고 주었다. 대중들 앞에서 약속한 꼴이 되었다. 강연할 당시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가끔 나에게 안부를 물어 오고 응원을 보내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강연을 통해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온 기분이다.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시도하지 않으면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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