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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Apr 19. 2019

두 번째 걸음

서울대 축구부, 리버풀 인터내셔널 아카데미

한국에 들어온 후, 축구와 관련된 일을 시작해 보고 싶었다.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축구 영상 분석관이었다. 비 선수 출신으로써 축구계에 가장 접근하기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나름 혼자서 축구 영상들을 다운 받아 영상 편집을 분석도 하여 보고서를 만들어 보았지만, 전문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축구 영상 분석과 관련해서 소중한 인연 3분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전술 분석팀 팀장과의 만남이었다. 2번의 만남 과정에서 분석팀장으로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을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이후 대한민국 16세 이하 국가대표 영상 분석 코치님도 만나 학생 신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닌 분석가로써 현장에서 어떠한 일들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만났던 분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에서 영상 분석 코치로 일을 하셨던 배태한 코치님이었다. 그분께서 내게 해주신 조언은 조금 달랐다. 영상 분석과 수석 전술 코치 중 어느 것을 하고 싶냐고 물었고, 전술 코치가 되고 싶다면 축구 경기장 내에서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영상 편집을 아무리 잘 한다 한들 경기장 내에서 경험이 없다면 결국은 영상 편집하는 일만 할 거라고 했다. 서울 근처 유소년 클럽이나, 대학 팀을 찾아 훈련을 참관하고 기회가 되면 참여해 보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서울로 돌아와 집과 가장 가까운 대학교 팀인 서울대학교 축구부를 방문했다. 서울대에서 열린 대학리그를 경기를 관람 후, 경기 후 감독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이인성 감독님께 훈련을 참관해도 되냐고 물어보았을 때 감독님께서는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주 중에 대학 선수들과 훈련 참여 및 감독님께서 준비해 오신 세션을 준비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했고, 주말에는 경기를 참관하였다. 서울대에서 열리는 홈경기 외에도 원정 경기와 컵 대회도 서울대 축구부와 함께 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한 주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 분위기였다. 저번 경기에서 졌고, 이겼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감독님께서는 점점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으니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경기력을 만들어 보자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해 주었다. 훈련 때마다 매번 다음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사기를 북돋아 주었을 때, 경기 내용이 훨씬 좋게 나타냈다. 경기 전날 훈련에서의 선수단 분위기가 다음날 경기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마지막 훈련 날까지 오기 전까지의 훈련에서의 분위기를 점차적으로 끌어올려야 마지막 훈련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2018년 대학 리그 첫 번째 승리이자 마지막 승리


서울대뿐만 아니라 리버풀 인터내셔널 아카데미에서 계약직으로 일주일에 한번 수원 외국인 학교에서 저학년을 상대로 축구를 가르치는 일을 했다. 축구 훈련 세션을 짜거나 리버풀 아카데미에서 정해져 있는 세션을 가지고 아이들을 직접 가르쳤다. 아이들을 코칭 하는 일을 처음이었고, 더구나 훈련 세션을 영어로 진행해야 했기에 처음부터 잘 해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을 통제하기도, 만들어온 세션을 제대로 실행하기도 버거웠다. 그때 같이 일했던 영국에서 온 코치가 나에게 해 주었던 조언은 훈련과 아이들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고 짜증을 부리면 안 된다고, 내가 만들어온 세션은 즐기면서 해야 아이들도 세션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먼저 너의 준비해 온 세션을 네가 즐겨!

 즐기면서 하는 것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렵다. 어떻게 즐겨야 되는지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욱더 그러했다. 어떻게 하면 즐기는 건지 잘 몰랐기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부터 시작했다. 준비해온 세션을 모두 완정하는 것보단 그들과 함께 공을 차면 놀았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일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 훈련하는 날 나와 함께 1년 동안 훈련한 일본인 히로키에게 내년에는 볼 수 없을 거라고 했을 때 히로키가 한 말을 아직도 잃을 수 없다.


“왜 못 오는 거야? 코치님 좋았는데. 다음에 올 코치님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매 훈련 때 가장 말 안 들어 정 많이 들었던 아이였는데 너무 듣기 좋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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