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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Jun 30. 2019

5월 23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워킹홀리데이 78일 차

식당에 자주 오는 여학생이 있다. 그분은 항상 2~3시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거나, 에스프레소 반샷에 아주 달게 만든 카페라테를 종종 테이크 아웃해서 간다.


한 번은 내 쉬는 시간 때와 그녀가 밥 먹고 연습을 하러 가는 시간대가 겹쳐 그녀에 시간을 잠시 뺐어간 적이 있다. 나와 나이가 같았고, 피아노 전공으로 잘츠부르크에서 석사과정 수료 중이라고 했다. 도시환경에 최적화되어 풀 알레르기가 있어 잔디밭에 앉아 있지도, 근처에 가지도 못하다고 했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전부다. 


그 후로도 비슷한 시간 때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지만, 더는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내가 할 말이 없어서 인지,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는 몰라서 인지, 말을 시작하면 엉뚱한 말만 할 것 같아서 인지는 몰라도 먼저 말을 건네지 않았다. 


오늘도 비슷한 시간 때에 왔다. 평소와 같이 점심 메뉴를 시키고, 물 한잔을 부탁했다. 몇 분 후 어떤 남자가 와서 그녀 앞에 앉는다.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는 하는데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드디어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건넬 수 있는 문장이 생겼다. “그때 점심에 오신 분 남자 친구분이세요?” 잘 간직하고 있다가 다시 식당을 찾아오면 말을 건네 보리라 다짐한다. 저녁에 카페라테를 마시려고 다시 찾아왔다. 그 순간이 너무 빨리 찾아온 탓일까? 멍청한 탓일까? 말은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지 않고 “2.3유로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말하고 그녀를 보냈다.




1주일이 지나서야, 그 여성분에게 물어보았다. 남자 친구가 맞다고 했다. 

한마디 건네는 게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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