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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Jul 14. 2019

6월 14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워킹홀리데이 100일째

비엔나로 돌아가는 여정은 쉽지만 않다. 글라스고에서 런던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만큼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글라스고 공항과는 달리 공항에 와이파이가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기 전 까지만 해도 오늘은 집에 들어가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비행기를 타고나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륙해야 되는데, 관제탑에서 신호를 주지 않아 20분을 기다려야 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마이크로폰을 타고 흘러나온다. '20분 정도쯤이야. 별거 아니지, 한 숨 자고 일어나면 하늘을 날고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눈은 감았다. 개운한 잠은 자고 눈을 떠 보니 창문 너머로 공항이 보인다. 그렇게 오래 잤나 싶었는데, 아직 런던이었다. 


예상 도착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비엔나에 도착을 했고, 내가 타려고 했던 잘츠부르크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곧바로 호스텔과 값이 저렴한 호텔을 검색해 보았지만, 날이 금요일인 만큼 모든 숙소는 이미 풀방이다. 비엔나 역 역사에서 밤을 새우고 첫 차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 역사 벤치에 앉아 쪽 잠을 자려고 하는데 역무원이 다가와 중앙역은 1시부터 4시까지 닫는다고 했다. 나의 마지막 남은 희망 마저 빼았아가 버렸다.


결국 근처 공원에서 벤치에서 노숙을 시도한다. 다른 분이 이미 자리를 펴고 누워있다. 이렇게 절망적일 때, 혼자가 아니라는 게 다행이다. 피곤해 잠을 청하지만, 마냥 쉽지가 않다. 벤치 나무의 높, 낮이가 각기 달라 내 척추와 갈비뼈를 쑤신다. 날씨는 글라스고보다 따뜻해서 밖에서 자면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의 온도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쌀쌀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새벽 일찍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가 아름답기는커녕, 어렵게 든 잠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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